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호소문, 정부는 이젠 '막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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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호소문, 정부는 이젠 '막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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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정부 제주해군기지 '우격다짐' 논리와 등 돌린 민심
'호소문'에 담긴 정부의 '이중성'...이젠 거짓과 왜곡 여론몰이?

지방정부의 의견까지 묵살하며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가 14일 지역일간신문 광고를 통해 '제주도민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을 발표했다.

호소문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6명의 명의로 돼 있다.

'존경하는 제주특별자치도민,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이라는 깍듯한 예우의 표현으로 서두를 시작한 호소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제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부는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 서두 글에 이어진 본론.

첫번째로는 "민군복합항은 국가안보와 제주발전을 위해 건설되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취임 4주년 때 밝혔던 내용의 맥락 그대로다.

두번째로는 최대 논란거리인 15만톤 크루즈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여부에 대해 밝히고 있다.

"15만톤 크루즈선 2척이 안전하게 입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공인된 전문기관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안전한 입출항이 입증되었습니다."

세번째로는 그동안 강정마을에서 마을총회에서 유치를 희망했고, 그동안 설명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도민의 소중한 의견을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해 왔습니다."

네번째 언급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반대시위 등에 대한 강경한 대처입장이다.

"합리적인 제안은 최대한 수용하되, 불법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은 최대한 수용하겠습니다. 불법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습니다. 공사는 계속 추진하고, 지역주민의 불편은 최소화하겠습니다."

다섯번째로는 지난 국가정책조정회의 때 제시했던 지역발전계획 추진계획의 '선물'을 언급하고 있다.

"강정지역을 중심으로 1조 771억원 규모의 지역발전계획이 추진됩니다. 좋은 일자리가 제공되고 주민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국비가 불과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쏙 뺐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요구한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언급도 뺐다.

마지막 여섯번째 마무리 글은 다시 '호소'의 내용이다.

"세계 최고의 관광미항이 건설되도록 도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십시오.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에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호소문을 살펴본 느낌은 정부가 이제는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통해 제주사회의 '자존'을 무참히 짓밟고 막장으로 가자는 것 외에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째, 정부는 정말 제주도민을 '존경'하고 있는가.

처음 서두에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말 제주도민을 존경하고 강정주민들을 존경하는 마음이라도 털끝만치라도 있었으면 이런 호소문이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강정의 상황이 일촉즉발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뭣 때문인가. 국방부와 해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소수 반대하는 사람' 때문인가.

지난 7일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해 항의하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함 속에서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강행하면서 현재의 대혼란 상황이 초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대해 단 한마디의 '유감' 표명 조차 없다.

이것이 제주도민을 존경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지방정부인 제주특별자치도, 그리고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 제주도당까지 나서 크루즈항 선박 시뮬레이션 검증을 실시하고, 공사를 일시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호소문을 발표한다면, 최소한 제주사회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이라도 밝혔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의례적인 단어처럼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는 갖다 붙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주도민을 존경하고, 강정마을 주민을 '존경'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부분은 단 한 줄도 없다.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을 밝히며 백성들은 '닥치고 따를 것'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두번째,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은 객관적인 상황 설명이 아니라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경위를 사실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정부의 일방향적인 입장 뿐이다.

서두에서는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라는 표현으로, 마치 일부 제주해군기지 찬반세력의 갈등에 의해 빚어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지금의 문제가 일부 찬반세력의 갈등으로 보이는가.

제주자치도와 도의회, 새누리당 제주도당,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교수사회,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등 지방의 주요 기관들조차 지금의 정부 강행방침에 우려를 표하며 크루즈항 검증과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정부방침은 무조건 옳고, 지방정부를 비롯한 제주도민들의 반론은 철저히 묵살하며 마치 '소수 반대세력'으로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크루즈선 2척의 안전한 입출항과 관련해, 공인된 전문기관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안전한 입출항이 입증됐다고 하는 부분도 그야말로 일방적 주장이다.

이미 제주자치도에서는 국방부에서 단독으로 시뮬레이션을 할 경우 객관적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공동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가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시뮬레이션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요구를 묵살한 이융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함이 없이 '우격다짐'식의 우겨대기만 하고 있다. 뻔히 드러난 사실을 갖고 제주도민들에게 이런 우격다짐 논리를 펴는 것은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분명한 사실왜곡이다.

정부가 진정성이 있다면, 제주도에서 요청한 내용에 대해 왜 수용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해야 한다.

세번째, '합리적인 제안은 최대한 수용하되, 불법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뻔뻔함의 극치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해군기지 건설강행 방침이 발표된 후, 최소한 지방정부의 의견을 단 한번이라도 귀담아 듣기라도 했나?

민선 도지사인 우근민 제주지사가 '4인 공동입장'까지 내며, 크루즈항 검증문제와 일시 공사보류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오로지 '짜여진 각본'대로 공사강행에만 혈안이 돼 있다.

합리적인 제안을 하더라도 단박에 매번 거절하며 제주도민의 '자존'을 짓밟고 있는 정부가 "합리적인 제안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말을 또다시 언급한 것은 여론호도용 내지 뻔뻔한 거짓말에 다름없다.

이 호소문의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진정이라면 현재 제주자치도가 건의한 선박시뮬레이션 검증 및 공사 일시중단의 내용부터 검토해 그에 대한 답부터 줘야 할 것이다.

또 "불법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라는 입장도 심히 우려스럽다. 지방정부인 제주도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중지시키려는 성난 민심을 '불법'으로 몰아세우려는 듯한 분위기다.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도 수용하지 않고, 대화의 창구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정부의 '불법세력' 운운 주장은 강압통치를 하겠다고 선전포고로 비춰진다.

결국 이 호소문은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다시한번 짓밟고 있다. 뻔히 드러난 공공연한 사실조차도 정부는 상황을 왜곡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군기지 강행입장이 천명된 후, 제주사회의 민심은 이미 들끓고 있다.

경찰공권력의 '힘'으로 성난 민심을 탄압하고, 끝내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강행한 정부에 민심은 이미 등을 돌렸다.

최악의 충돌로 돌이킬 수 있는 엄청난 화를 부르는 '막장'으로 가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

공사를 중단하고, 제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상황은 '막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헤드라인제주>

정부 6개 부처 장관 명의로 발표된 제주해군기지 문제 관련 '제주도민께 드리는 호소문'.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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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2012-03-16 22:02:01 | 121.***.***.150
뻔뻔한 호소문. 제목이 너무 좋다
헤드라인제주 기사는 언제 읽어도 너무 좋아요 ^^

구름비나무 2012-03-14 17:00:46 | 112.***.***.135
저런걸 보고 제주도말로 거짓갈이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