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숟가락만 슬쩍 올려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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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책?..."숟가락만 슬쩍 올려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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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주도가 뒤늦게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이란
종전 행정시책 '짜깁기' 포장...교육청-경찰 대책 '무임승차'

날로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별 대응이 없던 제주특별자치도가 31일 교육청과 경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대책 지원위원회' 회의를 가졌다.

공무원과 도의원, 법조계, 교사, 학부모, 청소년단체 인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지원위원회의 이날 안건은 '제주도 학교폭력예방대책 시행계획'에 대한 의결의 건.

오후 2시 시작된 회의는 위원장인 김형선 제주도 행정부지사의 인사말과 25분에 걸친 예방대책 시행계획안 의결, 그리고 기타사항 협의 등으로 해 1시간만에 끝났다.

25분동안 이뤄진 예방대책 시행계획안은 제주도의 계획, 교육청의 계획, 제주경찰청의 계획 등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청과 경찰청에서는 중앙차원의 대책 등을 검토하며 지역에서 반영할 수 있는 시책을 아우르는 등 고민한 흔적이 보이나, 제주도의 내용은 너무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인가? 청소년 행정사업 재탕인가?

타이틀로 포장한 '학교폭력 없는 안전하고 즐거운 사회환경 조성'의 추진방향은 3개 기관 중 교육청과 경찰청에서 내놓은 자료를 짜깁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어지는 두번째의 관련기관 역할에서 제주도가 제시한 내용은 종전에 추진했던 일반적 행정시책을 모두 포함했다.

지난해 제주도가 했다는 사업 내용들은 학교폭력 대책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사업이 아니라 대부분 일반 행정시책 추진사항들이었다.

이를테면 '취약계층 청소년 자립지원 및 보호체계 구축'으로 249명에 2억8500만원의 어려운 청소년 장학금을 지원했다고 표까지 만들어 제시했으나 내용을 보면 새마을지도자와 의용소방대원 자녀 수업료 지원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연관성이 약한 일반행정 업무내용을 갖고 '공치사'에 열을 올린 것이다.

올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내용은 더욱 기가 막히다.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확대 및 위기 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올해 46개 사업에 80억6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만 얼핏 보면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위해 80억원이나 투자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이 80억원의 예산 속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투자사업은 거의 없다.

제주도가 예시한 사업 내용은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고작 두번 열리는 이날 회의를 연 조직인 '지원위원회'를 올해 두번 열겠다는 것, 제주도 청소년 담당과장과 사무관, 교육청 장학사 등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 행정시 단위 지역대책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어진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행정지원대책 적극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종전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교육프로그램을 좀 활용하겠다는 것과 자원봉사센터의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단체에서 학교폭력 캠페인 할 때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학교 폭력 예방 유공자를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번에 걸쳐 발굴해 표창하겠다는 것이 손에 잡히는 유일한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예산 배정조차 돼 있지 않다.

▲관련 사업비 8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사업의 정체는?

그럼, 80억원의 사업비는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이를 확인한 결과 올해 본 예산에 편성된 일반행정 사업비들이다.

청소년 수련시설 및 체험활동을 위한 수련시설 6개소 보강에 14억원, 예전부터 시행돼 온 청소년문화활동 지원 1억6200만원, 청소년 활동지원센터 운영 4억6000만원,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체험활동 프로그램 지원 20억원 등이다.

또 지난해에도 우려먹었던 어려운 청소년에 대한 장학금 확대도 마찬가지.

올해 400명에 4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새마을지도자와 의용소방대 자녀 수업료 지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 대한 평소 해왔던 내용의 장학금 지원이 전부다.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금액이 늘었을 뿐 학교폭력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학교폭력 시행계획의 또 하나의 내용으로는 '글로벌 역량 강화'란 타이틀로 해 다양한 국제교류 활성화 지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내용은 이미 예정돼 있는 청소년 국제교류 행사를 나열한 것에 다름없다.

앞으로 추진해 나갈 일정별 사업 명칭만 △청소년 문화의 집 운영 강화 △학교폭력예방 범도민 캠페인 △지역별 민주시민 교육 및 홍보 △학교폭력예방 유공자 표창 등이다.

교육청과 경찰청은 실질적인 예방시책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템을 낸 반면, 제주도는 종전의 청소년 행정사업의 내용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야말로 숟가락만 하나 올려놓고 학교폭력 예방대책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무임승차'에 다름없다.

청소년 문화의 집 운영 강화와 학교폭력의 근절의 직접적 연관성 여부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학교폭력 문제를 추상적 구호로 풀 수 있는 문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하겠다?...차라리 교육청-경찰 서포터 역할 낫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제주도는 청소년이 안전하고 즐거운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총 결집해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스스로 내뱉은 '실효성 있는'이란 말이 더욱 미덥지 못해 보인다.

차라리 학교폭력 시책은 직접적인 담당기관인 교육청과 경찰에서 적극 발굴해 추진토록 하고, 제주도는 이를 행정적 지원하는 수준에서 운영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내용없이 겉포장에만 잔뜩 열을 올렸다가, '맹탕'의 치부를 들킨 꼴이다. <헤드라인제주>

사진은 제주특별자치도 31일 개최한 학교폭력 예방대책 지원위원회 회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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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종결자 2012-01-31 22:57:21 | 211.***.***.123
개념없는 공무원. 인사로 뺑뺑이 돌리다보니 완전 무개념
업무보고 제출하라 하면 그저 대충 숫자나 바뀌는 습관을 못보려서
경찰과 교육청 직원들은 얼마나 비웃었을까

굿! 2012-01-31 20:14:55 | 112.***.***.218
잘 갈겼다. 도청 공무원 무지 쪽팔리겠다. 매번 해먹던 버릇 짜집기하니 역공 당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