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나기..."관심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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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나기..."관심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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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서커스단 민원의 '충격'..."내 주위는 어떤가요?"

제주지역 한 중국서커스단에서 어린이 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는 민원.

지난달 제주를 방문했던 한 관광객은 이 서커스에서 초등학생도 돼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이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합니다.

그는 "저 어린아이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겠나"싶었고 "만약 저 아이가 내 아이였다면 박수치고 환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미치자 공연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뛰쳐나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행정기관에 요청했고, 민원을 접수받은 담당 부서는 현재 이 내용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민원글을 접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치밀었습니다.

아이를 혹독하게 다뤘다는데 그런 것이 아닙니다. 버젓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일임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문제의 서커스단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주에 상주하고 있는 서커스의 경우 대부분 하루에 2~3회씩 공연을 벌입니다. 매일 누군가는 서커스를 관람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지껏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도 사정을 전해듣고서야 사실관계를 파악할 뿐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새삼 충격이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관람객들은 이 어린이들을 보면서 가여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한참을 고민하다보니 어느정도 정리가 되더군요.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관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커스를 관람한 관광객들은 두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아이들이 선보이는 공연을 보고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던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해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던가.

아크로바틱한 아이들의 묘기를 보고도 무감각했던 이들은 어린이 인권에 대한 '관심'이 다소 모자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후자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공연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도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기에 위의 문제는 반복되고 반복됐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화만 걸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결국 관심의 차이입니다.

조금 범위를 넓혀보겠습니다. 굳이 찾아나서지 않아도, 우리의 눈 앞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그저 관심의 차이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를 것이 없었던 자신이 참 많이 부끄럽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용담동에서 집이 있는 건입동까지 가는 길. 하루도 빠짐없이 오가던 길에서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동복지센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서운 한파에도 산지천 공터에 앉아서 술로 추위를 달래는 노숙인들이 보였고, 이들을 관리하는 희망나눔상담센터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관심의 차이입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많은 단체와 기관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시린 겨울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조금 더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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