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자살 충동...교육시스템 이대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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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자살 충동...교육시스템 이대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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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강봉수 제주대 교수/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발달 저해하는 평가중심 교육시스템 재고하자

2012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능 전날 내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고3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00야 수능 최선을 다해야 돼!”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도 씁쓸하기가 그지없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능을 전후하여 학생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우리 수능의 진풍경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수능시험으로 미래의 연봉과 지위가 결정된다.”는 뉴스를 전했다. 또한 방송은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하루 14시간씩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런 강행군은 수능 직전까지 몇 년간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영국의 BBC가 제주의 교육현실을 보았으면 더욱 경악했을 것이다. 제주의 아이들은 대학입시도 아닌 고교입시 때문에 타 지역보다 더 심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의 조사(2010)에 의하면, 제주의 아이들 중 81.3%가 특수목적고 및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교로 진학하고 싶어 하지만, 고작해야 중3의 50%정도만이 그들이 원하는 고교에 진학할 수 있다.

그만큼 고입경쟁이 치열하다. 이 경쟁에서 떨어진 50%의 제주아이들은 수능도 아닌 고입에서부터 심적 내상을 입고 인생의 쓴맛을 본다. 경쟁에서 이긴 50%의 아이들도 행복한 것이 결코 아니다.

잠시 동안 결과의 보상을 받을 지언 정 그만큼 그들은 일찍부터 과학습의 노예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이어질 대입 수능을 위한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과 자질에 상관없이, 제주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자마자 0교시에서 방과후 보충수업까지 고교입시에 매진해야 한다. 특수목적고 및 일반계고에라도 진학하면 그들은 밤11시 너머까지 학습의 기계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은 언제부턴가 초등학교에까지 내려왔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에 더하여 어느 지역에도 없는 제학력갖추기평가를 초등학교에서까지 실시되는 것도 이러한 제주의 교육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의 조사(2010)에 의하면, 제주도민의 61.9%가 초등학교 일제고사에 반대하고, 48.5%가 중학교 일제고사에 반대한다고 외쳐도 제주도교육청은 묵묵무답이다.

제주교육과학원이 주관하는 초등학생 대상 제학력갖추기평가가 15일에 실시된다. 제주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일제고사가 일년에 한두 번이 아니다. 평가의 취지에 상관없이, 잦은 시험은 교육과정의 파행을 가져오고, 교육의 목표를 전도시켜 버린다.

이를테면, 국가는 초등학교의 교육목표를 “풍부한 학습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균형있게 자랄 수 있도록 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타인과 공감하고 협동하는 태도를 기른다.”고 교육과정에 적시하고 있다.

과연 교육과정의 파행을 가져오고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시키는 일제고사식 평가체제가 이러한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애오라지 일제고사식 평가는 고입과 대입을 위한 지식만능, 경쟁만능의 시스템일 뿐이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견지에서 보아도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특히 초중학교시절은 상호성을 통하여 친밀감, 배려와 협동심, 공감능력 등을 키워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성취동기를 경험하고 상상력을 키우며 자기정체성을 모색해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감정을 담당하는 중격측좌핵, 편도체, 안와전두엽피질 등이 경쟁과 스트레스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자라나면 저러한 감수성이 함양될 수가 없다. 또한 이 시절은 감정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이성적 사고와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 등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한 번연계가 긍정적 경험으로 채워질 것인지 부정적 경험으로 채워질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경쟁만능의 교육시스템은 여러모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전한 발달을 저해할 뿐이다.

전국의 조사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의 53.4%가 성적이나 진학문제로 자살충동을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40%의 제주의 아이들은 부모들과의 갈등 때문에 자살충동을 경험했다는 보고도 있다.

제주의 아이들이 부모와 겪는 갈등의 내용에도 학업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지 않을까 한다. 이래저래 경쟁만능, 평가중심 교육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다. 제발 제주에서만이라도 고입제도를 개선하고 일제고사를 없애며 교육다운 교육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을까.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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