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밭 속 '작은세상'..."농사 참 재밌습니다"
상태바
녹차밭 속 '작은세상'..."농사 참 재밌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는이야기] 유기농 녹차 7년 초록빛영농조합 김맹찬 대표
녹차밭은 '작은 사회'..."즐거운 녹차세상이 제 꿈이에요"

생산자가 있으면 소비자가 존재한다. 그 위에는 분해자가 자리잡아 생태계의 사이클은 돌고 돈다. 그 것이 세상의 이치고 자연의 섭리다.

숲은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다. 숲 구석구석에는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자라고, 다양한 동물들이 뛰놀며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초록빛제주영농조합(대표 김맹찬)의 녹차밭은 이 자연의 이치를 고스란히 담았다.

가장 자연스러운게 진짜 자연이라고 여겨 시작된 유기농법. 농사는 동물이 짓고 차는 농부가 만든다. 동물이 농사를 직접 짓다보니 그 흔하디 흔한 농약과 비료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제가 하는 것이라고는 동물들이 농사 짓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죠.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산양과 돼지, 오리와 닭이 뛰노는 제주시 회천동 소재 초록모루 녹차밭은 김맹찬 대표(44)의 자랑이다.

김맹찬 초록빛제주영농조합 대표. <헤드라인제주>

# 농사짓는 산양과의 인연..."재미있는 농사 하고 싶었어요"

지난 2005년 뛰어든 농업. 당시 건축회사의 사무실장급까지 올라갔던 그는 '농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어렸을때부터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옛날에 할머니 산소를 가는데 논이 넓게 펼쳐져 있더라고요. 거기서 생각했죠. '아 나는 커서 농사지을래'."

농삿일이라 하면 대부분 힘들고 고된 일이라 떠올리기 마련. 이러한 생각을 뒤집고 깔끔하고 재미있는 농사를 짓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농사에 대한 동경으로 뛰어들어도 막상 현실에 나오면 고되고 결국 나가 떨어지기 마련이더라고요. 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없나 고민하다가 시작된게 지금의 유기농업이에요."

초록빛영농조합의 녹차밭에서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은 산양과 닭, 오리, 돼지 등이다.

농장의 산양들은 곳곳을 휘저으며 잡초를 뜯는다. 산양이 즐겨먹는 풀은 녹차 등이 아닌 잡초인 쑥이나 클로버 등이다. 신기하게도 산양들은 잡초보다 맛이 쓴 녹차는 입에 대지 않는다.

또 닭과 오리는 각종 병해충을 잡아먹고, 돼지는 땅을 갈아엎는 역할을 맡는다. 동물들의 인분은 고스란히 양분이 된다.

"처음에 시작할때는 산양이 녹차를 먹으면 어쩌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갖다놓고 보니 그럴 걱정이 없더라고요. 산양한테 녹차는 간식 정도고 주식은 주위에서 나는 잡초들입니다."

산양은 풀 위에 나는 새순만 살짝 뜯어먹는다. 산양이 뜯어먹은 잡초에 남아있는 굵은 줄기는 돼지가 나서 땅을 파헤친다.

산양은 또 다른 선물도 건네준다. 산양유(乳)를 통해 건강 기능성 식품인 '녹차치즈'를 생산토록 돕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06년 무농약 녹차재배기술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초록빛영농조합은 서귀포시의 지원을 통해 치즈 개발에 한창이다.

가공시설이 갖춰지고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1년차에는 하루 2kg, 연간 6000kg의 녹차치즈가 개발될 것으로 보여진다. 생산량을 점차 확대하면 2년차에는 산양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배 이상의 매출도 기대되고 있다.

회천동에서 시작된 녹차농사는 이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13ha,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4ha의 녹차밭으로 확대되면서 더 큰 꿈을 꾸게한다.

