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급선회?'...왜 갑자기 '약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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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급선회?'...왜 갑자기 '약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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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막바지 해군기지 문제 대응 '전략'의 묘한 변화
민항시설 문제 '압박'하다, 돌연 '해군기지 필요성' 부각은 왜?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우근민 제주도정은 왜 느닷없이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일까.

지난달 이후 줄곧 제주해군기지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민항시설'에서 제기되는 일련의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며 정부를 압박해왔던 제주도정이 최근들어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민항시설의 설계에 있어 문제가 있으나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팩트에 있어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일련의 흐름 속에서 볼 때 분위기는 분명 달라진 점이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분위기를 엿보게 하는 것은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도정의 입장은 지난해 말 '해군기지 정책결정 수용' 발표를 통해 공식화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7월 열렸던 소위 '6인 회동' 이후, 우근민 도정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개념과 성격을 분명히 하는 속에서 문제해결을 하겠다면서 최근까지 이러한 맥락에서 다양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뭔가 입장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 8월 이후 제주도의 문제제기, 대응 흐름은?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8월 해군기지 문제를 단일안건으로 하는 도의회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명실상부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내용을 가져나가면서 강정마을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9월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회의에서 2009년 정부와 제주도간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 이에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 지사가 제기한 문제는 두가지였다.

기본협약서의 제목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해 이중으로 체결된 이유와 관련한 해명요구가 그 첫번째고, 기본협약서의 내용 중 크루즈 선착장 규모와 관련한 의구심이 두번째다.

첫번째 문제제기는 말 그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할 경우 군항과 민항이 공존하는 항이라는 의미인데도, 제주해군기지라는 문구가 먼저 들어가 괄호해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쓰여진 협약서 제목이 유효화될 경우 자칫 민항 보다는 '군항' 중심의 항으로 건설될 것이란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두번째는, 기본협약서의 내용 중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현재의 설계에 제시돼 있는 민군복합항의 선회장 직경 520m 규모로 과연 2척 동시접안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현재 8만톤급 크루즈선 접안을 목표로 해 시설된 제주외항의 선회장은 직경은 510m다. 강정 민군복합항의 선회장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따라 강정 크루즈항의 15만톤급 2척 동시접안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이다.

문제제기와 동시에 우 지사는 항만법 개정 등을 통해 무역항으로 지정하고, 관리운영권을 제주도로 가져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크루즈 2척 동시접안의 문제제기도 외면했다.

때마침 도의회의 단식농성과 청와대 앞 '1인 시위', 그리고 이어진 해군기지 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에 맞춰, 우 지사는 민항시설 검증TF팀을 구성해 운영했고 이 결과 크루즈 2척의 동시접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민항시설 설계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TF팀의 검증결과는 민항시설에 대한 '재검증' 요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10일 국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해군측은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고, 제주도의 주장은 묵살됐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에서 제기한 문제는 전혀 수용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구옥회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소장)이 우 지사를 면담하며 '재검증'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재검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은 달랐지만, 해군측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해군은 '제3의 용역기관'에 맡기자고 했다. 용역을 수행하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논의를 하도록 해 결론을 내면 될 것 아니냐는 제안이다.

반면 제주도는 '정책적 방향'을 먼저 결정한 후 용역을 시행하자는 '역제안'을 했다. 용역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보다는, 기본적으로 크루즈항의 항로나 풍속, 풍향 등의 변수 같은 것을 먼저 설정하는 '정책적 합의' 절차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종전 민항설계가 오류를 빚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항로, 풍속, 풍향 등에 대한 변수값이 잘못 설정돼 있어, '과업지시서'의 작성에서 원칙적 합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대목이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바로 여기까지가 진행돼 온 일련의 상황이다. 이 흐름 속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제주도당국이 '공사중단' 이상의 요구를 해온 점이다.

한번은 지난 민항시설 TF팀의 1차 결과보고서의 내용이고, 두번째는 지난주 해군측이 구럼비 암반 '시험발파'를 강행할 때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지는 않았지만, 민항시설 설계의 중대한 오류를 지적한 부분이나 시험발파 중단요구와 '강행할 경우의 특단 대책 강구'를 표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공사를 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제주도당국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 추진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의 문제제기는 도의회나 시민사회단체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 갑자기 "지사님께서는 반대해본 적이 없다"...윈윈해법 내용설명은 왜?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제주도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면 승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크게 표출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현재 불거진 문제를 깔끔하게 짚고 정리한 가운데 정부와의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 도정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민들을 설득할만한 '충분한 실익'을 얻어내야겠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며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를 하던 제주도당국이 돌연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우리 지사님께서는 해군기지를 반대해본 적이 없다", "지사님께서는 군소령 출신으로서, 해군기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는 등의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던 '윈윈해법'의 내용까지 첨언하면서 말이다.

지난 14일 열렸던 제주특별자치도의 해군기지 찬성측 단체 회원들과의 설명회 때 이러한 입장이 표명됐다.

해군과 제주도, 강정주민 3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윈윈해법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해, 크루즈항의 관리운영권을 제주로 가져오고 주변지역발전계획을 통해 제주도와 강정주민에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해군은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를 정상적으로 건설하고,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명확히 함 속에서 크루즈항 건설을 통한 광역단위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강정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윈윈해법의 목표는 '주변지역발전계획에 따른 국가차원의 지원으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되, 그 속에서 '실리'를 찾자는 안인 것이다. 얼핏보면 예전 입장 그대로 바뀐게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분위기상은 분명 달라졌다.

▲ '마음속 구상' 상대측에 전달한 후, 협상을 한다?

9월 이후 제주도에서 제기한 문제만을 놓고 볼 때, 지금 현 상황에서 결론으로 주장할 팩트는 '전면 재수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하면서 '실리'를 얻겠다는 '구상'을 공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혹, 예전부터 이런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해 온 쪽에서 먼저 '적당한 합의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상대에 전해주는 것은 협상에 있어 치명적 결함이다.

정부입장에서 볼 때에는 마치 '실리'를 챙기기 위해 그동안 크루즈항의 설계오류 등의 문제제기를 해온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물론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민항과 군항이 공존하는 '민군복합항' 건설 △국가이익과 제주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2가지를 문제해결을 위한 제주도의 기본원칙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2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객관적이고 사심없는 문제제기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해군측과의 민항시설 설계에 대한 '재검증'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느닷없는 '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을 재천명하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오해'를 할까봐 공개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으나, '약한 모습'은 이미 드러나 버렸다. 구럼비 암반 시험발파 강행에 따른 '특단의 대책'이 제시돼야 할 시점에 엉뚱한 입장이 표명된 셈이다.

가뜩이나 강정주민들은 공권력 투입과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이 이뤄지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시점에 '실리'를 챙겨주겠다는 윈윈해법에 강정주민들은 과연 공감할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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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11-10-16 21:21:01 | 211.***.***.202
어느 타임에 이런말 랄까했는데 며칠 못버티네요
반대편으로 왔나 조금이나마 착각해쑈다

협상의 달인 2011-10-16 19:19:36 | 119.***.***.72
협상에서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런지...

ㄹㅎㅎ 2011-10-16 16:26:58 | 211.***.***.206
저 우근민이가 회유됐다기 보단 첨부터 정부와 야합해서 제주도민을 가지고 논 셈. 얼마나 쳐먹었을까?일본팔아넘긴 매국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