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에 힘겹게 연명하는 '지역아동센터' 일선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루종일 센터의 아이들을 돌보고 밀린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녹초가 된채 간신히 퇴근한다는 하소연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겠냐마는, 이들의 경우 심신이 함께 고달픈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지역아동센터가 필요한 아이들은 주로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많은데, 이 아이들을 다루는 일이 만만치 않다. 얼러보고, 달래보고, 다그쳐보기도 하지만 속도 모르는 아이들은 엇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보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가정에서도 평온치 못하다. 넉넉치 못한 벌이 때문이다. 10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은 그마저 센터 운영비가 부족해 따로 떼내어 '후원금' 명목으로 지출해야 한다.
또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돌보지 못한다는 점이 평생의 짐이 되곤 한다. 막말로 '남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 아이'가 방치되고 있으니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고보면, 센터 종사자들에게는 '이중고'를 넘어선 '삼중고'인 셈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어 일반화하지는 못할 내용일 수 있다. 또 사적인 영역이기에 다뤄지기 어렵고, 사회복지사업을 계획하는 행정부서 등에서도 세세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일테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 단계 건너들은 이야기임에도 퍽퍽한 그들의 삶은 충분히 와닿았다. 감성적인 측면을 떠나, 이성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이들 또한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임에 틀림없다.
사실 사회적으로 '중간에 끼어버린' 이들에 대한 지원은 관심 밖인 경우가 많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늘고 있음에도, 약자라고 보기에 애매한 위치의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제기됐던 '사회복지예산 20.2%' 논란은 다소 입맛을 쓰게한다.
제주도정은 민선5기 출범 당시 전체 예산의 20%를 사회복지로 사용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제주도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내년도 예산의 2조8613억원, 즉 전체 예산의 20.2%를 복지 예산으로 사용하겠다는 예산안을 공개했다.
논란은 이 복지예산 중에 건축지적과, 경제정책과, 보훈청 등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는데서 불거졌다.
제주도의회는 이를 '끼워맞추기식 예산안'이라고 지적했고, 제주도는 "다른 지자체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항변하며 마찰을 빚었다.
그런데, 과연 이게 중요한 것일까?
복지예산이 20%를 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실상 필요한 곳에 쓰이는지를 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비를 늘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복지예산의 20%를 넘기는 것이 진정한 복지를 이루는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치상의 도표를 따지기 전에 이들의 목소리를 한번 더 경청하고, 입장을 이해해 주는 것이 선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제주도의 복지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꼭 '뒤'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금 비스듬히 서 있는 '옆'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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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