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취임 100일 회견', 왜 머쓱하게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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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의 '취임 100일 회견', 왜 머쓱하게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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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두 시장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꼭 했어야 했나?
제주시 성과 'FTA대책 수립'?...서귀포 '해군기지 문제'는 빼고?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의 두번째 행정시장인 김상오 제주시장과 김재봉 서귀포시장이 9일 '취임 100일'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갖고, 각각 성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들을 보면,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총선 등 복잡한 상황 속에서 꼭 '100일 축하'에 포커스를 맞춘 기자회견을 가졌어야 했느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그 자체 보다는, 회견을 해야 할 내용 보다는 '100일', '6개월', '1년'이란 세러모니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의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김상오 제주시장은 '10대 성과'에, 김재봉 서귀포시장은 '성과와 비전'이란 자료를 내놓았다.

물론 시정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란 점은 백번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각 행정시마다 '3꼭지' 거창한 자료를 내놓을 만큼 요란스럽게 100일 기자회견을 했어야 했는지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상오 제주시장과 김재봉 서귀포시장. <헤드라인제주>

▲김상오 제주시장이 내놓은 '거창한 성과',  한미FTA 대응대책이 1순위 성과?

우선 김상오 시장의 발표내용을 살펴보자.

김상오 시장은 '시장 취임 100일 주요 성과'로 해 그 첫번째로 한미FTA 발효에 따른 대응대책 수립을 제시했다. 농업분야 전문가 출신다운 파격적인 성과 제시다.

이어 △원도심 재생을 위한 인프라시설 확충 △1단체 1추진 과제 범시민 참여운동 추진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 △WCC 대비 생태.문화관광 탐방로 개설 △심야버스 운행 및 버스노선 변경 △2013년 신규 국고보조사업 발굴 △읍면동장 현장방문 시민의 다양한 의견수렴 △일선 읍면동 기능강화 조직개편 및 인력보강 △시민 중심의 민원.현장행정 강화를 성과로 내놓았다.

가지수가 무척이나 많다. 그러나 내용을 하나하나 깊이 들어가보면, 정말 자신있게 이 10대 성과를 거뒀다고 당당히 내놓을만 한것인지가 의문스럽다.

우선 FTA 문제다. 제주시장이 취임해서 한미FTA 발효에 따른 대응대책을 수립했다고 하는데, 적시된 내용들은 한결같이 종전부터 해왔거나, 제주도 차원의 대응책의 내용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 차원의 FTA 대응책은 '짜깁기' 내지, '재탕'이란 혹평을 받았던 내용들이다. 당장 수입 오렌지의 범람 속에서 불안감을 갖는 농민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내용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김 시장은 당당히 FTA 대책을 수립했다면서, 첫번째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설령 김 시장이 FTA 대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한미FTA 발효된지 이제 불과 한달이 지난 시점이고, 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마음을 생각할 때, 현 상황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다.

원도심 재생을 위한 인프라시설 확충도 마찬가지다. 구도심 재생사업은 지난해 무산되면서 구도심지역 주민들의 속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도시계획도로 사업 및 하수관거 사업을 추진했고,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칠성대 역사문화 자원화 사업을 시작했고, 옛 담배인삼공사 부지에 문화재 지구 추가 지정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외에는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 '1단체 1추진과제 범시민참여운동' 등은 캠페인성으로 100일만에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들이 아니다. 심야버스 운행 등은 우근민 제주지사 지시에 의해 추진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고보조사업 발굴은 아직 축배를 들때가 아니고, 읍면동 현장방문을 통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내용과 '시민중심의 민원.현장행정 강화'는 지극히 당연한 역할이다.

제주시는 김 시장의 취임 100일에 즈음해, "김 시장은 100일 간의 업무수행을 통해 농업분야 전문가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을 가진 행정가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었다"는 평가자료를 내놓았다.

실제 그렇다 하더라도, 취임 100일에 즈음해 간략한 소회정도 밝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미FTA 대응대책 수립 등 10대 성과를 맹목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방향적'인 평가이자, 자화자찬식 치적 홍보에 다름없어 보인다.

▲김재봉 서귀포시장의 성과와 과제, '해군기지'는?

두번째로 김재봉 서귀포시장의 경우에도 취임 100일 회견 내용이 무척 아쉽게 다가온다.

물론 특정 사업명을 열거하는 방식의 제주시와는 달리, 시정운영의 정책방향을 서술형으로 '성과' 중심의 내용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시정운영의 초점을 중심으로 해 서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차별화된 자원과 강점을 활용해 지역경쟁력 강화정책 추진 △희망프로젝트팀 구성 등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도시 조성 △환경.문화 자산의 글로벌 브랜드화 △산남북 불균형 해소를 위한 특별대책 추진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촘촘한 복지안전망 모델 구축 등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거나, 앞으로 추진할 과제 내지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김 시장이 제시한 100일 성과와 과제의 내용에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점이 의아스럽게 다가온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의 당면 과제와 전망을 설명하는데 있어 이 부분이 아예 빠져 있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다면 몰라도, 이왕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면 최소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짤막한 코멘트라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우근민 도정의 현실적 고민과 행정시장 고민의 '언밸런스'?

결론적으로 김상오 시장과 김재봉 시장이 '거창한 홍보자료'까지 시간들여 작성해 배포하며 꼭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어야 했나 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100일 을 맞아 솔직한 소회와 앞으로 과제에 대해 사심없이 얘기를 나누는 점이라면 모를까, 있는 실적, 없는 실적 몽땅 나열해 제시하는 형식은 진정성이 모자라 보인다.
 
사실 취임 100일만에 큰 실적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민들도 많지 않다. 100일이란 시간이 시정운영 방향을 구상하고 준비하는데만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짧았다면, 있는 그대로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은 더 커 보였을 것이다.

취임 100일의 세러모니가 우근민 도정이 직면한 현실적 고민과 뭔가 언밸런스 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김상오 제주시장의 '10대 성과' 자료 목록.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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