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교통체계 확 바꾼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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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교통체계 확 바꾼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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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개편 회의...'뻔한 제안-소극적 시책' 지적
원대한 계획에 결과는 '부실'..."심도있게 조사하라"

한정된 순환 노선과 긴 배차간격에 의해 시민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제주지역의 버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TF팀을 구성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7월께 열린 '교통시스템 개편 추진 간담회'에서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직접 "제주도민들이 편리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로 대중교통 체계를 확 바꿔야 한다"고 큰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TF팀이 제시한 결과물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당초 호기롭게 시작했던 계획과는 달리 결과물은 너무 소극적이고 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27일 오후 3시 제주도청 4층 회의실에서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 자문위원 회의'를 갖고, 각 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해들었다.

27일 여린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 자문위원 회의. <헤드라인제주>
27일 여린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 자문위원 회의의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 버스증편에 노선개편 '3가지 안' 비슷비슷..."재정문제 어려워"

이 자리에서 교통체계 개편 TF팀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번째 안은 버스노선을 개편하거나 버스를 늘려 종저까지 버스가 운행되지 않은 곳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제안이다.

제주시 구간의 경우 신제주 지역에서 사대부중.고교로, 일도지구에서 신성여중.고교나 중앙고로 통학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공영버스 노선 2개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용객이 많은 노선에 대해서는 막차시간을 밤 12시까지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외지역과 서귀포시 구간의 경우 읍면 순환노선 공영버스 5대를 시범운영하고, 시외지역을 도는 차량을 3대에서 5대가량 증편하는 방안을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은 빠른 노선 개편이 이뤄지지만 버스업체의 재정부담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두번째 안은 시내버스를 간선과 지선으로 나눠 주요 간선도로에는 급행버스를, 보조 간선조로에는 지선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이다.

제주시권을 주요 대상으로 16노선에 165대를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2안이 적용되면 간선 노선은 7노선에 105대, 지선 노선은 9노선에 60대를 배차하게 된다.

이 같은 방안은 버스를 추가로 구입하면서 예상되는 초기 소요금액이 85억원에 달해 재정 지원 없이는 업체들의 참여가 불투명할 것으로 진단했다.

마지막 안은 시내.외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한다는 방안이다.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버스 운영체제를 자치단체가 개입해 운영의 공공성을 높이고, 민간업체 운영에 따른 문제점과 비합리적 부분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인력관리와 경영은 민간회사가 맡고 노선관리권이나 수익에 대한 관리와 보전은 행정이 담당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제안도 공영버스 추가 도입에 따라 282억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됐다.

결국, 세 가지 안 모두 '버스를 늘려서 노선을 개편한다'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고, 이마저도 재정상의 문제로 어려울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조경신 전국자동차 제주지역 노조 위원장
27일 여린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 자문위원 회의. <헤드라인제주>

# 조경신 위원장 "해마다 하는 용역...이게 획기적인 방안인가?"

회의에 자리한 자문위원들도 TF팀의 부실한 계획에 대해 꼬집었다.

조경신 전국자동차 제주지역 노조 위원장은 "시외버스에 30년 이상 종사하고 있지만 1안에 제시된 읍면지역의 공영버스 운영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짚었다.

조 위원장은 "현재 공영버스의 임금 구조는 기사 한명에 연 35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받는데, 읍면순환 버스는 하루에 100명을 타는 버스가 없다"며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10만원도 수입이 않나는데 공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제주시내 통학하는 학생들은 택시를 잡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시급한 것은 제주시내 교통 체계의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제주도는 해마다 전문가들을 불러 용역을 시행했는데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이번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 것이 획기적인 방안인가"라며 "제안된 방안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송규진 국장 "시민 만족도 떨어져...트램연계도 부족"

송규진 YMCA 정책기획국장은 "버스에 대한 문제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들이 버스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국장은 "이번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며 "결국 재정사정만 고려하다보면 서비스 수준은 향상되지 않고 재정만 투입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트램 등 신교통수단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왜 버스 노선을 개편하는데 이 같은 시책과 연계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송 국장은 "버스를 노선과 간선으로 나누겠다는 2안의 경우 2014년부터 시행된다는 계획인데, 결국 트램이 도입됐을때 다시 버스 노선을 개편해야 한다고 하면 두 시책이 충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트램이 논의중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까지 따지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배제했다"고 이해를 구했다.

제주도의회 신영근 의원. <헤드라인제주>
송규진 YMCA 정책기획국장. <헤드라인제주>

# 신영근 의원 "방학기간에 등하교 교통현황 파악? 말이 되나"

이번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의 핵심적인 개선 필요사안으로는 학생들의 등하교 문제가 거듭 거론됐다.

현길자 참사랑실천학부모회 제주지부장은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하교 시킬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라며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대중교통을 늘려줄 수는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제주도의회 신영근 의원도 이를 거들며 "제시된 계획 자체가 심도있는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교통량 조사를 보니 7월과 8월달 쯤에 이뤄졌는데 이 당시는 학교가 방학했을 때가 아닌가? 학생들이 365일 학교를 가는줄 아는가"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새로 조성된 개발지구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그 외 버스정류장의 접근성이 떨어진 곳에 시민들은 모두 택시를 타고 다닌다"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순환버스를 놓던가 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는 없었나"라고 캐물었다.

한편,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우선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오늘 말씀해주신 것들을 새겨듣고 세부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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