'화합의 장' 세계인의날?..."외국인들만 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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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장' 세계인의날?..."외국인들만 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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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 사람' 무관심한 제5회 세계인의 날 행사, 왜?
참가 외국인들, "왜 우리만 모였지?"...상호교류 취지 무색

"세계 여기저기서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너무 우리끼리라는 생각도 들어요."

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어느덧 5년차를 맞이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인의 날이 찾아왔고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제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모처럼 맞이한 자신들을 위한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은 세계인의 날이 해마다 찾아오는 기념일 정도에 그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행사에서 만나는 이들이 죄다 '동변상련' 처지의 외국인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부추겼다.

22일 오후 1시 제주아트리움 공연장에서는 제5회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약 300여명의 외국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22일 세계인의날 기념행사에 참가한 제주 거주 외국인들. <헤드라인제주>
22일 세계인의날 행사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헤드라인제주>

# 한데 모인 이주민들..."같은 마음 가진 사람들 반가워요"

행사장에는 현재 제주에 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자리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 이주민들은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출신의 다문화 가정 이주민들도 상당수였다. 개중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건너 온 푸른눈의 이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세계인의 날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안내원들은 각 나라의 전통 의상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참석자들을 안내했다. 찾아오는 이들이 언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각 나라별 자원봉사자들이 나선 것.

이어 진행된 1부 행사에서는 제주지역 다문화 가정을 위해 힘써온 이들에 대해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제주지사, 출입국관리소장 명의의 표창이 전달되고 제주에 사는 외국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영상 등이 소개됐다.

2부 순서로는 제주 여신인 설문대 설화를 주제로 총 4막으로 구성된 서커스 뮤지컬이 펼쳐졌다. 자리한 이들은 한국 전통의 멋을 한껏 살린 무대를 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이날 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세계인의날이 포함된 이번 한주간은 '세계인 주간'으로, 공연이나 단합회 등 각 단체별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올해로 제주에 온지 13년이 됐다는 필리핀 출신의 로츠마리(40)씨는 "우리나라 사람도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좋다"며 "같은 나라는 아니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는 헨더슨씨(33)도 "전세계적으로도 세계인의 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외국사람으로 내가 이 곳에 있다는게 흥미롭다"며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다문화 가정을 위해 힘써온 이들에 대해 표창장이 수여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2일 세계인의날 기념행사에 참가한 제주 거주 외국인들. <헤드라인제주>
22일 세계인의날 기념행사에 참가한 제주 거주 외국인들. <헤드라인제주>
22일 세계인의날 행사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헤드라인제주>

# "만나는 사람들은 다 이주민...한국 사람들은 많이 없네요"

반면 일부 참석자들에게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다문화 가정 이주민 C씨는 "행사가 열리면 항상 이주민들만 모여있어서 조금은 아쉽다"며 "(다문화가정)센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끼리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세계인의 날의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과 재한외국인의 교류를 위함인데, 막상 행사가 열리면 참석자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도 이주민들이 절대다수였고, 간간히 보이는 한국 사람들은 행사 관계자 등에 그쳤다.

C씨는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우리끼리인건 마찬가지지만, 이런날은 (한국 사람들도)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했던 그의 남편도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가정 이주민들을 돌봐줘야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며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려울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세계인의날 행사의 경우 이주민들에게는 일일히 초대장이 건네졌지만, 그외 홍보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5월 20일이 세계인의 날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굳이 이날 행사뿐만이 아니더라도 이주민들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P씨는 "제주에는 외국인들이 즐길만한게 많이 부족하다"며 "외국인들도 참석할 수 있는 공연이나 축제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다문화가정의 생활여건.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라는 기치를 내건만큼 제주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모양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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