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의 추억, 백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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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의 추억, 백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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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37> 백호기 축구대회

새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3월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모든 학교들이 3월초에 입학식을 하면서 설렘과 새로운 마음으로 봄과 함께 시작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흥밋거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제주출신으로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학창시절 한번 씩은 겪어봤을 행사. 이맘때면 기다려지는‘백호기 축구대회’다.   
 
제주도내 최대규모의 행사이자 스포츠 이벤트인 백호기 축구대회는 제주 축구를 동네축구에서 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당시 참가 팀은 초등부 5개 팀에 불과했지만 출전 팀에 대해 철저하고 다양한 홍보로 축구 붐을 일으켜 2000년에는 초등부 9개팀, 중학부 4개팀, 고등부 5개팀,  올해는 남초등부 8개팀, 여초등부 2개팀, 중등부 6개팀이 출전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며 제주축구의 기반을 다져 놓았다.
 
제주 축구 수준을 도약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했으며, 스타 탄생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FIFA 월드컵이 낳은 스타 최진철을 비롯, 신병호, 이종민과 오장은, 정성룡, 홍정호 등 백호기가 배출한 내로라하는 축구 스타들이 당당한 K리거로 성장, 소속팀에서 대들보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재학생과 동문이 하나가 되는 응원전은 백호기 축구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볼거리가 됐고 백호기 축구대회가 곧 도민축제의 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등부축구는 백호기 축구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도민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 고교 선수들도 기량이 프로 못지 않은 실력과 전술로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친다. 직접 운동장에 가서 오라벌에서 펼쳐지는 고교 축구선수들의 패기 넘치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직접 볼까도 생각했는데 같이 갈 친구가 없어 아쉽게 TV로 보는 데에 만족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1학년 때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고 하교를 서두를 즈음 3학년 학생회 간부로 보이는 선배가 들어와 '내일 점심시간에 선배 교육이 있으니 전부 교련복 차림으로 등교하라'고 하고는 아무 말 없이 나가자 우리는 어리둥절하며 다음 날 다가올 엄청난 일을 예상치 못한 체 즐거운 기분으로 하교를 하고 다음 날 등교를 하는데, 1학년 전체가 교련복 차림으로 등교를 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친구들이 2,3교시 끝나면 점심을 부지런히 먹는 것이다. 난 영문도 모르고 점심을 서두르며 먹는 친구들을 보며 속으로 ‘한심한 놈들 저렇게 먹고 점심시간에 푹 놀려고 작정했구나.’하며 한심하게 지켜보았고,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들고 맛있게 먹으려는 순간 실장이 다가와서 선배님들 교육 들어오실 거니까 도시락을 집어 넣으란다.

배고픔을 뒤로하고 도시락을 집어넣는 순간 학생회 간부로 보이는 덩치가 큰 선배들이 하나 둘씩 교실 안으로 들이닥친다. 순간 교실 안은 침묵이 흘렀고, 삭막한 기운이 들 무렵 학생회 간부들이 우리 1학년 학생들을 한 사람씩 지적하여 교훈이라든지 학교에서 지켜야 할 교칙 등 응원구호 응원가 교가를 시켜서 못하는 사람은 약간의 구타와 체벌이 가해졌다.
 
그럴수록 반 친구들은 얼굴이 상기되고 몸은 얼음장이 되어 어떤 친구는 덜덜덜 떠는 친구들도 있었다. 완전히 군대식 교육이었다. 난 몸이 불편하다고 선배님들의 배려로 뒤로 열외 되어 체벌을 받는 친구들을 보며 측은해 보이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라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웃으면 안되기에 참느라 더 혼났다.
 
내 고교시절 때만 해도 항상 학기 초에 어느 고등학교를 막론하고 자기가 속한 학교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선배교육을 하곤 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응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 학교 학생들의 말을 옆에서 들어보니 “에이, 오늘 우리학교가 졌으면 좋겠다. 이기면 내일 또 응원가야 되잖아.” 하는 것이다.
 
우리 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때는 상대방 학교에 패하면 응원하던 학생들이 분을 삭히지 못해 상대방 학생들과 충돌해 사고가 자주 생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게 다 추억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만발의 응원 준비로 나온 결과가 구경 간 동문과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 백호기의 하이라이트는 살아 있는 인간 네온싸인 바로 재학생들이 펼치는 신나는 응원전에 카드섹션이다. 손으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정교하고 섬세한 부분들이 돋보였고, 문구들을 하나씩 연출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도내에서 치러지는 축구대회지만 고등학교 응원전이 전국에서 인정하는 제주고교의 카드섹션! 인터넷을 통해 ‘인간 전광판’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소개 된 적도 있다. 제주축구가 그만큼 발전 됐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이제 곧 내 모교와 대기고등학교가 준결승 경기를 벌인다. 작년에는 백호기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다면 4강을 넘어서 대회 2연패의 영광을 누렸으면 좋겠다. 후배들아 파이팅!!.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병변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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