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금지령"...이젠 강정 바다까지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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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힐 금지령"...이젠 강정 바다까지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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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경의 해군기지 공사수역 수상레저 금지의 위헌성
국가권력의 명백한 기본권 침해..."오로지 해군기지 위해서?"

서귀포해양경찰서가 22일 기가 막힐 '금지령'을 내렸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바다에서는 앞으로는 어떠한 수상레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이다.

이의 내용을 보면 금지해역은 강정항 동방파제 끝단부터 오탁방지막을 포함한 제주해군기지 공사 해역이다.

모터보트, 고무보트, 카약 등 모든 동력.무동력 수상레저기구가 금지대상이다.

해경은 이를 어길 경우 수상레저안전법 제59조 제1항 제7호에 의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육상 사업구역에 이어, 강정 앞 바다까지 '금단의 땅'으로 설정된 것이다.

이 내용은 23일 공고 후, 20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내달 13일부터 시행된다. 기간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끝나는 2015년 12월31일까지다.

말이 3년이지, 앞으로 항만건설이 완료되면 이곳은 군사기지로 운용되면서 자유로운 출입이 안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영원히 이곳의 출입을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해경의 이 금지령은 과연 적법한 권한 행사일까.

먼저, 금지를 하게 된 목적이 명확한가의 문제이다. 해경은 금지구역을 설정한 이유로 '안전'의 문제를 내세웠다.

"현재 민군복합항 공사해역에서 본격적으로 수중 평탄화 작업, 부지정지작업 등으로 바지선과 작업선들이 수시로 운항하고 있어 공사해역에서 수상레저활동을 할 경우 수상레저활동가들의 안전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게 되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그렇다는 것이다.

해경의 이 이유는 진심일까. 그러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사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강행을 천명하자 마자 국무총리실에서 소집된 긴급 비공개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해양경찰청 차장이 참석했다.

이후 정부와 해군은 지방정부의 의견까지 깡그리 묵살하며 경찰공권력을 투입시켜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막아서는 가운데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강행했다.
 
육상에서는 경찰력들로 꽁꽁 차단된 속에서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해상이었다. 무동력 기구인 카약이나 헤엄을 쳐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일같이 충돌이 발생했다. 해경은 고무보트로 카약이 진입할 때마다 정면으로 막아서면서 카약이 전복, 사람들이 물에 빠지는 사고도 수차례 있었다.

이 대응과정에서 해경이 보여준 모습은 '공사의 방해물 차단'이 1차적 목적이었지, 수상레저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한 목적은 분명 아니었다.

해경의 목적은 지난 2일 제주를 방문한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반대단체의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가 대처하라"는 지시에 충실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해경은 수상레저안전법 제25조(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의 지정 등)의 규정을 적용해 강정 해안을 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그것도 동력 수상레저기구 뿐만 아니라 무동력까지 포함시켰다.

불가피하게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법률로서 제한해야 하며, 권리침해 정도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하고, 금지구역의 내용을 확대해 적용했다면 이는 분명 기본권 제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것이다.

금지구역 설정 기간을 넓게 설정한 것도 그렇고, 구체적인 금지사유로 무동력 기구까지 포함하면서 사실상 포괄적인 전면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이는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두번째, 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 지정에 앞서 행했다는 의견수렴 결과를 제대로 반영했느냐 하는 문제이다.

해경은 강정마을회와 수상레저동호회, 수상안전연합회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실시한 결과 강정마을회 등 일부 단체에서는 금지구역 지정에 반대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수상레저활동가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금지구역 지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한 직접적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강정마을회가 반대했음에도 설정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즉, 의견수렴은 하나마나 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법을 보면 금지구역 설정은 해양경찰서장 뿐만 아니라 시장.군수.구청장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단독적으로 부여된 권한이 아닌 만큼, 관계기관과의 협의는 당연하다. 서귀포시장이나 제주도 관계부서와 정확한 협의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주민의견 수렴 결과 직접적 이해당사자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도 큰 문제이지만, 서귀포시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해경의 권한남용에 다름없다.

이는 불가피한 제한이 아니라,오로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격이다.

강정마을의 구럼비 해안을 비롯해, 제주해군기지 육상부지 일대가 주민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바다 마저도 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다.

해경의 이번 금지공고는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해경이 강정 앞바다에서 구럼비 해안으로 이동하려는 주민들을 통제하는 모습. 해경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와 관련해 강정 앞바다 일대를 장기간 수상레저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논란을 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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