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의 '화려함', 그리고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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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의 '화려함', 그리고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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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38> 화려한 봄축제와 그 이면

요즘 제주는 봄 축제가 한창이다. 벚꽃, 유채꽃, 고사리축제까지...

모처럼 날씨도 따뜻해서 온 식구들이 조카들하고 체험학습 겸 가족 나들이를 나선다.

며칠 전부터 텔레비전에서 ‘세계자연과의 만남, 몽클락헌 고사리와 함께’라는 주제로 제18회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가 열린다는 광고문구가 떠올라 고사리 축제가 열리는 남원읍 수망리로 향했다.

수망리는 친구랑 같이 드라이브 하면서 여러 번 지나가곤 했던 곳이지만 행사하는 곳엔 처음이라 그런지 집을 나설 때부터 동심으로 돌아간 아이마냥 마음이 한껏 들떴다.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이 볼에 닿을 때 지그시 눈을 감고 나만의 세계에 심취했다.

그러기도 잠시,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짜증나리만큼 자동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관광시즌이라 그런지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한쪽으로 줄지어 나란히 서 있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마냥 신나서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찍기에 분주하다.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아장아장 걷는 두 아이의 가족, 젊은 청춘이 아니랄까 봐 팔짱 꼭 끼고 다정하게 가는 연인들, 행사장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막상 도착해 보니 처음 출발할 때 들뜬 기분과는 달리 너무 많은 인파들로 인해 나는 돌아가고 싶었지만 같이 동행한 가족들을 생각해 인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조카들과 사진을 찍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멀리서 등산용 배낭이며, 갖가지 가방과 포대에 고사리 가득 담아 메고 입
가에는 웃음 띤 사람들이 보였다.

고사리꺾기 체험은 아침 일찍 시작해 이미 종료가 되어 있었다. 가방 가득 고사리를 짊어져 오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어차피 우리 가족은 고사리 꺾기 체험에는 애당초 예정에 없었기에 서운한 마음은 생기질 않았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나가다 보니 시원한 음료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 있어 조금 쉬어갈 겸 들러 제주의 훈훈한 인심이 담긴 음료수를 얻어 마시고는 다시 가족들과 함께 둘러보았다. 또 한쪽에선 고사리 음식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건조과정을 재현해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반주에 맞춰 노래가 흘러나와 가서 그야말로 전국노래자랑을 방불케 하는 노래경연대회가 한창이었다.

음정, 박자 무시하고 막 흥에 겨워 노래하는 아저씨, 막춤의 진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온 몸을 흔들어대는 아줌마들, 그 옆에 뭣 모르면서 덩실덩실대는 어린꼬마들의 모습을 보며 웃어대는 사람들, 정말 흥분의 도가니 현장이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행사장의 단골손님인 먹거리가 보여 한 곳에 자리잡고 이것저것 시켜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 포장마차에서 큰 언성이 들려 힐흘끗보니 가족단위로 같이 놀러온 남자 성인 둘이서 술에 취해 급기야는 주먹질까지 해서 애들은 울고, 아내들도 말리다 지쳐 울기까지 하는 것이다.
 
경찰이 출동해서야 겨우 진정되는 듯 했다.

우리들은 시켜놓은 음식도 다 먹지 못하고, 조카들을 데리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기에 가보니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못하고서 그냥 돌아와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 좀 아쉬웠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관광명소 중 한 곳이다. 축제 하나를 치르더라도 다른 지역의 관광지와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제주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하여 자원화시킨다면 관광 산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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