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실내 4.3위령제...유족들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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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실내 4.3위령제...유족들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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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 '강풍'에 실내 행사변경 봉행
"대강당은 좁고, 음향시설도 부실...무슨 위령제가 이래?"

제주4.3사건 제64주기를 맞은 3일 순간 초속 24m의 강풍이 불면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될 예정이던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사상 처음으로 실내 행사로 변경되자 곳곳에서는 유족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내 행사가 진행된 제주4.3평화기념관 1층. 입구에서부터 본 행사가 열린 대강당까지 유족과 참배객들이 빼곡히 서 있어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웠다.

본 행사가 진행된 대강당은 유족들을 수용하기에 비좁았다. 정부나 중앙 정치권 인사, 제주도내 주요 인사 등은 자리가 정해져 있었지만, 유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일부는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기도 했다.

평화기념관 1층에는 위령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대형스크린이 설치돼 있었지만, 모든 유족들이 지켜보기에는 부족했다.

스크린 앞 의자에 앉은 유족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의자를 찾지 못한 유족과 참배객들은 위령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까치발로 선 채 위령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대강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스크린 앞에 자리하지 못한 유족들은 평화기념관 1층과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봉행위원회에서 나눠준 책자를 통해 진행상황을 가늠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평화기념관 안으로는 바깥에서부터 찬 바람이 스며들고 있었지만, 난방시설도 돼 있지 않아 유족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가 평화기념관으로 옮겨 봉행되자, 유족들이 4.3평화재단 측에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가 평화기념관으로 옮겨 봉행되자, 유족들이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가 평화기념관으로 옮겨 봉행되자, 유족들이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실시간 중계의 음향시설도 문제였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추도사는 물론, 우근민 제주지사의 주제사,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의 추모사, 추모시 등도 전달되지 않았다.

참석하기를 요구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김황식 총리가 참석한 것도 모자라, 김 총리의 추도사마저 들리지 않자 일부 유족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한 유족은 "김 총리라도 왔으면 뭐라고 말하는지 들려야 하는데 하나도 듣지 못했다"며 "날씨 때문에 급하게 변경했다고 하지만 준비가 너무 미흡한 것 아닌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4.3희생자 위령제인데 유족들은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높은 사람들만 들어가 있다"며 "유족을 배제하고 진행되는 이게 무슨 위령제냐"고 성토했다.

앞서 김 총리 등이 대강당 안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불만이 빗발쳤다.

유족들이 바깥의 강한 바람을 피해 평화기념관 안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김 총리 등이 도착하자 공무원들이 유족들을 밀어내며 길을 만들었다.

유족들은 "(이명박 대통령도 아니고) 총리가 오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우리를 밀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위령제 마지막 순서로 헌화 및 분향이 진행됐지만, 실내가 비좁음에 따라 이마저도 일부 주요인사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유족들은 여러 면에서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헤드라인제주>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가 평화기념관으로 옮겨 봉행됐다. <헤드라인제주>
제64주기 4.3희생자 위령제가 평화기념관으로 옮겨 봉행됐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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