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 마술사', "장애는 삶의 장애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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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마술사', "장애는 삶의 장애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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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장애를 넘어 꿈을 전하는 대학생 마술사 최현태씨
지체.청각장애 1급.."이젠 생활이 '마술'과 같이 변했어요"

땀을 뻘뻘 흘리던 산모가 힘겹게 병원 문을 넘었다. 아직 산달이 다 차지 않았는데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려 하고 있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의사가 수술을 끝내고 나오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미 산모의 뱃속에서 아이의 탯줄이 끊긴 상태였다. 결국, 아이는 무사히 생명을 얻게 됐지만 지체·청각장애 1급을 안게 됐다. 

장애를 넘어 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는 대학생 마술사 최현태(20·노형동)씨.<헤드라인제주>
올해 제주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 최현태(20·노형동)씨의 이야기다. '장애'가 절망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현태씨는 오히려 희망으로 삶을 채우고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마술'을 선보이고 있는 것.

마술같은 그의 삶을 듣기 위해 제주대 장애인인권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장난기 많은 마술사 현태씨가 카드마술을 막 마치고, 친한 누나와 카드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현태씨의 주변에는 늘 이렇게 친구들이 많다. 마술이 그와 친구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 것이다.

현태씨는 대학 입학 후 학과 MT에서 마술쇼를 선보이고, 가수 10cm의 노래 '애상'을 개사해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성격이 소심해서 친구들에게 표현을 잘 못했었는데, 마술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간접적으로 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됐어요. 대학에 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성격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현태씨가 이렇게 사교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장애를 이유로 현태씨를 멀리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길을 걸을 때면, 현태씨는 주변에서 수군대는 듯한 느낌에 상처를 받곤 했다.

그러나 변화는 '마술'처럼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현태씨는 자신만의 특기를 찾고자 마술을 시작했다. 제주도내 마술아카데미에 처음 문을 두드렸지만,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마술아카데미에서 '장애' 때문에 마술이 힘들 것이라며 현태씨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다른 마술학원을 찾아간 끝에 다행히 가입을 받아줘서 마술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오른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지만 마술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즐거웠죠."

마술 배우기가 녹록지 않았을테지만 현태씨는 즐겁게 마술을 배웠다. 인터넷으로 마술도구도 구입하고 연습을 거듭했다. 현태씨의 땀방울은 결국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남녕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많은 관객 앞에서 마술을 선보이게 된 현태씨는 아직도 당시 설레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무대에 발을 딛기가 두려웠어요.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고 보니 떨리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저를 조종하는 것처럼 근사하게 마술을 성공시킬 수 있었어요. 친구들의 환호성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고등학교 축제에서 마술쇼를 선보인 이후, 현태씨의 삶은 마술처럼 변했다. 현태씨는 성격도 밝아지고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현태씨의 활발한 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태씨는 오는 29일 열리는 제주대 축제 '대동제'의 장애인인권위 부스에서 학생들에게 마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그는 학과 민중가요 동아리인 '민샘'의 공연에서 가수 성시경의 노래 '좋을텐데'를 개사해 무대에 오를 생각이다.

그의 꿈은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졸업하면 사회복지사가 돼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람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며 꿈을 전할거에요. 저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꿈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현태씨에게 장애는 더이상 삶의 장애물이 아니다. 그는 장애인이기에 무슨일이든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친한 누나에게 카드마술을 선보인 후 함께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최현태(20·노형동)씨.<헤드라인제주>

<고용희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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