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반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사정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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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반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사정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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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현장의 토로...턱 없는 운영비 '전전긍긍'
조례 있어도 '지원 無'..."다른 지자체와 극명히 대비"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일이지만 지역아동센터의 종사자들은 하루를 버티기가 고되고 버겁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현실적인 여건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아침 일찍 나와 센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공부를 가르친다. 이후 프로그램 준비나 센터 정비를 하다보면 오후로 접어들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후로는 전쟁이다. 센터를 찾는 어린이들 중에는 저소득층 자녀들인 경우도 많아 예민하고 까탈스런 면이 있어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훈계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떠나간 이후에는 밀린 서류작업까지 마치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집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생활고다. 채 10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은 이들에게 허탈감마저 안긴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제주지역의 지역아동센터는 70개소다. 센터는 각 지역 어린이들의 학습과 문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로, 약 2000여명의 어린이들의 '가정'이 돼주고는 한다.

그러나 센터의 종사자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시설 종사자의 평균 급여는 시설장인 경우 92만4000원, 생활복지사는 100만원이다. 생활복지사지만, 한편으로는 부인과 어머니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터무니 없는 금액일 따름이다.

그나마 이 같은 임금도 법적인 최저임금을 억지로 끼워맞춘 수치다. 센터의 운영비가 부족해 전기세나 수도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월급의 상당수는 다시 '후원금' 명목으로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가뜩이나 힘들기로 소문난 사회복지분야에서 아동복지센터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것은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 턱 없는 운영비..."이것 갖고 어떻게 사나요?"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지역아동센터는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된다. 각 센터별로 지원되는 금액은 한달에 약 350만원 가량이다.

이중 20%는 프로그램 운영비로 사용되고 나머지 80%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금액으로 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명의 선생님의 인건비와 집세, 전기세, 수도세 등을 따지면 정부의 지원은 매월 소요되는 운영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저기서 후원금으로 도와주는 이들이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종사자들의 월급을 다시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 근거 조례 있어도 '묵묵부답'...다른 지자체는?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제주외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비로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서울의 많은 자치구는 교사 인건비나 운영비 명목으로 월 7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량을 지원해주고 있다.

강원도도 월 100만원의 운영비를 추가지원해주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안양시 등을 비롯해 충남, 경남, 대전, 광주 등의 대도시에서도 센터에 대한 추가 운영비가 지원되고 있다. 센터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일찌감치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추가 운영비를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추가 운영비 지원의 근거 조례까지 있음에도 예산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있다.

지난 9월 19일 소집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85회 임시회 1차복지안전위원회에서 박희수, 위성곤, 강경식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의 제9조 1항에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운영비와 프로그램비, 인건비를 지원토록 명시돼있다.

# 황의식 지부장 "주5일제 시작되면 업무 가중...미래를 내다봐야"

더 큰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제주지역의 모든 학교가 '주5일 등교'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토요일 지역아동센터의 업무가 많아짐은 자명하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제주도지부의 황의식 지부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제주도에 월 70만원 가량의 운영비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원이 된다해도 힘든 여건은 여전할테지만 그나마 마련한 절충안이다.

황 지부장은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혔을때 종사자들의 형편은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는 어린이들의 정서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를 당장에 돈을 들인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지역아동센터가 사회에 안착하면 저출산 문제나 교육환경 개선 등의 문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재 도의회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복지 일선에서 온갖 고생을 마다치 않는 이들은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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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누리 2011-12-03 11:37:12 | 121.***.***.178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선생님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관계되신 분들 마음을 모아 주세요....

충성이 2011-12-03 11:04:26 | 211.***.***.114
지부장님의 말은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한요구사항입니다.
의원들이여 정신차리세요...공무원들이여 정신차리세요.....

서귀포사랑 2011-12-03 11:01:08 | 175.***.***.247
지역아동센터 정말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정 종사자 2인에 그 운영비로 인건비 나가야 하고, 아이들은 벅적거리고, 거기다 서류업무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단순히 아이들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상담에, 아이들 정서도 돌봐야 하고, 가족들이 잘 돌보지 못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선생님 상담도 마다않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내년에 토요휴업일이 되면, 정말 선생님들 가족을 돌볼 시간조차 부족하다 생각됩니다. 하루빨리 정착되어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동홍동에서 2011-12-03 10:56:57 | 175.***.***.247
월급의 반을 후원금으로 돌려야 하는 이러한 기관이 어디 있습니까.. 노인 등 표가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운영비가 남아돕니다...어려운 이러한 기관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라동에서 2011-12-02 21:37:56 | 110.***.***.117
좋은 기사
박성우기자님 생각에 공감 백배
20%는 중요한게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