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그럼,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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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그럼,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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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확정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4.3 정의는 제대로 기술될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하면서 '독재와 민주화' 관련 문구를 삭제해 제주사회가 또다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집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한국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이 올곧게 정립되기도 전에 교과서의 내용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교과부는 11일 2013년부터 중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를 펴낼 때 지침으로 삼기 위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했다. 이 집필기준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것으로, 역사를 비롯해 국어, 도덕, 경제 교과서에 적용된다.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의 대강만을 제시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제작이 가능토록 했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앞으로 개발될 고등학교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집필기준과의 계열성 확보에도 유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집필기준에 왜 우리나라 역사 중 '독재'와 '민주화'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는가 하는 점에 있어 상당한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역사의 흐름에서 '독재'라는 부분과 '민주화'라는 부분을 삭제시킬 경우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중요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본질을 외면 함 속에서 과연 올곧은 교육이 이뤄질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많다.

일례로 현재 중학교에서 쓰고 있는 교과서의 지침이 된2007 개정교육과정 집필기준에는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갔음을 서술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새롭게 변경된 집필기준에서는 5.18민주화 운동이 빠져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 이를 극복하였으며, 국민의 기본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정착된 것에 유의한다'는 부분만 기술돼 있다.

이 집필기준은 교과서를 제작할 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발간되는 교과서에는 '독재 및 민주화'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빠지게 된다.

이 기준에 비춰볼 때 '제주4.3사건'이 교과서에서 삭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아있는 제주도민들 입장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4.3관련 단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교과서에서 4.3이 빠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잘못된 것"이라며 "빠지게 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영원히 4.3을 모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제주4.3이 교과서에서 삭제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집필기준은 개별적인 사건명을 하나하나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큰 범주에서 수준만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4.3사건을) 삭제한다는 것은 왜곡"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3사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교과서에 서술돼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검정심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협의해 집필기준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등이 교과서 집필 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4.3 관련 내용이 삭제되지 않더라도 '독재 및 민주화' 부분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교과서 집필 시 제주4.3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기술되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

가뜩이나 현재 출판사에 따라 제주4.3을 '이념적 잣대'로 기술되는가 하면, 4.3의 정의도 바르지 않아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부터 '4.3표준교과서' 제작에 들어가는 시점에 맞물려 이같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독재'라는 부분 빼고, '민주화'라는 부분을 뺀 후 미래지향적인 내용만으로 4.3을 어떻게 기술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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