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살 주지스님, 40년만에 중학교 '늦깎이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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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살 주지스님, 40년만에 중학교 '늦깎이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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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원경 스님, 마침내 중학교 졸업장 받다
"학생 '베프'도 생겼죠"..."사회복지사 되어 이웃 도울 생각"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중학교에 늦깍이로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스님이 4일 마침내 졸업장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제주 서귀포시 신산중학교의 원경 스님(圓炅, 59, 속명 정성도).

그는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위치한 해운사의 주지스님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 학교에 3학년으로 재입학해, 40여년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것이다.

원경스님. <헤드라인제주>
출가하기 전인 1971년 이 학교 2회로 입학해 공부를 했던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재입학할 당시 그는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3학년을 마치지 못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4남5녀를 어머니 혼자 기르셨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아버지께서는 국가유공자셨는데 당시에는 전혀 혜택도 받지 못했고요. 어머니가 남의 밭에서 일한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학교에 내야하는 돈을 내지 못해 5월까지만 학교를 다녔죠. 그래서 3학년을 마치지 못했던 거예요."

결국 학업의 뜻을 잠시 접은 그는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포항에서 중장비 자격증을 획득, 오랜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0년 출가했다. 출가한 후에는 태고종립 동방불교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출가를 했어도 마음 한켠에는 학업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었다.

"주변에서 검정고시를 권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떳떳하게 졸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린거죠."

지금은 작고하신 어머니의 유지도 그를 다시 학교로 이끌었다. 원경 스님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해병대 3기로 참전했지만 오랫동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소송을 거듭한 끝에 그의 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게 됐고, 어머니는 '소원을 성취했으니 못 배운 한을 풀라'는 뜻을 남긴 채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뜻도 있었고, 생활에도 여유가 생기다 보니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났어요.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다시 학교 문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신산중학교 3학년으로 재입학해 공부를 해온 원경스님. <헤드라인제주>
신산중학교 3학년으로 재입학해 공부를 해온 원경스님. <헤드라인제주>
신산중학교 3학년으로 재입학해 공부를 해온 원경스님. <헤드라인제주>

40년 만에 다시 등교하게 된 그는 새로 맞춘 교복과 절에서 신는 새하얀 고무신이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어엿한 신산중 학생으로 어색함이 없이 지난 1년을 함께 잘 다녔다.

"학생들이 친하게 대해줘서 크게 어려움은 없어요. 불교 경전을 읽는 틈틈이 국어나 영어, 수학 등을 혼자 공부해 와 수업도 잘 따라갔어요."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형님'인지, '스님'인지 호칭이 헷갈리긴 하지만, "족구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잘 해줘서 좋다"며 새 친구를 반겼다고 한다.

`베프'(베스트 프렌드)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졸업장을 받은 원경 스님은 "매우 흡족하고 개운하면서도 아직 졸업했다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린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헤어짐이 아쉽지만 앞으로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야죠."

그는 앞으로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해 공부와 기도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린 학생들과의 학창 시절을 이미 겪었던 터라 고교 진학에 대한 자심감도 붙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대학과 대학원까지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가정 형편이 어렵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게 지금 그의 생각이다.

"중생을 구제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어려움이 있고, 늦었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동안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주지스님으로 일하면서 대학 공부를 하는데까지는 무리가 없을까 라는 질문에, "조금 소홀해도 부처님이 이해해주실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그의 이번 졸업앨범에는 '제불대원경(諸佛大圓鏡) 필경무내외(畢竟無內外)'라는 글귀를 남겼다. 부처의 법문을 잘 듣고 깨쳐서 함께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의미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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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2-02-04 18:10:56 | 121.***.***.173
스님 존경스럽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