김맹찬 초록빛제주영농조합 대표. <헤드라인제주>
초록빛영농조합의 가시리 모루농장에서 마른 갈대풀을 정리하는 김맹찬 대표. <헤드라인제주>
초록빛영농조합의 가시리 모루농장. <헤드라인제주>
초록빛영농조합 회천 초록모루에서 자연 방목되는 돼지. <헤드라인제주>
초록빛영농조합 회천 초록모루의 닭. <헤드라인제주>

# 녹차밭은 '작은사회'..."필요없는 풀은 없어요"

녹차밭에는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있다. 녹차 주위에 나는 잡초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1차 생산자다.

"잡초가 광합성을 이용해 양분을 만들어요. 그렇다면 소비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동물들이 뛰노는 거죠. 양과 돼지들이 소비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농업 상식으로는 잡초가 자라면 토양의 양분을 빼앗아 농사가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저희 부모님도 가끔 녹차밭에 자란 잡초를 보면서 이게 농사 짓는 사람의 밭이냐고 윽박을 지르시더라고요. 그런데 잡초 그 자체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면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줘요."

농장 동물들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그대로 두면 계절별로 20~30 종류의 풀이 자라나곤 하더라고요. 자라는 풀도 굉장히 다양해서 동물이 따먹는 풀도 가지각색이에요. 좋아하는 풀도, 싫어하는 풀도 있고, 건강에 좋은 풀도 있죠."

그의 녹차밭은 결국 '작은 사회'인 셈이다. "농업도 사회랑 똑같아요. 개개인이 따로 놀면 이 사회가 돌아가지 않듯이 풀도 있고, 풀벌레도 있고, 동물도 있고, 새도 있어야 밭이 돌아가요.

# 세계에서 인정받은 '메이드 인 제주' 녹차

지난 11일에는 이렇게 재배한 녹차를 세계인에게 선보였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주의 차를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제주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비롯해 각계 인사를 초대하고 개최했던 '인비테이션 글로컬 제주티 2011(Invitation glocal jeju tea 2011)' 행사에서는  제주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제주'차가 소개됐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유기농으로 정성스레 가꾼 차는 부드러우면서 깊은 향을 고스란히 담았고, 이날 행사에 모인 외국인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의 유기농 녹차가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된 셈이다.

김맹찬 초록빛제주영농조합 대표. <헤드라인제주>

#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녹차세상'이 됐으면 해요"

"농업에서 상상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서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대부분 경직돼 있더라고요."

수천년부터 시작된 농업의 오랜 역사 때문이리라.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농업형태를 창의적으로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게 그의 고민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게 비웃음 거리일까요? 그런 것을 두려워 않는 도전 정신을 지닌 농업인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꿈은 무엇일까.

"아직 보여준게 없다보니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꿈이라면 재미있고 즐거운 농업으로 '녹차마을', 조금 더 나아가 '녹차세상'을 만드는게 제 바램입니다."

누구나 녹차를 쉽게 즐기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 격식 따지지 않고 녹차가 '맛 있어서'찾게 되는 세상이 그의 꿈이다.

"제주에 감귤밭 만큼이나 녹차밭이 많아지면 좋겠죠. 지나가는 사람에게 '너 뭐하고 지내니' 라고 물었을때 '어~ 나 녹차 농사지어'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요."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도주택 2011-11-29 08:58:18 | 211.***.***.28
그곳에서 가족나들이를 했었는데 산양, 토종닭,꿀꿀이 흑돼지, 볼거리가 많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었어요 생소하고 맛있는 산양 우유도 맛보고 너무 좋은 곳이었답니다 이런 곳 알려서 많은 사람이 찾게해야하는데 알릴방법이 없네^^

초록빛 2011-11-28 11:01:27 | 59.***.***.23
김맹찬 대표님 너무 멋지다.
대박나세요^^

zivago 2011-11-28 10:35:36 | 119.***.***.126
세계최상의 제주녹차!! 토종닭과 돼지와양이 함께 짓는다는데 정말 한번보고싶은데 김대표님 화이팅하세요!! 쿠바의 유기농업이 모델이라던데 꼭성공하시길
빕니다 가축과함께짓는 농사 기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