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 '거부' 초강수, 해군기지 공사 중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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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 '거부' 초강수, 해군기지 공사 중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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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마지막 승부수', 우 지사 '4인 공동입장' 배경과 전망
정부 일방적 발표 큰 반발 자초...검증요구 수용여부 관건

정부가 지난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발표한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강행방침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듯, 줄곧 의견수렴 일정만 가져왔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5일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발표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대한 입장은 우 지사를 비롯해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김동완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 김재윤 민주통합당 김재윤 '4인'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가안보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큰 틀의 당위성을 갖고, 기존의 항만설계로도 15만톤급 크루즈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이에대한 '4인 입장'은 한마디로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강행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는 '거부'라는 거친 표현까지는 쓰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빠른 공사추진의 명분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사실상 '수용 거부'로 해석됐다.  정부입장에서는 공사강행의 명분에 결정적 태클을 받은 셈이다.

'4인 입장'은 명실상부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 현재의 항만설계와 관련해 제기되는 논란에 대해 '공정한 검증'을 하자는 것이 주된 요구다.

이 '공정한 검증'이 바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풀어야 할 선결과제로 들었다.

정부가 이번 정책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국방부 단독의 선박시뮬레이션 결과자료는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국방부 단독 시뮬레이션 자료는 못믿겠으니, 공동시뮬레이션을 통해 재검증을 하자는 요구인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 검증요구가 이번 입장의 핵심 포인트로, 우 지사는 이 부분에서 이번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 검증요구가 받아들일 경우 사전에 짜여진 거대한 작전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해군기지 공사는 일순간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지사를 비롯한 4명은 "국가 이익과 제주발전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며, "그러나 지금의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책적 판단근거를 갖고는 여전히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은 해군기지 위주의 사업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절차"라며, "그래야 논란과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승적으로 이 검증을 수용하고, 공정한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모든 공사를 일시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단'이란 말 대신 '일시 보류'란 말을 꺼내든 것은 가급적 정부를 자극시키지 않기 위한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검증이 수용될 경우, 이후 전개될 문제해결 과정에 대해서도 제시됐다.

공정한 검증이 실시되고, 이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면 민군복합항 정책 수용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총회에 부쳐지도록 책임을 지고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검증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곧바로 정책수용을 하지 않고 강정주민 총회에 부쳐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강정마을회가 민군복합항 정책 수용 여부에 대해 주민총회에 부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이번 공동입장을 낸 '4인'이 특단의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일련의 입장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국무총리실을 통해 담화 형식으로 발표된 국가사업에 대해 지방정부가 '반기'를 든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크게 경색될 것을 이미 각오한 듯, 우 지사는 매우 강경한 어조로 "정부가 반드시 수용해줄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제주도 관계관은 "오늘 4인 공동입장은 '공정한 검증'을 통해 그동안 제주도가 자체 검증TF팀 운영을 통해 제기해온 문제에 대해 확인하고, 또 검증결과 문제가 없다면 강정주민들로 하여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대한 정책수용 여부를 결정짓게 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공사를 하려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해 떳떳하게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발표된 사안에 대해 지방정부의 수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부 방침이 제주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는 수준의 일방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면서, 제주사회에서는 해군기지 찬반 입장을 떠나 '자존'의 문제로까지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찬성을 하는 입장이든, 반대를 하는 입장이든, 정부의 밀어붙이기 강도, 그리고 최소한 지방정부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거셌다.

여기에 방침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마치 모든 것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항만공사가 착수됐고, 곧이어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작업 준비가 강행됐다.

설계검증 문제 하나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채, 오로지 국가안보사업이라는 당위성 하나만 갖고, 지금의 강정마을의 문제를 일부 해군기지 반대세력의 억지주장에서 비롯된 것인마냥 몰아가려 했던 발상이 스스로 제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주도의 초 강경 입장이 나오기는 했으나, 앞으로 정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극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국가정책조정회의라는 최고위 결정기구에서 내린 방침이 스스로 상황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번복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항만설계 검증을 받아들이게 될 경우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모든 일련의 계획을 재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항만공사와 구럼비 발파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다.

물론 공동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실제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는 기간은 예상외로 최단기간 내에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증을 한 후, 강정마을 주민들의 총회에 부쳐야 하는 점 등이 남아있다.

이제 종전 강행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지, 아니면 반발여론을 진화시키기 위해 일정부분 검증요구를 수용할지, 정부의 선택만 남아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제주해군기지 문제와는 별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관계는 크게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강정주민과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의 의견조차 철저히 묵살하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를 시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측간 논란이 아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면으로 맞서는 양상을 보이면서, 제주해군기지 논란은 또다시 급격한 상황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우근민 제주도지사.<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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