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수건 쥔 황금시간..."버릇없다고?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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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수건 쥔 황금시간..."버릇없다고?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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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제주 애덕의집 목욕 봉사동아리 '랄랄라'
4년째 주말 오후 투자..."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잖아요"

한적한 주말 오후, 반가운 손길의 방문으로 제주 애덕의 집이 분주해졌다.

"자 다음! OO삼춘 빨리 들어와요!"

좁은 목욕탕은 비누칠을 하는 이들과 물로 행궈내는 이들이 뒤섞이며 정신이 없다. 목욕탕 바깥에는 귀지와 손톱깎이를 준비하고 있는 멤버가 대기중이다.

"이게 뭐 특별한 일인가요. 그냥 싸XX 없는 아이들도 봉사를 할 수 있구나 라는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이름만큼이나 유쾌한 봉사동아리 '랄랄라'. 회장 송명현씨(27)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때수건을 집은 손을 쉬지 않았다.

# "마음맞는 이들끼리 한데 뭉쳤어요"

제주시 화북2동에 위치한 제주 애덕의집은 지적장애, 발달장애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안고있는 장애인들을 돌보는 시설이다. 현재 입소자는 약 50명정도.

시설의 입장에서는 평소 장애인들을 관리하는 것이야 가능하지만, 목욕같은 일은 치르는 것은 여간 버겁지 않다. '랄랄라'는 이런 사정을 돕기 위해 매주 주말마다 투입되는 구원투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에 시작됐어요.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랄랄라' 회장 송명헌씨.<헤드라인제주>
어느덧 4년째를 맞이한 '랄랄라'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우러져 만든 동아리다. 회장인 송명현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동아리다보니 나이대는 대부분 25세에서 31세의 젊은이들이다.

이날 봉사에 나선 멤버는 총 6명. 남성조와 여성조로 나뉘어 남성조는 목욕을 맡고, 여성조는 머리를 말리고 손톱을 손질하는 역할을 맡았다.

"총 인원은 열댓명 정도에요. 너무 많이와도 일이 분담이 안되고 최소한의 인원은 맞춰야하다보니 주로 로테이션으로 번갈아가면서 봉사를 오죠."

# '싸XX 없는 봉사단?'..."그게 뭐 어때서요?"

'랄랄라'는 여타 봉사동아리가 풍기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을 '싸XX 없는 아이들'이라고 가감없이 표현한다.

"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친절하거나 한건 아니에요. 말도 툭툭 놓고 그렇거든요. 대신 그만큼 여기 있는 분들에게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시설 입소자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은분들도 있지만, 대화를 나누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년층의 입소자들도 모두 형과 삼춘으로 통용된다.

솔직한 마음이 통해서인지 입소자들도 이들을 곧잘 따른다.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라 목욕을 하는 도중에 머리위에다 볼일을 보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럽고 그랬는데, 지내다보니 이제 별일도 아니에요."

#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 해야할 일이잖아요."

황금같은 주말 오후, 한창 할 일 많은 젊은이들이 시간을 내기는 쉽지않을 터. 4년째 동아리를 이어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워낙 놀기 좋은 나이잖아요. 참석하지 못하는 멤버들에게는 벌금 5000원씩 걷었는데 그게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 마주보며 웃는다.

"지금도 쉬운건 아니에요.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멤버들은 벌금도 벌금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그만두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먹은게 벌써 3년전이에요."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벌써 4년째 이어오고 있는 봉사활동이다.

15일 오후 애덕의집을 방문한 봉사동아리 '랄랄라'. <헤드라인제주>
"이제 주말 오후가 되면 특별히 할 일도 없어요. 봉사하는 시간대는 알아서들 비워놓거든요. 봉사를 오지 않는날은 오히려 심심해지더라니까요."

그저 심심해서 기웃거리는 봉사는 아니다. 앞으로도 해체 위기는 오겠지만 '사명감'을 갖는다는게 이들의 다짐이다.

"우리가 아니면 누군가라도 해야하는 일이잖아요. 우리가 한주 빠지고 두주 빠지기 시작하면 여기 계신분들은 아예 목욕을 못하게 되거든요.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할수있는 한 끝까지 해봐야죠."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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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dns0 2011-10-18 10:39:41 | 175.***.***.202
봉사를 할수 있는 마음들이 너무 이쁘네요 이런마음으로 살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요

울랄라 2011-10-17 20:53:01 | 119.***.***.72
오디션 프로에 '울랄라' 팀이 있죠. 아주 인상적이랍니다. 실력도 물론 겸비하고 있지만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치죠..그 팀은 마치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그런 존재라고나 할까. '랄랄라'...당신들의 행복바이러스가 화수분이 되길 바랍니다.

alsu 2011-10-17 20:44:19 | 59.***.***.135
쉬운 일 같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들이 너무 멋지네요~
본을 받아 저도 봉사를 시작하고 싶어요~*^^*

도민 2011-10-17 20:41:53 | 122.***.***.202
주말 오후, 느긋하게 아니면 쌈빡하게 놀러갈 나이에 이처럼 뜻있고 보람찬 일들을 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에게 진정 박수를 보냅니다.
더구나 그곳까지 자비로 자동차(기름값도 비싼데)를 운행하며, 봉사하는 그들의 헌신은 정말 우리들을 랄랄라 기쁘게 합니다.
언제 밥한번 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