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뮬레이션 결과물도, 꼭 우격다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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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시뮬레이션 결과물도, 꼭 우격다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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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총리실 제주해군기지 최종 입장발표 계획의 우려
제주도와 도의회도 '인정 못한' 결과물...총리실만 벌써 '인정'?

이젠 국무총리실이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할 차례다.

국방부에서 제출한 제주해군기지의 크루즈 항만설계 문제에 대한 선박시뮬레이션 결과자료가 과연 최종 결정의 판단근거로 삼을 만한 객관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15만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자 마자 국방부가 자체 시뮬레이션 실시결과를 자료를 초스피드로 총리실에 제출하면서, 이를 근거로 정책적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총리실은 기술검증 결과에 대한 최종 검토결과 발표시기를 29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지금까지 나왔던 내용을 갖고 검토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의 발표라면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협의테이블에 함께 했던 국방부와 제주도, 국회의 입장을 망라해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추가 검증을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면 발표내용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그게 아닌 듯 하다. '최종 결론'을 내릴 태세다.

국방부가 항만설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자료를 총리실에서 전달된 후 결과발표 계획 얘기가 나왔으니, 어떤 결론이 제시될지는 뻔해 보인다. 이미 판단이 섰다는 얘기다.

이러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시간적 여유없이 일정을 급박하게 가져나가고 있는 점, 다른 하나는 항만설계에 대한 기술적 판단에 대한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국방부 입장만 수용하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계산된 '작전'이 아니고서야, 과연 물리력으로 29일 최종 검토결과 발표가 가능한 것일까.

총리실이 직접 꾸려 운영했던 기술검증위가 검토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지난 14일로, 불과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당사자인 제주도에서도 이제야 막 기술검증 결과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제주도로부터 기술검증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제주도의회에서도 이제야 입장정리를 했다.

제주도가 27일 총리실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의 선박시뮬레이션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증위원회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의 자료에 해당하며, 검증위의 최종결과가 반영된 자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이 논란에 대해 국방부와 제주도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추가 검증을 하지 않고 종결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검증위가 채택한 검토보고서의 건의 내용을 갖고 선박시뮬레이션을 단독으로 수행해 지난 23일 이 결과를 총리실에 통보했다.

결론은 15만톤급 크루즈가 안전하게 입ㆍ출항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내려졌다. 검증위에서 제기한 설계풍속, 횡풍압 면적, 항로법선 등 항만설계 기준 변수값을 새롭게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제주도와 도의회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는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선박 시뮬레이션 수행 시에는 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 조종자의 주관적 능력, 판단 등이 중요한데, 해군이 제시한 시뮬레이션 자료는 해군 측의 일방적 자료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시뮬레이션의 특성상 결과만으로는 전문가조차도 조종자의 주관적 판단 적정성 및 그 자료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파악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시행한 결과물만을 갖고 객관성이 있다, 없다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에 보낸 의견서의 결론은 제주도와 해군이 각각 동수(同數)로 추천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뮬레이션이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27일 채택한 결의문도 제주도의 의견과 거의 같이하고 있다. 이미 제출된 국방부 시뮬레이션 자료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그렇다면, 국방부 시뮬레이션 자료에 대한 가치 판단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정책적 판단의 근거로 삼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총리실은 검증위 보고서에 대한 후속 검증이 다 끝난 것처럼 하며 29일 최종 검토결과를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판단보다는 짜여진 틀의 수순대로 정치적 결정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해 정부의 구상은 드러날 만큼 다 드러나 있다.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공사를 빠르게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자, 정부와 군(軍)은 오로지 '공사 재개'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밀어붙이기를 하겠다는 심산인 듯 하다.

그러나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돼야 한다.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지금 민선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 그리고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에서까지도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순리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국방부 자료를 근거로 해 '문제 없음'이란 검토결과를 내놓으며 공사재개를 강행하려 한다면 거센 반발을 부르는 것은 물론, 정부의 신뢰성 문제로 직결될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조차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제주도민들,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지금의 제주해군기지 논란은 공권력을 앞세워 우격다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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