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찰 공권력이 개탄받는 지경에 몰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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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 공권력이 개탄받는 지경에 몰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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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강정에서의 공권력 행사 공정성 논란이 커진 이유
경찰 "왜곡된 보도 때문", '억울하다'?...경찰임무 제대로 했나?

1.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곳에는 '헌법'마저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다. 경찰 공권력 행사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몰려있다.

그곳에서 경찰을 보고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해군의 앞잡이'라는 말로 통한다.

쌍방이 피해를 호소해도, 공권력은 언제나 한쪽 편이다. 해군을 위한 경찰은 있어도, 시민을 위한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전 구속수감된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공정성을 잃고, 과도하게 행사되는 공권력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가 박탈되었다. 집회의 자유도 사라졌다. 종교활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법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흡사 계엄령이 내려진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이것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2.

왜 이렇게 국가공권력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요사이 있었던 몇가지 상황만 보더라도 그 이유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13일 오후 4시쯤.

그곳 포구에서 송영섭 목사 등 개신교 목사 13명과 신부 1명 등 20명의 성직자들이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갔다. 1시간 남짓 걸려 오후 5시쯤 도착했다.

걸어서면 1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은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해군의 접수구역'이기에 땅으로는 못가고 바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개월 전만 하더라도 구럼비 해안은 그곳 주민들의 자유로운 땅이었다. 지난해 9월2일 공권력을 앞세워 강제진압을 한 해군은 거대한 펜스를 치고, 철조망까지 쳐 놓았다.

어렵게 그곳에 도착한 구럼비 바위에서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나선 마을로 되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선 시간은 오후 5시50분쯤.

그러나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해군기지 공사업체 직원들이 그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로부터 2시간동안 업체 직원들로부터 감금을 당한채 온갖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감금이라며 112에 신고가 이뤄졌다. 설령 무단침입이라고 하더라도 공사업체 직원이 감금을 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억류됐던 성직자들은 오후 7시30분쯤, 경찰로부터 2만원이 부과되는 경범죄처벌법 위반(무단침입)이라는 '스티커'를 발부받으며한명씩 풀려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다.

성직자들은 자신들을 불법감금해 억류했던 공사업체 관계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항변했으나 경찰은 일방적으로 자신들에 대해서만 경찰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날 밤 9시까지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날인 14일, 이들 성직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불법체포와 연행, 그리고 공권력 남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권 행사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구럼비 바위에 들어가는 것이 '출입금지구역'인가 하는 논란을 뒤로 하고, 설령 그곳에 간 행위가 무단침입죄에 해당해 '2만원의 스티커'를 발부해야 하는 사안이 맞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한 곳에서 이뤄진 쌍방간의 사법처리 요청에 있어, 야간 불법감금 행위에 대한 신고를 묵살하고, '스티커' 발부만 한채 현장상황을 마무리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3.

경찰은 이들의 기자회견의 포커스가 '경찰'에 맞춰진 점을 의식했는지, 14일 오후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112신고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법감금을 한 직원들을 체포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성직자)의 진술만으로는 '현행범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법감금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받았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입장자료의 마지막 문장은 거의 화룡점정 수준이다.

"이런 경찰의 노력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하거나 보도를 하는 경우에 법적 조치 등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경찰이 피해를 호소하는 측은 물론 '언론'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경찰의 노력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할 경우 '법'의 이름으로 응징하겠다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섬뜩함마저 갖게 한다.

경찰이 과연 어느정도 사건 당사자인 양측의 입장을 잘 듣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모르지만, '노력에 대해'라는 부분의 견해는 경찰이 스스로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도움을 호소한 당사자들이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4.

다시 얘기를 돌려, 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경찰을 극도로 불신하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 입장에서는 공정한 법집행을 했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경찰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주민들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공권력 행사의 공정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법 집행의 원칙도 무너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해나가고 있다고 경찰은 항변하지만, 과연 오해받을 행동은 없었을까.

지난해 9월2일 공권력 투입 이후 '금단의 땅'이 돼 버린 구럼비에서 있었던 일 중, 쌍방간의 문제가 터졌을 때 경찰이 공히 했는가.

이번 성직자들에 대한 불법감금 논란 외에도 감금 또는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사법처리는 여러번 있었다.

지난해 구럼비 해안에 가기 위해 해군기지 공사구역에 들어섰던 대학생들은 해군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으나, 처벌대상은 이들로 국한됐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감금 폭행 부분에 대한 수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아마도 감금 폭행 부분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듯 하다.

매일 아침 구럼비 해안에서 기도를 올리는 송강호 박사는 바다 한 가운데서 해군의 특수부대 대원들에게 폭행과 물고문을 당했다면서,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폭로했다.

이 역시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5.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불법' 공사라며, 분명히 법을 위반한 공사라며 경찰에 호소해도,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경찰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는가.

지난해 이후 경찰에 체포된 사람만 2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해군기지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해군측이나 공사장 관계자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피드백한 결과다.

은 이들 중 상당수가 공사장 인부들에게 붙잡힌 후 경찰에 넘겨지는 형식을 띄었다고 한다.

이번 구럼비 해안 출입문제만 해도 그렇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구럼비 해안에 들어가는 것은 무단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고 치자.

그럼 왜 똑같은 사안을 갖고도 경찰권은 공평하게 행사되지 못했는가.

이달들어 그곳에 갔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단침입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인 신용인 교수 역시 바다를 통해 그곳에 갔다온 것을 놓고는 '나를 체포해달라'는 요청에도, 스티커 한장 발부하지 않았다.

왜 안했을까.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경찰이 분명하게 대답해야 할 부분이다.

교도소에서 옥중단식을 전개하고 있는 양윤모는 강정에서는 경찰이 공사장 '용역 인력'들로부터 지시와 같은 '사인'을 받고 움직인다며 개탄했다.

경찰법에서는 경찰의 임무를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라며, 1차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을 '국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경찰은 그 보호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헤드라인제주>

구럼비에서 기도를 올렸던 성직자 20여명이 억류된 것에 대해 강정주민들이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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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ㅉ 2012-02-17 01:37:54 | 211.***.***.168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이게 무슨 창피스런 일인가
민중의 지팡이는 사라지고 하수인과 졸개노릇만 하고있으니
경찰은 육지 원정대인가?

제주소리 2012-02-15 17:49:04 | 116.***.***.205
타 언론의 얘기를해서 좀 그런데, 제주의소리는 더이상 용기가 없는듯 합니다. 비겁합니다. 헤드라인 화이팅~~

제주인 2012-02-15 14:01:02 | 203.***.***.122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자 정신에 투철한 헤드라인 제주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주의 소리가 헤드라인 제주를 본 받았으면 합니다.

부러진 화살 기막힌 현실 2012-02-15 12:51:39 | 112.***.***.11
서귀포 경찰이 분명 왜곡된 주장갖고 보도하면 법적조치 강력한 대응하겠다고 밝히셨는데 헤드라인제주님은 두렵지 않소? 서귀포경찰이 기자들 다 연행할까가 두렵소이다. 꼴통 경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