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팠던 나날..."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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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팠던 나날..."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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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49>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으로, ‘종을 쪼개서 훔치려던 도둑이 그 종소리에 다른 사람들이 올까봐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유래됐다는 말이라고 하네요.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통과, 인터넷 언론 규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현 정권의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했습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감추려 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는 의미의 지난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와 비슷한 뜻으로 보입니다. 지지난해는 잘못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호질기의護疾忌醫, 지지지난해는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니, 현 정권 4년 내내 교수들은 도무지 좋은 말을 해줄 수가 없는가 봅니다.

교수들의 지적처럼, 올 한해도 좋은 기억은 별로 없고 온통 속 썩이고 분노하고 가슴 아픈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그 지난 날을 견디게 해준 단 한마디의 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한마디 말로 올 한해의 대미를 장식할까 합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좀 길게 인용하겠습니다.

교도소에 새로 들어온 재소자가 있었다. 그는 몹시 두려워했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깊이 좌절한 채 감방에 누워있던 그는 문득 간이침대 머리맡 벽에 다음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앞선 재소자에게 힘이 되어 준 것처럼, 그 글귀가 그로 하여금 모든 절망을 이기게 해주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는 돌벽에 새겨진 그 글귀를 보며 기억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석방되는 날 그는 그 말이 진리임을 알았다. 형기는 끝났고, 감옥 생활 역시 지나가 버린 것이다. 다시 삶을 시작하면서 그는 그 글귀를 침대 옆 메모지에다, 그리 고 자동차 안과 일터에도 적어놓고 틈날 때마다 그것의 의미를 마음에 새겼다. 상황이 나쁠 때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이 사실을 기억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그 상황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쁜 시기는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시기가 다가오면 그는 그것을 즐기되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또다시 그는 기억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하여 삶의 여러 일들을 수행해 나가면서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좋은 시기는 언제나 이상하리만치 길게 느껴졌다. 암에 걸렸을 때조차 그는 기억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것이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희망은 병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긍정적인 생각을 주었다. 어느 날 의사가 그에게 말했다.
“암은 지나갔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 임종의 자리에서 그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삭였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고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주는 그의 마지막 사랑의 선물이었다. 그 말을 통해 그들은 ‘슬픔 역시 지나가리라’는 것을 배웠다.
절망은 우리 모두가 통과해야만 하는 감옥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상황을 견뎌내게 도와준다. 그것은 또한 절망의 가장 큰 원인인, 행복한 시기를 너무도 자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버리게 해준다.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중에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우리가 어떤 마음씀을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고와하는 것도 내 마음에 달린 것이다.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뜻이다. 그 어떠한 수도나 수양이라 할지라도 이 마음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마음이 모든 일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요. 다음의 글을 보십시오!

어느 날 회사 일을 마치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나는 집 근처 공원에 잠시 차를 세웠다.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네 꼬마들의 야구경기를 구경하기 위 해서였다. 일루 쪽 벤치에 앉으면서 나는 일루 수비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 점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소리쳐 물었다.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가 14대 0으로 지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 그런데 넌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아 보이는구나."
그러자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내게 말했다.
"절망적이라고요? 왜 우리가 절망적이어야 하죠? 우린 아직 한 번도 공격을 하지 않았는데요!"
- 「절망적이라고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중에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서 그 비등점의 인내가 한계상황이 되어 터져버릴 것 같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견딜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다잡는 시 한편을 여기에 실으며 마무리를 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나는 당당하였는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았는가

나는 오늘
내가 추구하는 그 무엇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어느 순간 게을렀는가
어떤 상황에서 주저하고 망설여 그르치진 않았는가

오늘 생각하여야 할 사람들을
조목조목 다 기억하고 위하였는가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을 위하여
나의 오늘은 얼마나 충실하였는가

의로운 일을 위해 산화한 선열들을 위하여
나의 의는 진정 하나의 작은 초석이라도 되었는가

오늘의 나는
오늘 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죽어라고 살았는가
순간순간 최선의 진정을 다 했는가

나의 마음씀이
산맥처럼 한순간이라도 거대한 울림이 있었는가
바다처럼 잠깐이라도 다가가 누군가를 포용했는가

오늘 나는, 살았는가!
- 졸시, 「자경문」 전문

아마 내년 연말에는 사자성어로 ‘고진감래苦盡甘來’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선정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어려운 시대에는 사자성어도 아무래도 참 어려운 걸로 어렵게 선정하는가 봅니다. 내년에는 이 사자성어도 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런 ‘상식적인’ 차원에서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이기를 희망해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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