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크게 잃어버린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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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크게 잃어버린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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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윤용택 교수의 '4년전 시론'과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4년이 되었다. 논자는 4년 전, 정확히 말해서 2008년 5월 5일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제주일보에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릴 5년>이라는 제목의 시론을 쓴 적이 있다. 그것을 글자 한 자 안 고치고 여기에 그대로 다시 싣는다.
 
“우리는 고도의 물가 상승, 대량 실업, 에너지 위기, 환경오염과 생태계파괴, 건강 위기, 폭력과 범죄 증가 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고, 경제학자는 경제침체와 물가상승을 잡지 못하며, 병리학자는 각종 질병의 원인에 당혹스러워 하고, 경찰은 증가하는 범죄에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자문하는 석학들은 긴급한 국가정책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자인하고 있다.”

이 말은 오늘날 우리사회를 두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 물리학자이면서 생태운동가인 카프라(F. Capra)가 1981년 그의 명저 ‘전환점(The Turning Point)’에서 미국사회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은 근본적으로 ‘인식’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위기를 넘어서려면 패러다임 전환, 즉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전 세계를 미국화(Pax Americana) 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였고, 그 결과 세계는 지금 동일한 위기를 겪고 있다.

모든 문명은 발생, 성장, 파탄,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문명이 최성기에 도달하고 나면, 활력을 상실하고 쇠퇴한다. 그런데 문명이 붕괴하는 결정적 요인은 유연성의 상실이다. 성장하는 문명은 끊임없는 변화와 가변성을 보이는 데 반해, 분해 과정의 문명은 창의력 부족과 획일성을 보여준다. 기업, 사회, 국가의 흥망성쇠도 그와 비슷하다. 사회구조와 행동양식이 경직되어, 변화하는 상황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산업화 과정에서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억압된 독재정치 시절을 겪었고, 막개발을 통해 생태계는 극도로 파괴되었으며, 재벌중심 경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경제를 관리하던 쓰라린 경험도 있었다.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로 집권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이전 정부 못지않게 경제성장에 초점을 둠으로써 세계 11위 경제대국은 만들어놨지만,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서민경제는 말이 아니고, 막개발로 생태계는 더욱 파괴되었다. 그들은 결코 좌파정부가 아니었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서민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요, 안심한 먹거리와 생태계 보전이다. 따라서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재벌중심과 건설중심의 경제정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 위기의 주범이다. 따라서 이 정부가 펼치는 정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현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을 보면 국민의 바람이나 시대적 요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새 정부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국민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4년 10개월이 걱정이다.

카프라는 ‘그동안 성공을 거두었던 확장적, 경쟁적, 갈취적, 지배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근대적 패러다임이 오늘날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수축적, 협력적, 보전적, 조화적 가치관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유효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경제에서는 성장을, 환경에서는 막개발을, 남북관계에서는 대결을, 교육에서는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위기는 결국 그로부터 비롯된 것인데도 말이다.

지금 우리는 더욱더 성장, 막개발, 대결, 경쟁을 강화시킬 것인가, 분배, 보전, 화해, 협동을 통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오늘의 이 위기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서 인간답게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로 집권한 이 정부가 ‘잃어버릴 5년’이 안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이상이 4년 전에 썼던 글이다.

하지만 그 때의 우려가 현실로 되었다. 이 정부 들어 재벌중심의 성장으로 가면서 경제는 엉망이 되었고, 보전보다는 막개발로 국토는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복지를 소홀히 함으로써 양극화가 예전보다 더 심화되어 공동체 해체가 두드러졌고,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으로 교육은 더욱 황폐화되었으며, 남북간에도 화해와 협력보다는 대결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안보는 더 불안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크게 잃어버린 4년이다.

얼마 없으면 다시 총선이고, 대선이 막이 오른다.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 더 늦기 전에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와 후보자들도 이제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서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밑그림을 다시 그려봄이 어떤가.

<윤용택 /  제주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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