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정작 중요한건 몰라?"
상태바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정작 중요한건 몰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제주대병원 일대 '문화거리' 조성계획...지역상인 '울분'
"지금 중요한건 건물 활용방안" 호소...주민 의견 수렴했나?

찾는 이가 없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대학교 병원 거리.

병원 건물이 아라동으로 이전하면서 인근 상권도 덩달아 시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가 일대의 위축된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위해 '문화예술의 거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화예술의 거리'란 지역주민과 건물주 등이 동참해 제주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인들이 모여들면 자연스레 볼거리가 늘어나고, 그렇게되면 관광객 등도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주시의 계획과 관련해 막상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내용을 알고 있는 상인들은 잔뜩 불만을 안고있는 실정이었다.

한산한 옛 제주대병원 거리. <헤드라인제주>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문화예술의 거리'...전통 체험공간 조성 목표

제주시가 발표한 '문화예술의 거리'는 관광객과 시민들을 끌어모음과 동시에 빈 점포를 채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장사가 되지 않아 수년째 비어있는 빈 점포를 건물주와의 협의하에 문화예술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준다는 계획이다.

빈 건물 등은 문화예술 창작, 체험, 전시공간과 공예공방, 전통음식문화 등의 공간으로 만들어 탕건, 망건, 갓일 등을 재현해 지역방문객과 관광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요 계획이다.

사업이 추진되면 우선적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 공예조합 등의 예술단체를 불러들여 입주시킨 뒤 운영지원을 하게 된다.

제주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2차례 전해듣고, 주민들로 이뤄진 가칭 '문화예술 특화거리육성사업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달중 기본계획 마련을 위한 용역에 착수, 올해안에 마무리 짓고 용역결과에 따라 세부사업 계획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침체돼 있는 구 제주대병원 일대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비고 생기와 활력이 넘쳐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정작 중요한건 제주대병원 활용이라니까요?"

그러나 막상 지역주민들의 예상은 제주시의 바람처럼 밝지만은 못했다. 상권 침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 빈 점포가 아닌 '옛 제주대병원 건물'의 활용방안이라는 것이다.

4일 오후 찾아간 옛 제주대병원 인근 거리는 한산했다. 1시간여동안 이 곳을 지나친 시민을 직접 셈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곳에서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에 대한 상인들의 생각을 직접 물었다. 중앙로에서부터 서문로터리 인근까지의 업소 중 은행과 영화관 등을 제외하고 식당이나 슈퍼마켓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업소가 그 대상이었다.

그런데, 운영되고 있는 14개소의 업소 중 관련 문화예술의 거리와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는 업주는 5명에 그쳤다. 나머지 9명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내용을 안다는 5명도 제주시로부터 별도의 설명을 들은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뉴스, 또는 지인에 의해 전해들은 정도였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제주시의 설명이 의문시 되는 부분이다.

한산한 옛 제주대병원 거리. <헤드라인제주>
빈 건물로 방치된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대병원 일대. <헤드라인제주>
그나마 내용을 알고있다는 상인들도 큰 불만을 표출했다.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빈 점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옛날 제주대병원 건물의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냐"며 "문화거리를 만들어도 상관은 없는데 일단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A씨는 "이 일대 상권은 제주대병원이 떠나기 전과 떠난 후로 나뉜다"며 "저 건물의 활용법을 먼저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 앞길에 비단 카페트를 깔아놔도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사업 내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처구니가 없더라"라며 "갓이나 탕건을 만들면 거리가 오히려 후진국스러워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저 건물(옛 제주대병원)부터 우선 살려야된다"며 "나라의 것이 아니라 개인 건물이었다면 기를 쓰고라도 활용방안을 찾았을텐데 너무 무심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지역주민 C씨도 "지금 비어있는 건물들은 제주대병원 건물 활용방안만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메워질 건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당장에 건물이 비어있다는 이유로 성급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근본적 원인만 해결되면 될 일을 제주시가 헛돈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것 같다"고 비꼬았다.

# 껍데기만 남은 '영화의 거리'...주민 불안 부추겨

상인들의 불안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인근에 조성된 '영화의 거리'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남문로터리와 중앙로 중앙성당을 잇는 샛길은 영화의 거리로 조성돼 있다. 그러나 조성된지 불과 몇해가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껍데기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울타리에는 옛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건물 외벽에는 영화의 거리임을 알리는 그림이 프린팅 돼 있다. 하지만 색채없는 거리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 포스터의 조화는 우습기만 하다.

A씨는 "예전에 몇번 축제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때 뿐이었다"며 "당시에도 거리 활성화를 위해 영화의 거리를 조성한다고 했는데, 결국 그 뿐이었지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 같은 전통 시설이 비어있는 점포 등에 드문드문 생긴다면 거리조경이 부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삼도2동에 조성된 '영화의 거리'. 현재는 일부 시설물만 남아있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삼도2동에 조성된 '영화의 거리'. 현재는 일부 시설물만 남아있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 제주시 "서울 '인사동 거리'가 목표...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일단 용역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당장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멀리 보면 서울의 인사동 거리같이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일단 빈 점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이달중 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실한 주민 의견 수렴은 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는 2차례에 걸친 설명회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정작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달 6일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과 관련한 주민설명회에서는 해당 지역의 상인이 단 한명 참석했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지역의 자생단체장과 지역 유지들, 빈 건물의 건물주 등이었다.

혜택을 받건, 손해를 보건 거리가 변했을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입는 상인들은 이 자리에 거의 없었다. 아직까지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더 갖게될 것"이라며 "상인들의 요구조건을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옛 제주대병원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산 소유주가 제주대학교로 돼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해도 건물주가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첫 걸음을 뗀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채 추진되는 사업이 제주시의 희망대로 성공을 거둘지는 우려가 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멀뚱이 2011-10-05 21:29:18 | 112.***.***.135
나도 주민들의 의견에 동의함. 그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옛 제주대병원건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