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네 집 도시락이 가장 맛있어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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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남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이야기] <5>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

운동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높은 가을 하늘에 닿을 듯 높게 펄럭이는 만국기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점들이 늘어선 모습은 언제봐도 정겨운 운동회의 풍경입니다.

요즘은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늘어나 주말이나 공휴일에 운동회를 하는 학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신나게 운동회에 참여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운동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가족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먹는 점심시간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자장면이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이었지만 요즘에는 엄마들의 요리솜씨를 한껏 발휘한 엄마표 특제 도시락이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맞벌이를 하느라 평소 제대로 음식솜씨를 발휘하지 못했던 엄마들도 이날만은 김밥이며 초밥, 샌드위치, 과일 등 형형색색의 화려한 도시락을 준비해서 누구네 집 도시락이 가장 맛있어 보이나 한껏 뽐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응원소리, 운동장 곳곳에서 울려펴지는 신나는 노랫소리와 가족들의 정겨운 웃음소리 소리가 멀리 멀리 퍼져나갑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만 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그 안에서 또다른 모습의 아이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속에, 발로 운동장 바닥을 차고 있는 철수. 할머니와 함께 말없이 도시락을 먹고 있는 영희. 운동장 한쪽에서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는 영수를 말입니다.

철수의 부모님은 주말에도 일을 하십니다. 올해 운동회만큼은 꼭 가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번 운동회에도 철수의 부모님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철수의 호주머니 속에는 아빠가 미안함에 꼭 쥐어준 용돈이 들어있지만 조금도 신이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하며 애꿎은 운동장 바닥만 발로 찹니다.

영희의 부모님은 얼마 전에 이혼하셨습니다. 영희는 아빠의 형편이 안정될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영희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 도시락을 싸오셨지만 영희는 그저 부모님과 함께 온 다른 친구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영수의 엄마는 친구들과 달리 다른 고향에서 오셨습니다. 아직 영수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가 고향인 엄마는 친구들의 엄마와는 피부색도 다르고 우리말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 엄마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친구들의 시선도 싫습니다.

저 또한 작은 아들놈이 6학년이라 운동회에 항상 참석하여 부모달리기도 하곤 합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서 꼭 참석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헤드라인제주>
‘안경낀아저씨’하면 뛰어오는 아이들과 손잡아 달려주는 게임입니다. 저도 아들놈 손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참석못해 주빗거리는 아이, 꼴찌하는 아이, 뚱뚱한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 ... 어른들이 같이 안해주는 아이들의 손을 항상 잡아줍니다 올해에는 많이 힘들어 네 번밖에 못했습니다. 끝까지 안잡아주어 울던 한 아이가 계속 생각납니다. 힘들어도 내가 잡아주었야 했는데 .....

여름 내내 자신들의 장기를 뽐내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던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땀방울과 예쁜 미소, 행복한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답은 바로 내 아이의 운동회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아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과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전하고 함께 품어 나갈 때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아이들에게 이번 운동회가 높고 파란 가을하늘처럼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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