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발파 '작전' 돌입...긴박한 강정 '일촉즉발'
상태바
구럼비 발파 '작전' 돌입...긴박한 강정 '일촉즉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정부 해군기지 구럼비 발파 '강행'...우려되는 '대충돌'
6일 첫 발파 예정, 화약장전 드릴작업 개시...경찰 '원천봉쇄' 돌입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의 강행방침을 밝힌 직후, 모든 시나리오는 이미 짜여져 있던 듯 밀어붙이기 공사강행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경찰 공권력이 대거 투입된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초비상 상황이다.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입장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해군이 바지선을 투입해 항만공사에 착수한데 이어, 3일에는 해군기지 시공사인 대림건설은 지난 2일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경찰에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월 시험발파 후 발파허가 신청을 해올 때 반려했던 것은 제주도에서 침사지 설치 등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며 "발파하면서 흘러내린 침출수가 바다로 그대로 유입될 것을 우려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파허가 신청서를 접수받은 경찰은 5일쯤 허가 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허가가 나가면 구럼비 첫 발파시기는 화요일인 6일로 잠정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측에서는 이를 정확하게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경찰쪽에서는 6일을 예상하면서 공권력을 이동시키고, 구럼비 화약장전 드릴작업 상황 등을 놓고 미뤄볼 때, 이 때 첫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10월6일 제주도의 강력한 중단요청에도 불구하고, 구럼비 바위 '시험발파'를 강행한 해군은 이번에 발파허가가 떨어지면 일사천리로 폭파작업을 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발파를 시작되면 부서진 바위조각들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해 수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폭파한다는 계획이다.

▲ 4.5m 깊이 '화약장전' 드릴작업 강행

이러한 발파신청과 동시에 해군측은 3일 구럼비 해안에서 이미 바위에 구멍을 내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인 대림건설 하청 3개 건설업체들은 이날 구럼비 해안의 발파 사전작업으로 바위에 화약을 장전할 4.5m 깊이의 구멍을 뚫는 드릴작업을 벌여 1곳의 천공작업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릴 작업은 4.5m 깊이로 해 여러군데에 뚫을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한때 4m 깊이까지 구멍을 내는 순간 지하수가 분출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서는 "지하수 분출은 사실이 아니다"며 "1군데의 드릴작업은 정상적으로 끝이 났고, 날씨 등을 봐 가면서 그 다음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육지부 경찰 투입 임박...경찰-해경 구럼비 '원천봉쇄'

발파공사를 앞두고 이미 경찰 공권력은 강정 구럼비로의 진입을 전면 차단하는 한편,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 원천봉쇄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강정마을과 해안가 일대에는 경찰력이 속속 증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3일 "강정마을에 약 5개 중대의 경찰력이 배치돼 벌써 포위작전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에만 현재 경찰 대형버스 10대 넘게 세워져 있는데, 확인된 것만 하더라도 강정포구에 6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 4대,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안쪽에 3-4대 정도가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들은 버스에 탑승한 채 출동대기 상태로 보이며, 3-4명 가량이 조를 이뤄 포구와 공사현장 주변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며 "마을쪽에는 올레꾼을 가장해 사복경찰이 돌아다니면서 감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너무 살벌하고 마을주민들의 신경도 많이 날카로워져 있는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찰력 증원 속에, 발파작업을 앞두고 육지부에서 또다시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경찰력이 강정에 투입되기 위해 제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파작업이 강행되는 날인 6일에는, 강정포구를 비롯한 해군기지 사업구역 내에는 경찰력이 총 봉쇄해 항의하는 주민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해경도 주민들이 카약 등을 타고 해상을 통해 구럼비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해경의 경우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공권력 행사에 나서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듯 했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2일 제주를 방문해 이례적으로 해군기지 반대단체의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해양경찰청장이 직접적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와 경찰, 해경까지 나서 공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무조건 엄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서는 '공안정국'과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긴박한 강정주민들....제주도-도의회 5일 입장 발표될 듯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강정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3일 오후 회의를 가지면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온 몸을 던져서라도 구럼비 발파만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험발파 당시 강력한 중단을 요청했던 제주특별자치도도 현 상황에 대해 크게 고심하는 분위기다.
 
제주자치도는 시험발파를 중단할 때만 하더라도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이용에 대한 도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험발파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발파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크루즈 입출항 문제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 발표와 구럼비 발파가 추진되면서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지난주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는 5일 상경해 제주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회는 5일 오전 11시 긴급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다.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은 3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정부방침에서는 제주의 의견이 상당히 묵살됐다"면서 "정부방침에 대한 도의회 입장과 함께 구럼비 발파공사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발표 직전 이미 '치밀한 작전' 세워졌었나?

그런데 현재의 일사불란한 정부와 공권력의 움직임을 봤을 때, 정부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방침'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치밀한 '작전'을 세웠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다.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난달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위성과 빠른 공사진행을 주문하는 기자회견 직후 가진 국무총리실의 관계부처 '비밀회의'에서 이미 결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 공사재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당시 긴급 비공개회의에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배제시킨채,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차장까지 참석하도록 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 및 정부의 공식입장 발표는 29일 이뤄졌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의 밀어붙이기 강행계획도 이 비공개회의에서 이미 결정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다음날인 23일 국방부가 15만톤 크루즈항 설계검증과 관련해 단독으로 수행한 선박 시뮬레이션 결과자료를 총리실에 제출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운 검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강정마을 등에서는 이미 정부가 '짜여진 각본대로' 국방부의 뻔한 결과물을 받은 후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빌어 공식화시켰을 것이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사전계획이 사실이라면 크루즈항 설계 문제에 대해서는 애초 제주도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오로지 공사강행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사회의 의견이 철저히 묵살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대대적인 공권력 투입 속에 해군이 구럼비 발파를 강행할 경우 최악의 충돌사태가 우려된다. 제주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4일 전개된 구럼비 발파 허가신청 반려를 촉구하는 1인시위. <사진=강정마을 사람들 페이스북>
3일 강정 포구에서 전개된 1인시위. <사진=제주주민자치연대 페이스북>
지난 1일 항만공사 착수와 더불어 강정포구에 배치된 경찰력. <헤드라인제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강정마을. <헤드라인제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강정마을. 사진은 지난해 10월 구럼비 시험발파 당시 모습. <헤드라인제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강정마을. 사진은 지난해 10월 구럼비 시험발파 당시 모습.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포감 2012-03-04 00:43:58 | 175.***.***.121
공안정국의 광기
아예 강정주민 다 쓸어버릴셈이냐
세상이 미치지 않고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