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주민들..."한마디 말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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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은 주민들..."한마디 말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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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와흘 주민 LPG시설 반대 논란...'소통의 부재' 아쉬움

지난해 여름께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본동과 상동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쯤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근을 지나던 마을 주민들은 무슨 시설물이 들어설까 궁금해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반년여가 지난 올해초가 되어서야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서 진행중인 공사가 액화석유가스(LPG)충전시설이 들어서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뒤늦은 소식에 주민들은 분을 내기 시작했고, 마을에는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3월께 열린 조천읍 이장단 회의에서는 연대투쟁을 결의했고, 오는 4일에는 제주시청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들 나름대로, 사업자는 사업자 나름대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논란이 일고 있는 LPG충전시설은 법적인 절차를 모두 이행했을 뿐더러 이미 4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에는 힘든 모습이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혹자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 Yard)'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와흘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만 위험시설이 들어서지 않으면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이 억울해 하고 것은 위험시설이 들어서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큰 분노를 느꼈다.

한 주민은 "위험시설의 허가가 어떻게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날 수가 있느냐"며 "그동안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 한번 없이 허가를 내주었다"고 분을 냈다.

아무런 소통 없이 사업이 추진된데 따른 억울함이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당국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진행된 사업'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LPG충전시설의 경우 법적으로는 굳이 주민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행정당국은 관련시설의 안전성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하 깊이 매몰된 LPG탱크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근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달말께 LPG충전시설 사업자측은 주민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앞으로 조천읍 마을발전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화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뒤늦게 취한 제스처에 '괘씸죄'가 적용된 탓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 같은 내용을 건설 사업이 진행될 무렵 미리 주민들에게 알렸다면 어땠을까.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앞으로 마을발전에 힘을 쓰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토록 문제가 불거졌을까.

이러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만을 외친다면 '님비현상이네 뭐네'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우선순위가 틀린 듯 하다.

결국, 조천읍 LPG충전시설 논란은 앞으로도 뾰족한 수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가 가진 가장 큰 고질병으로 꼽히는 '소통의 부재'. 제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새라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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