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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남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이야기] <8> 가정의 달 위탁아동과 문화체험 나들이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헤드라인제주>
어린이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달이 바로 5월이 아닐까 싶습니다. 푸른 들판만큼이나 파란 하늘 아래서 신나게 뛰어놀고,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언제나 바쁘다던 엄마, 아빠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 바로 어린이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즐거운 어린이날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어린이날에도 일을 해야하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은 종일 집에서 식탁위에 차려진 식어버린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봅니다. 늘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장난감을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미리 사주셨지만 전혀 신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의 실망어린 표정을 바라보며 출근을 해야하는 부모님의 어깨도 축 쳐져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먹고 싶은 과자를 사먹으라시며 주머니에서 꺼내어 쥐어주신 꼬깃꼬깃한 지폐를 손에 쥐고 동네 마트 앞을 서성거리다 결국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들고 텅 빈 놀이터의 그네로 향합니다. 평소 같으면 학원차를 기다리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을 테지만 오늘은 모두 가족과 함께 놀러 나갔나봅니다. 혼자 과자를 먹으며 그네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쓸쓸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외롭고 쓸쓸한 달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 홀로 단칸방에서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수많은 독거노인분들. 창가에 기대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러가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맞벌이가정, 혹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함께 살지 못하는 수많은 가족들. 이들에게 어쩌면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반갑기보다는 야속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어린이날에 위탁아동들의 정서적 지지를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이리저리 쉴새없이 뛰는 모습이 영락없는 천방지축 개구쟁이 모습이었습니다. 돌이 갓 지나 위탁가정으로 가서 낯가림이 심했던 귀여운 꼬마들이 이제는 넘어질듯 말듯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위탁어머니의 품에 안기며 까르르 웃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이 한데모여 그 누구보다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정의달 5월에 다시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더 큰 가족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큰 가정의 울타리가 되어 구성원 모두 한가족이 된다면 따스한 5월의 봄 햇살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비춰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사랑을 품고 자라 그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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