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철 넘치는 '끼'..."입시걱정 오늘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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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 넘치는 '끼'..."입시걱정 오늘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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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청소년문화축제 개최..."우리가 만든 축제에요"
모의재판-영상제 등 다채 "청소년 목소리 들어주세요"

'입시'라는 틀에 갇혀있던 학생들이 모처럼 자신들의 끼를 한껏 뽐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그림이면 그림 소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무궁무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지부장 강동수)는 5일 오후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제8회 제주청소년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날 문화축제는 학생문화원의 대극장과 소극장, 로비, 취미활동실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번 문화축제는 학생들이 직접 꾸린 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별도로 구성된 청소년문화축제추진위원회는 제주지역 각 고등학교의 학생회가 도맡았다.

실제로 행사의 어느곳에도 선생님 등의 어른이 주축이 된 곳은 없었다. 사회, 손님맞이, 음향시스템 관리, 진행 스탭 등 모두 학생들이 맡았다.

즉, 흔하게 열리는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축제'인 셈이다.

5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8회 청소년문화축제'. <헤드라인제주>
5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8회 청소년문화축제'. <헤드라인제주>

# '청소년 아르바이트' 모의재판...자성의 목소리까지

오후 1시30분 짧은 개회식을 시작으로 이어진 모의재판.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실태'라는 주제로 진행된 모의재판은 청소년을 고용하고 임금을 제때 주지도 않으면서 혹독한 일을 시킨 악덕업주와의 재판이 연출됐다.

그렇지만 마냥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만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 재판 속 청소년은 불성실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면서 서로간의 갈등을 부추긴 것으로 설정됐다.

결국, 학생들을 고용하는 업주들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 항변하는 동시에 청소년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는지 자성의 목소리까지 함께 낸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각본을 짜고, 판례를 뒤지면서 만든 재판은 실제 재판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타당성 있는 논리로 반박하는 변호인들이나 분위기가 격앙되자 회중을 진정시킨 판사 등은 수준급이었다.

거기에 원고인과 증인 등은 자신들의 끼를 살려 최근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나오는 유행어까지 첨가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여러분 벨튀가 뭔지 다 아시죠?"

학생문화원 3층 취미활동실에서는 '제9회 제주 중.고등학생 이야기 대회'가 마련됐다.

대상은 제주에서 학교에 다니는 중.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했고, 이야기의 형식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벨튀의 신'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발표한 아라중학교 1학년 강동준 학생.

"벨튀가 뭔지 다 아시죠? 벨 누르고 튀는 걸 벨튀라고 합니다. 제가 5학년때까지는 조금 놀다가 6학년때부터 학문에 눈을 떴거든요." 능청스러운 발언에 관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제가 벨튀를 워낙 잘해서 친구들이 다 인정해 줬었어요. 주인 아저씨가 짜증내는 걸 보면 친구들도 좋아하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한때는 벨튀가 국민적인 놀이고 전통적인 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벨튀가 양면성이 있어요. 나는 재미있는데 집주인들은 짜증나게 되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학원 선생님한테 한번 걸려서 혼난 이후로 벨튀를 딱 끊었습니다."

깐깐한 이들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극적 짜임새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학생들의 시각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생기 발랄한' 이야기거리였다.

한미FTA 등 다소 어려운 주제도 학생들의 눈으로 재조명 됐다.

함덕고등학교 1학년 양주영 학생은 "한미FTA가 을사조약이나 강화도조약 같은 불공평한 계약이라고 하더라"며 "미국이 자기네 먹을 쌀이 없다고 그러면 우리는 엄청 비싸게 사거나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님이 싸인 한번만 하면 큰일난다"며 "한미FTA를 반대하는 서명 사이트가 있는데, 우리 모두 손가락 운동 한번씩 하고 우리나라를 살리자"고 말했다.

'제8회 청소년문화축제'서 열린 모의재판. <헤드라인제주>
'제8회 청소년문화축제'서 열린 모의재판. <헤드라인제주>
'제주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학생. <헤드라인제주>
제주 중고등학생 이야기 대회. <헤드라인제주>

# 하루종일 수업과 자습..."우리의 일상이에요"

같은시간 소강당에서 열린 영상전시회도 학생들의 해방구였다.

강다영 학생 외 9명이 제작한 '우리들의 반복되는 일상'은 제목 그대로 최근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아침에 헐레벌떡 일어나 학교에 가서 0교시 수업을 받고, 내리 9시간을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가 야간이 되면 야자(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한다.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를 이룬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들려 공부를 하고, 결국 축 처진 어깨로 집으로 귀가하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없었다. 그냥 우리의 삶이 이렇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족한 것이다.

사대부고 jsh방송반은 최근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면서, 이에 대한 상담이나 고민해결 등의 방법은 너무나 한정적이라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다뤄진 내용들은 광범위했지만, 메시지 하나하나에서 학생들의 삶이 녹아있었다.

오후 4시부터는 문화공연이 열려 가요, 댄스 등의 무대가 선보여졌다.

행사를 준비한 전교조 제주지부의 이강식씨는 "입시 위주의 공부 안에서 학생들이 평소 보일 수 없었던 끼를 보이고, 의견을 피력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축제를 열었다"며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나선 행사이기에 더 값진 축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축제에 이어 6일에는 제주지역 중고교생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덕정, 모충사, 진지동굴, 곤홀동, 화북환해장성 등의 코스로 역사문화탐방길에 나선다. <헤드라인제주>

5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8회 청소년문화축제'. <헤드라인제주>
로비에 전시된 학생들의 그림작품.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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