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뒤통수'?...국방부 입법예고, 왜 쉬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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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뒤통수'?...국방부 입법예고, 왜 쉬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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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몰래 이뤄진 국방부 군사보호법 시행령 입법예고
'군사보호구역' 중복 지정, 무늬만 '무역항'?...관제권은 부대장이?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제주사회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항만 수역을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4일자로 강정 항만 수역 일대를 무역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항만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안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입법예고 사실은 제주사회에서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다.
 
지난달 26일자로 입법예고를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이번에 불쑥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것도 국토부의 무역항 지정과 관련해 일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국방부가 해명을 하면서 공개됐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혔다기 보다는, 관련 사안을 해명하면서 우연치 않게 알려진 것이다. 물론 정부 입법예고가 인터넷홈페이지나 정부 법령 사이트 등을 통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 내용이 제주도와의 연관성이 많은 예민한 사항이란 점을 감안할 때, 입법예고 사실자체를 입 다물고 있었던 국방부의 속내는 이해하기 힘들다.
 
국방부 입법예고 공고문 서두에는 "시행령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듣고자..."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듣기 위해 입법예고를 하면서도 국방부는 정작 이의 내용을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도와는 사전 협의를 했던 것인지도 미심쩍다.
 
국방부는 왜 발표하지 않았던 것일까.
 
▲불쑥 튀어나온 입법예고, 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이번에 알려지게 된 배경은 국토부의 입법예고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수역이 무역항으로 지정되면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 항내구역, 항로 등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제외된다는 보도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국방부는 이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역항'으로 지정되더라도 '군사호보구역'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중복 지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서귀포항의 해상구역에 강정지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 제주해군기지 전면 수역을 무역항으로 지정하는 것과 맞물려, 국방부는 이 수역을 군사기지로 지정함으로써 수역에 대해서는 무역항과 군사기지의 '중복 지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사실을 밝혔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 민군복합항 수역을 군사기지로 지정함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시행령 제8조 2항 '크루즈선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입출항 보장' 규정이 신설됐다.
 
"관할부대장 등은 법 제9조 제1항 제1호 각 목의 하나에 해당하는 구역 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중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5조의 2 제1항의 관광미항을 의미한다)의 출입허가와 관련하여 '해운법'의 순항 여객운송사업이나 복합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관광진흥법'에 따라 크루즈업을 목적으로 승인.등록된 선박 중 관할부대장 등이 지정하는 선박(승객, 승무원을 포함한다)의 입출항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이 규정에서 단서조건으로 제시한 군사시설보호법 제9조 제항 제1호는 "군사작전상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이 관련 절차(시행령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 민군복합항의 수역은 기동전단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공동이용협정서를 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생각'...우려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여기까지만 보면 국방부의 생각과 국토부의 생각은 확연히 알 수 있다.
 
첫번째로는 무역항을 지정하면서도, 제주해군기지 수역은 '군사호보호구역'과 '무역항'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민항'과 '군항'의 공존방식이 경계를 긋는 형태가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주도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것과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경계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방부 입법예고 안을 보면 그런 차원은 분명 아닌듯 하다.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이 동시에 지정되면서 우선 순위에 있어서는 분명 군사적 목적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의 내용만 보더라도 법 제9조의 '군사작전상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라는 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두번째로, 관제권을 국토해양부가 갖도록 한다는 취지의 정부협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관제권'을 제주도가 요청하는대로 국토해양부로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안의 제8조2항의 신설조항은 '관할부대장 등은...입출항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로 돼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즉, 무역항에서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부대장 등이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크루즈선박이 입출항 할 때마다 관할부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군사작전 등과 같은 경우에 따라서는 입출항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번째, 상선(商船)과 같은 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오로지 크루즈선박의 입출항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무늬는 '무역항'이 될 것이란 우려를 갖게 한다.
 
시행령 8조2항의 문구는 입출항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대상선박으로 크루즈업을 목적으로 하는 승인.등록된 선박 중 관할 부대장 등이 지정하는 선박으로 제한하고 있다.
 
▲'민항'...'무역항'...왜 명칭이 어줍게 다가올까
 
여기까지의 내용만 보더라도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의 소지가 매우 많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국토부와 국방부 등 정부는 항만 운영에 관한 그림을 다 그려놓고, 제주에는 '무역항'이란 그럴듯한 명칭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제주도와 국방부간 민항과 군항의 '공동사용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이의 내용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입법예고 내용을 보면 이미 판은 다 짜여진 듯 하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라 이의 내용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국방부 입법예고 내용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민항'이란 것이 유일하게 부대장이 지정하는 크루즈선박에 한정된다면, '민항' 내지 '무역항'이란 타이틀이 어줍기만 하다. 제주도정의 제대로 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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