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 운전원, 그들은 왜 '파업' 초강수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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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차 운전원, 그들은 왜 '파업' 초강수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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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업결의 노조의 울분..."말은 똑바로 해야지"
"자발적 직종변경? 완전 기만"..."노동강도? 알기나 해?"

제주에서 청소차를 운전하는 근로자들이 지난 27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파업돌입 시행시기를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제 '공'은 제주특별자치도로 넘어갔다.

제주도당국이 교섭을 통해 청소차운전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청소차운전원분회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실제 파업의 현실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제주시에 소속된 청소차 운전원은 97명.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지난 2009년 5월1일자로 무기계약직 직종이 세분화되면서 종전 '환경미화원'에서 '운전원'으로 직종을 바꾼 이들이다.

▲상반된 입장...분쟁의 쟁점은?

이번 쟁의의 가장 핵심은 임금문제다.

종전 환경미화원 소속일 때와 비교해 연평균 임금격차가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면서, 이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해달라는 것이 노조측의 요구다.

이들은 이 임금인상 요구를 최소한 생존권 보장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노동의 강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데, 임금은 3년전과 비교해 턱없이 낮게 조정돼 기본적인 노동권익이 크게 위축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주도당국은 2009년 당시 자발적으로 신청해 직종이 변경된데다, 노동의 강도에 있어서도 환경미화원과 청소차를 운전하는 근로자를 동일시 할 수 없어 불가피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사실 이 두 상반된 입장 속에서 교섭은 수없이 이뤄져왔다. 2년여라는 짧은 기간동안 본교섭 53차례, 실무교섭 20차례 등 73차례의 교섭이 이뤄졌으나 매번 결렬된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기본적으로 행정당국이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없다는 전제아래, 양해를 구하는 선에서 그때그때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안일함이 이번 파업결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차운전원들의 파업결정에 있어서도 외부에서는 '주장의 타당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2009년 직종변경 당시 왜 자발적으로 신청해놓고, 이제와서 다시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점, 그리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육체적 노동을 하는 환경미화원와 임금을 동일시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헤드라인제주>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29일 김재형 청소차운전원노조 위원장(공공운수노조 청소차운전원분회)와 인터뷰를 가졌다.

공공운수노조 청소차운전원노조의 김재형 분회장(사진 왼쪽)과 임병하 사무국장. <헤드라인제주>

▲'운전원' 직종변경 자발적 신청?..."완전 기만당했죠"

먼저 2009년 당시 왜 '환경미화원'에서 '운전원'으로 직종을 변경하게 된 경위를 들었다.

"2009년 5월1일자로 무기계약직이 종전 4개 직종에서 9개 직종으로 확대되면서 '운전원'이란 직종이 신설됐는데, 그 직종 변경에 따라 당시 제주시에서는 3월 한차례 설명회를 가진 후 전환신청을 받아 5월1일부터 바뀐 것이죠."

당시 환경미화원에서 운전원으로 직종변경을 신청한 사람은 99명이었다. 이후 2명이 퇴직하면서 현재 97명이 운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노조에 가입된 근로자는 87명.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시 직종변경은 '자발적 신청'이라는 점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가 분명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3월에 전환신청을 받기 직전에 한차례 설명회를 가진 것은 맞죠. 그러나 그 설명회라는게 10분정도 간략하게 이뤄졌어요. 중요한 것은 설명회를 가질 때만 하더라도 직종이 변경된다면 보수체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준비가 안된 상황이었어요. 임금이 어느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는 말했지만,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죠."

그의 말은 직종변경을 추진한다면 먼저 변경 후 달라지는 임금체계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설명을 충분히 하고, 이 내용이 고지된 후 변경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간략한 설명만으로 먼저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직종변경 신청은 3월에 받고, 보수체계는 4월에 나왔어요. 보수체계가 나오기 전에 저와 몇몇 동료들이 제주도청 예산을 담당하시는 분을 만나 따졌죠. 그랬더니 당시 관계공무원은 '많아야 한달 20만원 정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죠. 그래서 저희들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던 거죠."

그는 이후 무척 화가 났다고 한다. 4월에 제시된 보수지침을 살펴보니, 당초 설명회에서 제시했던 내용, 그리고 도청 관계자 면담에서 들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20만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 해서 직종변경에 수긍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달 평균 40-50만원 정도, 연평균으로 해서는 최소 7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더라구요. 이건 완전 기만행위죠."

그는 "최초에 2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란 말을 들었을 때에는 나중에 협의하면서 조금 더 올리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차이가 있게 되면서 저희들이 분개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공공운수노조 청소차운전원분회장. <헤드라인제주>
▲미화원과 '노동강도'의 차이요?..."운전원은 편하게만 보이세요?"

'환경미화원'과 '청소차 운전원'의 노동의 강도에 있어 차이기 있기 때문에 임금 차등은 불가피하다는 행정당국의 논리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한마디로 환경미화원들의 노동강도는 상당부분 개선된 반면, 청소차 운전원들의 강도는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전하고 지금하고 비교하면 환경미화분야 업무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예전에는 청소차 한대가 뜨면 미화원들이 집앞마다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랴 하는 등으로 인해 할 일이 무척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클린하우스 등으로 인해 '집중식 수거제'와 기계화가 이뤄지면서 미화원들의 노동강도는 상당부분 개선됐어요."

