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님 위해?"...농민없는 FTA설명회,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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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님 위해?"...농민없는 FTA설명회,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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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농민 끌어내고 진행한 FTA설명회, 정부의 '오버'
차관 특강 '30분', 일방적 설명 '20분'...질의응답은 고작 10분?

농림수산식품부가 9일 제주에서 가진 한미FTA 추가 보완대책 설명회는 한마디로 왜 이런 설명회를 가졌는가 하는 실망 그 자체였다. 

설명회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조짐을 보인 것은 이날 오전.

오후 2시 설명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1시간 전에 '초대받은' 참석자들은 행사장에 미리 들어가 있었다. 제주도와 행정시 1차산업 관련부서 공무원들을 비롯해, 읍.면.동장, 농협, 농어촌공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초대받지 못한 농민들은 행사장 앞에서 수모를 당해야 했다. 주최측은 경찰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을 애워싸고 FTA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행사장내 출입을 통제시켰다.

심지어 행사장 내에 있던 농민 4명을 끌어내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성난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결국 농민 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설명회가 진행되는 1시간 동안 농민들은 밖에서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날 설명회가 한미FTA 체결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제주감귤산업 등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정작 대책의 수혜자인 농민들을 배척시켰다는 점이다.

설명회에는 오정규 농림부 제2차관을 비롯해 관계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물론 이날 설명회의 대상이 사전에 초대된 공무원들과 생산자단체 대표들이었다.

하지만 설명회를 듣겠다고 행사장 안에 들어간 농민들까지 내쫓는 행태는 정부가 오버를 해도 한참 오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최측은 처음부터 농민들을 배제시킬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1시간 전에 참석자들을 입장시켜 자리를 선점하도록 한 부분이나, 이후 경찰력까지 동원해 행사장 출입을 막은 것만 보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이날 설명회를 준비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로는 FTA 대책이다 뭐다 하면서, 이 대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성난 농심을 잠재우기 위한 '공무원들의 설득용'이 아니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FTA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농민들인데, 이들을 배척시킨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다. 그것도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그토록 철통경비까지 하며 진행한 설명회의 내용이다.

설명회는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해, 20분 가량은 정부의 FTA 추가 보완대책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오정규 제2차관의 특강은 30분 정도 이어졌다.

오 차관의 특강이 끝나면 신랄한 질의응답이 예상됐으나, 질의응답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정부의 지원에서 제주가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며 제주에 우선적인 지원을 요청했는데, 오 차관은 "이번에 마련된 대책에서 제주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분야가 꽤 늘었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정말 오 차관의 말이 맞는 것일까.

제주의 경우 FTA로 인해 감귤산업 분야에서만 연간 약 639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추가보완대책을 통해 감귤류 지원 내용은 거점산지유통센터, 과수고품질시설 현대화, 과원영농규모화 등에 올해 38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 사업들 역시 새로운 신규사업이라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120억원 가량이 늘었다.

앞으로 15년간 제주가 감귤산업 생산액 감소액만 1조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고작 시설비 추가 지원을 갖고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다.

특히 참석자들은 '할 말'이 많았으나 질의응답은 고작 10분으로 마무리됐다.

강관보 제주특별자치 농축산식품국장은 "질의하고 싶은 부분은 메모를 통해 제출하면 농림부 과장을 통해 건의할테니 긴박한 질문만 해달라"며 질문을 될 수 있으면 하지 못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잡았다.

밖에서 농민들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농민회 등의 반발이 거센데, 정부 차원에서 중앙 농민회와 대화를 나눠 이를 사전에 완화시켜 줘었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결국 설명회는 1시간만에 모두 끝이났다. 결론적으로 추가대책 설명회 20분, 장관 특강 30분, 질의응답 10분으로 꼭 1시간이 걸렸다.

행사를 마친 오 차관은 당당히 현관문으로 나서지 못하고, 경찰의 호위 속에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이날 설명회는 전국 순회 일정 속에서 제주 설명회는 '무사히 마쳤음'이라는 실적 올리기를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정부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차관님의 특강을 위한 자리인지, FTA대책에 대해 좀더 폭넓은 고민을 하고 소통을 하기 위한 자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1시간 전에 '초청자'들을 입장시키며 농민들을 통제한 것, 질의응답 없는 설명회, 뒷문으로 빠져나간 차관님.

설명회를 통해 남겨진 것은 농민들에 대한 외면과 배척, 경찰의 농민 7명 연행, 이것 말고 또 뭐가 있었을까. <헤드라인제주>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와 있던 일부 농민들이 출입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설명회장으로 들어가려는 농민들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헤드라인제주>
설명회장 출입 통제에 대해 항의하던 김평선 통합진보당 정책국장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충돌사태가 일단락된 후 농민들이 농어업인회관 앞에서 한미FTA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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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나리 2012-01-09 22:26:23 | 211.***.***.111
네 맞습니다 차관님을 위해 팔요도없던 설명회 생쇼하며 한겁니다. 다른 시도는 이질감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