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은 4.3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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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은 4.3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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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인 김경훈 / 제주의 자존을 위하여

응원경찰
통행금지
해안봉쇄
체포연행
예비검속
생명파괴
대량학살

제주4・3의 피와 살과 뼈로 기초된 대한민국이
이제는 강정이라는 처녀 하나 제물로 바치라 한다
-졸시, 「강정은 4・3이다 1 -옛날과 그대로다」 전문

정부는 제주도민의 자존을 짓밟으며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일사천리로 강행하고 있다. 4・3으로 제주도민들을 학살하고, 이제는 43톤의 화약으로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있다. 제주4・3이 현재의 강정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정이 4・3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자들이 있다.

‘제주4・3사건’이라 함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해군기지반대투쟁’이라 함은 2007년 5월 14일 제주도가 해군기지를 강정마을에 유치한 이후부터 2013년 2월 13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주해군기지건설 백지화를 공포한 날까지 강정주민을 비롯한 수많은 양심세력들이 거대권력과 자본에 맞서 가장 평화적이고 가장 국제적인 연대로 미군기지를 저지하여 마을의 공동체를 지켜내고 평화의 미래를 열어나간 투쟁을 말한다.

누가 강정을 4・3 아니라고 말하는가

눈 못 감고 죽어간 영령들이
부릅뜬 눈으로 강정을 호곡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강정을 4・3 아니라고 말하는가

4・3에서 평화와 인권을 배웠다는 이들이여
인권이 낭자히 유린되고 평화가 처참히 깨지는데

왜 강정은 4・3이 아니라고 하는가

제주의 자존自存이 구겨진 휴지처럼 뒹그는데
무관심과 방관으로 역사의 무덤을 파는 이들이여

그 무덤엔 후손들이 풀 하나 뽑지 않을 터이니
4・3을 거느려서 화해와 상생을 말하지 말라

왜 강정이 4・3인지도 모르는 이들이여
-졸시, 「강정은 4・3이다 2 -누가 강정을 4・3 아니라고 하는가」 전문

보라! 지금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들을! 이 현재화 된 4・3의 현장을! 응원경찰, 통행금지, 해안봉쇄, 무차별 체포연행, 예비검속, 무수한 생명의 파괴와 학살, 그리하여 공동체와 제주도민의 자존이 파괴되고 있는 이 역사적 현실을! 제주도민의 피와 살과 뼈로 기초된 대한민국이 이제는 어여쁜 강정이라는 처녀 하나 제물로 상납하라는 이 강요된 국가주의의 참상을!

정부는 4・3때와 같이 국가안보라는 무소불의의 힘으로 제주도민들을 고착하고 억압하고 있다. 제주도의 천혜의 자원이나 도민들의 의견은 단지 쓰레기로 취급될 뿐이다. ‘우리도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우리를 벌레로 보지 말라!’는 강정 주민들의 절규는,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라는 4・3 당시의 미군정의 말에 묻혀 버린다.

4・3때,
미군정은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

지금,
미국은
지들끼리 싸우든 말든, 우리는 기지로 쓰기만 하면 된다!
-졸시, 「강정은 4・3이다 7 -미국」

그들이 보기에는 4・3당시 제주도민들은 파묻어야 할 악성 전염병 보균자였다.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징그러운 해충이었다.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강정주민들 또한 한 표 아쉽지 않은 3등 국민이자 귀찮고 성가신 티눈이나 다래끼 같은 존재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4・3당시에는 무조건 무차별 학살이 자행되었다. 지금 강정에서는 2만 원짜리 경범죄에 대해서도 체포 연행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구럼비에 들어갔다고 현행범 체포해서 달랑 2만원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웃지 못할 코미디다.

4・3당시 강정에 의인義人이 있었다. 그분이 목숨을 걸고 강정주민들을 많이 살렸다고 한다. 지금 강정에도 많은 의인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강정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외부세력들’이다. 정부와 일부 호들갑 언론들은 ‘전문 시위꾼’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양심세력들’이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의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 ‘미타쿠예 오야신’을 실천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막으려다 구속된 후 무려 71일의 단식을 결행했던 양윤모 영화평론가. 이제 다시 구속된 이후 옥중에서 40일 넘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강정 구럼비와 미타쿠예 오야신*
운명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옳지 않은 일을 우겨대는 것들에 맞서
죽음으로 세운 창의倡義의 깃발

그 4・3처럼
목숨 건 단식

모든 생명을 위해 자신을 던져
그대로 역사가 되려는 사람이 있다

이 시대 야윈 의義의 부활을 위하여
스스로 야위며 바위가 되려는 의인義人이 있다
-졸시, 「강정은 4・3이다 4 -의義, 양윤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이라고 말하지 말라. 동시대 팔레스타인에서도 65일 동안 이어진 33세 청년 카데르 아드난의 단식투쟁이 이스라엘의 불법 구금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카데르 아드난을 살리는 것은 우리 자신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라며 수많은 이들이 지지단식에 돌입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카데르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해군기지 설계 오류에 대한 재검증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하자는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도민사회의 의견을 일언지하에 묵살해버렸다. 그러고는 불법엄단 운운하는 케케묵은 위협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제주도의 자존은 바람에 날리는 구겨진 휴지처럼 비참하게 날려가 버렸다.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을 대표해서 무너진 자존을 세워야 한다.

20년 전,
다랑쉬굴에서 4・3유해가 발견되었을 때,
당시 도지사는,
뼈 하나만이라도 주면 양지바른 곳에 고이 안장하겠다는,
유족들의 바람을 외면한 체,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버렸다.
정보기관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오늘,
제주의 자존이 휴지처럼 구겨져 바람에 뒹구는데도,
현 도지사는,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도민들의 염원을 못 들은 체,
시간만 질질 흘리고 있다.
정부당국의 압력이 있다고 한다.

역사에 남을 자존의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오늘, 다랑쉬굴을 바라보면서 아무도 도지사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처럼,
내일, 강정을 바라보면서 어느 누구도 도지사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주도역사지 어느 구석쯤에
다랑쉬와 강정의 무소신 도지사가 같은 인물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졸시, 「강정은 4・3이다 6 -다랑쉬굴과 강정」

그렇게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일을 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형태의 4・3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자존을 위하여 자강불패自彊不敗의 깃발을 들자.

어디로든 길이 막혀 온통 절망과 죽음뿐이던
그 4・3과는 달리
강정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
구럼비 바위 속 흐르는 할망물도 춤 춘다
-졸시, 「강정은 4・3이다 5 -다른 점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제단에 바쳐질 제물이 아니다. 강정은 가장 작은 고을지만, 강정으로부터 세계평화가 시작이다. 그 싹이 자라 이미 하나의 나무로 거대하게 커가고 있다. 강정은 제물이 아니라, 4・3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할 하나의 거대한 희망이다. 그 자체로 이미 거대한 거대한 평화다.

오늘의
강정은 역사적 현실이다
눈앞에서 역사가 쌓여가고 있다
우리의 의로운 족적이 그대로 역사가 된다면
먼 훗날
강정은 평화의 진원지라고
후손들은 또랑또랑 역사를 읽을 것이다
그 옛날
제주4・3을 이제
평화라고 이름하는 것처럼
-졸시, 「강정은 4・3이다 3 -역사를 산다는 것」

<시인 김경훈>

   
김경훈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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