그는 "물론 미화원분들 일일이 많이 힘들어하시고 고생하시는거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쓰레기 수거차량을 비롯해 클린하우스 세척차, 노면청소차, 대형폐기물 수거차 등 청소차 운전자들도 정말 일이 많아졌고,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운전원들은 차 속에서 운전만 하는 것 같지만, 미화원들의 사고방지를 위해서도 신경을 써야죠, 일을 끝내고도 차량이 고장나면 바로 정비작업 해야죠, 쓰레기 넘친다는 민원들어오면 바로 즉각 출동해야죠, 정말 일이 많아요."

그의 얘기는 계속됐다. "공영버스는 운전자 보험이라도 가입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청소차 운전원들은 그런 것도 없어요"라며 "업무상 사고가 나거나, 하다못해 벌금이 나온다 하더라도 모두 개인이 책임지고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체적인 노동은 미화원이 더 하겠지만, 정신적인 노동강도는 운전원들이 매우 세게 받고 있다는 호소다.
 
▲임금조정 요구, "미화원들과 똑같이 달라는 말 아니에요"

그이 말이 끝난 후, 환경미화원들의 현행 임금수준과 동일시 해달라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기본급의 인상률을 갖고 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에요. 환경미화원들과의 임금체계와 비교해 수당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어느 정도 비슷한 정도로 맞춰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환경미화원들과 임금체계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교통비, 식대, 가족수당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의 경우 가족수당은 부모나 3째 자녀 모두 적용되는 반면, 운전원에게는 동일하게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월 70만원 정도의 임금차이가 난다는 것은 인정했는데, 이런 것을 어느 정도까지는 맞춰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우리 운전원들의 생각이죠. 그걸 지금 제주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구요."
 
그는 "현재의 70만원 차이를 모두 줄여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이를테면 차이를 30만원 정도로 줄인다든지, 어느정도 차이를 줄여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다른 수당은 전혀 언급 없이 '3째 자녀'에 대한 수당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생각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청소차운전원들은 '미화원'과 비교해 임금격차가 심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주도에서는 사무직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비교해 청소차운전원의 임금은 적지 않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기준점'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는 "파업이 결정되자 지금에서야 제주도와 제주시에서는 한번 만나자고 하는데, 3째 자녀 수당을 하나 추가하는 정도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뭔가 3년전과 차이가 있는 점을 인정하고 갭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성실하게 임했다고요?...오죽했으면 73차례 교섭 결렬했겠어요?"

제주시에서는 이번 쟁의와 관련해 그동안 교섭에 성실히 임해왔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할 말이 많았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까 그 내용 나왔더라구요. 화가 나서 안그래도 그 문제로 항의하러 갈 생각이에요. 도대체 언제 교섭을 성실히 해왔다는 거에요?"

그의 말에 따르면 청소차운전원의 단체협상 교섭요구는 2009년 11월부터 교섭요구는 이뤄져왔다. 처음에는 복수노조여서 안된다고 했다가,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교섭권을 인정받자 이번에는 교섭을 해야 할 대표자가 누구냐는 문제로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즉, '특별자치도'로 돼 있어 도지사에게 있는지, 시장에게 있는지를 놓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통해서야 도지사가 대표자라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행해졌던 교섭만도 본교섭 53차례, 실무교섭 20차례 등 73차례에 달한다.

"2년간 73차례 교섭이 이뤄졌고 매번 결렬된 것만 보더라도 상황은 뻔히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단 한번이라도 우리의 요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줄 생각이었다면 이번 파업 사태에까지는 오지도 않았을 거에요."

"오죽했으면 73차례나 했겠나. 어떤 때는 소리지르기도 하고, 속된 말로 콧방귀 꿰는 무성의에 설움도 당했다"며 "그러면서도 교섭을 성실하게 해왔다고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형 공공운수노조 청소차운전원분회장. <헤드라인제주>

▲'마지막 시간'..."행정당국 태도변화에 달렸다"
 
이어 파업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 돌입을 결정한 후, 아직 시행시기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단체행동의 수위나 방법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태도변화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행정당국에 '마지막 시간'을 주겠다는 말이다.

"파업이 결정되고서야 제주시청이나 도청에서 한번 면담하자. 그리고 '윗라인'에서는 밑에서 보고를 하지 않아 잘 몰랐다 는 등의 말을 하는데 너무 어처구니 없다. 한번 만나자고 하는데, 사용자측에서 내놓을 '카드'가 아직 없는 것 같아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결정을 내리겠다."

그는 "하지만 일단 단체행동에 들어간다면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제주도가 운전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현재 주말휴일에만 근무하는 단시간 노동자들을 대체투입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또다른 비용지출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들의 요구는 묵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말휴일에만 14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투입하면 15시간을 초과하게 돼 4대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또다른 비용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식으로 자꾸 임시방편의 문제해결 방법만 찾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이미 파업결정이 난 만큼 조금의 시간을 갖고 지켜본 후 구체적인 쟁의돌입 계획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면서 "이번 노조의 단체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원인제공자인 행정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소차운전원들의 입장은 최초 직종변경 때부터 임금지침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책임, 노동 강도에 상응하지 못하는 임금의 대폭적인 축소조정, 교섭단체 무성의에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이다.

파업은 결정됐지만 아직 막판 협상의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제주도가 어떤 카드로 타협을 이뤄낼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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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00:03:39 | 49.***.***.164
순리대로 푸시죠
시는 원초적 잘못 인정하시고 이제라도 조금씩이라도 요구반영하려는 노력 보여야죠.

진실과 거짓 2012-01-29 20:33:50 | 211.***.***.149
이제야 진실이 드러났군
운전원보고 억지부림다하는 사람도있지만 그건 시청입장이고 진실은 바로 이겁니다. 아주 적절한 때에 취재 잘핵서 올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