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한 진짜 이유는?"...왜 진정성 의심받고 있나
상태바
"삭감한 진짜 이유는?"...왜 진정성 의심받고 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도의회 예산안 계수조정 결과의 삭감명분과 증액명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대한 도의회의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상임위원회별 계수조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지만, 이번에는 지난해와는 약간 차원이 다른 면이 있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삭감의 명분, 그리고 증액의 명분에 있어 과연 그 명분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한 명분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다면 '사심(私心)'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6개 상임위원회의 계수조정 결과 세출부분에서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36억6068억원, 복지안전위원회에서는 16억838만원, 환경도시위원회는 74억8000만원, 문화관광위원회는 37억원을 각각 삭감했다.

교육위원회도 44억6856억원을 삭감했는데,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6개 상임위 중 가장 많은 135억1875만원을 삭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전체적인 삭감규모만 344억3637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삭감한 '명분'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다. 교육위원회에서는 삭감한 돈을 갖고 특정학교에 지원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고, 행정자치위원회 역시 삭감한 사업비 예산을 갖고 읍.면.동 체육행사 등에 증액 편성해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의 1차산업, 그 중에서도 감귤관련 예산의 삭감 논란이다.

감귤원 2분의 1 간벌지원사업에 편성된 6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을 비롯해, 민간보조사업인 만감류 유통시설 확충 4억원, 참다래 산지유통시설시설 2억원이 모두 전액 삭감됐다.

FTA 대응 경쟁력 강화지원사업 1억원과 감귤 소비확대를 위한 해외홍보비 1억2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고품질 감귤 유통지도 단속반 운영경비는 2억5000만원 중 1억원이 삭감됐고, 덩어리가 가장 큰 감귤유통시설 현대화사업 18억원의 경우 무려 14억원을 잘라냈다.

식품산업과 예산에서도 가공식품 수출업체 포장디자인 개발비용 1억원 중 5000만원, 식품제조업체 HACCP 시설지원 1억8000만원 중 6000만원을, 제주 향토농산물 잼류 식품가공공장 지원 1억원 중 5000만원을, 식품가공연구 및 품질검사센터 설치 7억원 중 2억원을 각각 삭감했다.

전체적으로 39개 항목에서 삭감됐다.

도의회는 내년 농정예산은 한미FTA 등에 대비해 제주농업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계수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당국에서 편성했던 예산은 FTA대비 경쟁력 강화 예산과는 거리가 멀어 이를 손질했다는 것이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예산을 갖고 신규로 사업비를 편성하거나 증액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삭감된 예산의 사업보다 증액된 예산의 사업이 더 탄탄하고 내용적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됐을까.

도의회는 39개 항목에서 삭감한 예산을 갖고 대부분 민간에 소규모 단위로 나눠주는데 치중했다.

농업후계전문인력 리더십 교육 500만원, 대도시 농특산물 전시판매 홍보 한마당행사 지원 300만원, 전국 농업경영인대회 참가지원 200만원, 전국 으뜸농산물전시회 참가 200만원 등이 그 예다.

제주시에는 농업경영인 경영능력 배양 1000만원, 농업경영인연합회 운영경비지원 1000만원, 여성농업인 교양사업 1000만원, 농업인신문구독료 지원 1020만원 등이 증액됐다. 신규로는 영농조합법인 저장고 및 집하장 시설 6000만원, 서부지구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컨테이너 구입비 3000만원, 구좌 농업경영인 농산물 직판장 9000만원 등이 편성됐다.

서귀포시에도 비슷한 내용들로 편성됐다. 정책적 사업비로 증액되거나 신설됐다기 보다는 대부분 민간에 선심을 쓰는 내용들이다.

물론 이 증액되거나 신설된 사업들도 중요하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과연 삭감된 예산 사업과, 이 증액된 예산의 사업 중요도를 비교하여 후자가 더 크다고 장담하며 말할 수 있을까.

한미FTA 체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감귤분야의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이를 민간지원에 배분한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차산업의 경우 긴 정책적 방향성에 비춰 안정적이고 규모있게 가져 나가야 하는데, 도의회의 계수조정 결과에서는 FTA 감귤예산을 싹뚝 잘라내며 민간에 '배분잔치'를 벌이며 선심을 쓴 모양새가 됐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도의회는 절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계수조정 과정에서 삭감한 가장 큰 이유가 정말 삭감해야 할 명분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증액해야 할 사업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억지 삭감'이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도의회가 아무리 '예산 심의권'이란 말로 삭감이나 증액 모두 의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공정성과 적절성은 전제가 돼야 한다.

그 전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한번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예산은 예결위 심사에서 번복하지 않는 것이 '내부 관례'라고 하지만, 이번 FTA관련 농정예산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미FTA비준안 국회 처리 이후 매일 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농민들의 '눈물'이 보인다면, 농정예산의 '배분잔치'는 마땅히 철회돼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런 제기랄 2011-12-14 00:18:28 | 220.***.***.183
민주당이 책임져야죠. FTA 비준안 반대 성명까지 발표했으면서 말과 행동이 이렇게 일치되지 못해서야.
선심쓰는데 눈이먼 한심한 행동이다.

안봐도 비디오랑케 2011-12-12 17:07:44 | 112.***.***.104
삭감할 이유 있어서 삭감했겠소?
자기들이 청탁받은 민원예산 재원 만들려고 한거지

뱉어내라 2011-12-12 15:30:38 | 59.***.***.23
곱게 감귤예산은 원상복귀시켜야죠. 증액된 퍼주기 한것은 모두 뱉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