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일자리' 6500개, 숫자가 그토록 중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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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일자리' 6500개, 숫자가 그토록 중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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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장애인-노인-저소득층 일자리사업, 그 속 내용은?
숫자 늘리기식 '생색내기' 대부분...실질적 '고용창출'은 뒷전

"노후소득 창출 및 사회참여 기회 제공으로 활기차고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인 2981명에게 일자리 제공".

"장애인유형별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보장 도모로 장애인복지 실현을 위해 장애인 1300명에게 일자리 제공".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연이어 발표한 복지분야 일자리 창출관련 시행계획의 내용이다. 복지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외에도 더러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자활일자리 사업도 982명을 목표로 해 추진되고, 13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여성일자리 알선사업도 추진된다.

이 4개 분야의 일자리 사업만 합쳐도 올해 창출되는 복지분야의 일자리는 약 6500개에 이른다. 그렇기에 요즘 제주자치도와 행정시에서는 이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실로 대단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숫자만 많았지, 일자리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의 목적, 기대효과 등을 면밀히 따지면서 '특별자치도'인 제주의 특성에 맞게 접목시켰다기 보다는 대부분 중앙부처의 지침을 그대로 따라 시행한 사례다.

마치 온정과 시혜의 차원에서 쪼개고 쪼개어 숫자만 잔뜩 늘려 놓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장애인 일자리, "3-4시간 단시간 근무로 9개월 늘려잡기"

정확하게 1388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복지 일자리 사업에 16억원을 투입해 환경정비 및 장애인 전용주차장 단속 등에 650명을,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에 6억원을 투입해 54명을, 시각 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에 6000만원을 들여 4명을 배치한다.

이를 일컬어 '장애인 공익형.복지형 일자리사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708명이다.

나머지 630명은 장애인 고용장려사업 대상이다. 즉, 고용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 기업체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이의 장려금을 줄 예정이기 때문에 일자리 사업 대상자 숫자에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유형인 '장애인 공익형.복지형 일자리', 후자의 유형인 '장애인 고용장려사업', 이 두가지를 비교할 때 '일자리 창출'이란 단어를 쓰려 한다면 최소 후자의 성격이 더 가깝다.

공익형.복지형 일자리 사업은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나 기업체 등을 통한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후자 보다는 전자에 더 집착하며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것마냥 홍보를 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54명만을 대상으로 한 행정도우미를 제외한, 나머지 공익형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근로기간은 9개월이나 실제적으로 주간 근무시간은 14시간 미만이다. 15시간이 넘을 경우 4대보험 가입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한정시켜 놨다.

어떤 날은 3시간, 어떤 날은 4시간, 찔끔찔끔 근무하게 하는 방법으로 해 9개월간 끌고 간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익형 일자리 사업은 '공공근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행정도우미로 선정된 장애인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행정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더불어 1인당 월 87만7000원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결국 1388명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실체는 모두 '일시적 고용'에 그친 생색내기에 다름없다.

일시적 일자리로 해 '숫자 홍보'에 나서기 보다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용'쪽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을 잡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홍보자료에서 언급한 '소득보장 도모를 통한 장애인복지 실현'이란 수식어가 매우 무색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일자리, "쪼개고 쪼개어 대상자만 잔뜩 늘렸다?"

두번째, 노인일자리 고용사업도 마찬가지.

제주자치도는 올해 사업비 46억6600만원을 투입해 2981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502명이 많은 숫자다.

노인일자리 사업계획은 '공익.교육.복지형 일자리' 2777명, 기업체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게 하는 '시장진입형' 204명으로 구분된다. 시장진입형 일자리의 경우 만 60세이면 참여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의 경우 근로기간은 7개월이나 이 역시 주간 근무시간이 14시간 미만이다. 보수는 월 20만원.

일시적 고용을 갖고 기간만 길게 늘려잡은 것이 특징이다.

물론 소일거리의 '용돈'을 희망하는 노인들에 있어서 이 사업도 매우 유용하고, 실제 신청자가 몰리는 것만 보더라도 희망자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나 일거리나 없어 답답해 하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서는 시혜적 측면의 '찔끔 배분'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로 연결시켜주는 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욱이,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후 근로능력을 갖춘 노인인구가 넘쳐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적 방향은 당연히 '시장진입형' 일자리쪽으로 가야 한다.

'2981명'이란 많은 일자리 목표를 제시한 제주도의 계획은 지나치게 '일시적' 고용에만 집착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 "근무시간 줄여 임금 줄이고, 인원은 늘리고"

근로능력을 갖춘 만 18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982명을 대상으로 한 저소득층 자활 일자리 사업은 위의 사례보다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상.하반기로 나눠 공공근로나 자활사업 전문기관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 사업 등에 투입되면서 한달평균 소득이 일시적 고용에 비해 다소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내용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변동으로 시간당 임금이 지난해 4320원에서 올해 4580원으로 상향됐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보수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하도록 했으나, 올해에는 30시간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1인당 보수액은 지난해 월 평균 100만원에서 7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업무에 따라 적게는 50만원 수준대의 경우도 있다.

근무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으로 해 숫자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서 올해부터는 총 참여자의 27% 범위 내에서 65세 이상 노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했다.

이 사업 역시 근로기간이 짧다는 점과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예산조정을 통해 전체적인 대상자 숫자만 늘린 것이 문제다.

설령 사업참여자의 숫자가 조금 줄이더라도, 이 사업을 통해 후속 고용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연계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많은 사람에 기회줘야 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이처럼 복지분야 일자리사업이 '숫자 늘리기'에 치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선 5기 도정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여성 일자리' 1300개 창출계획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방향이 그나마 제대로 잡힌 사례라 할 수 있다.

최소 단시간 일자리 몇개 주면서 생색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등 여성취업지원기관에 의뢰해 직업상담을 하도록 하고, 취업설계와 직업훈련, 새일여성인턴 연계 등을 통해 실질적인 고용창출을 해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고용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300명이 아니라 단 130명을 고용하더라도, 정책적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한다. 최소 방향만이라도 곧게 설정해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만 나오면 행정당국은 "정부방침이 되도록 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임금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몇해가 지났어도 아직까지도 '정부방침'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자치도 다운 '제주형 복지정책'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책은 '시혜와 온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수급권자의 권리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일자리 2만개 창출을 공약을 내건 민선 5기 도정이 왜 복지분야 일자리에 대해서는 정부방침을 내세워 '판박이'를 고집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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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 2012-02-05 21:08:41 | 119.***.***.72
쥐뿔도 없는게 잘난체 한다는 말이 있죠??? 아래님처럼 창의성이라고는 쥐뿔도 없으신 님들이 '오늘도 무사히'만 기도하고 있는 듯 하네여

이거야 참 나원 2012-02-05 20:30:03 | 61.***.***.121
이런장난 한두번 봤수? 제주도 복지에 철학이 어디 있수? 한번 그부서들 직접 가보시려구.그저 오늘도 무사히라는 생각뿐. 편성된 예산이나 적당히 잘 집행하면서 마치 큰 복지시혜 베푸는 온갖 쇼나 하고. 중앙부처 사업비만 받아서 에프앰대로 집행할거면 뭐하러 복지국 만들고 복지과 만드나? 행정시나 도청이나 복지과 하나정도로해 통합운영하지. 창의성이라고는 쮜뿔도 없으세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