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철조망을 넘을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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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철조망을 넘을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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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출입금지 구역'..."구럼비, 그곳에 가고 싶다"

1.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올레 7코스인 구럼비 해안이 꽁꽁 갇혀 있다.

높다란 펜스가 설치되고, 그것도 모자라 펜스 위에는 철조망까지 쳐졌다. 분단의 장벽을 연상케 한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인 그 구역이 펜스와 철조망으로 전면 통제된지도 이제 한달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추석에도 그곳은 '출입금지구역'이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에게도 이곳은 금단의 땅이었다. '볼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군사보호시설이 들어서라도 주민 이동이나 출입통제는 최소한도로 하겠다는 해군의 설명이 무색해진다. 강정포구를 통하는 곳으로도 구럼비 해안을 거닐 수 있는 자유는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달 평화운동가 몇명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통해 기습적으로 이곳에 들어갔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고 쫓겨났다. 주민들조차 이곳에 발을 딛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지난 2일 밤에는 대학생 12명이 중덕 삼거리 쪽의 펜스를 넘어 이곳에 들어갔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펜스를 넘자마자 해군들이 달려와 코너로 몰아세우며 폭력적으로 제압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일 기자회견에서 대학생들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발길질 등의 폭력은 물론이고, 귓속말로 "군대 전역하면 너희들을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항의하는 여대생에게는 "너희는 범법자니까..."라며  쇼크를 받아 실신한 여대생을 병원으로 후송해달라는 요청마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이 경찰권을 행사한 셈이다. 물론 대학생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부분에 대해 해군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구럼비를 한번 봐야겠다"면서 펜스를 넘었다는게 이들 대학생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캄캄한 밤중, '금단의 땅'에서 벌어진 일의 진실은 확인할 길이 없다. 경찰에서는 해군측의 일방적 주장만 경찰에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연행된 후에는 오히려 폭력의 피해자인 듯한 대학생들에게 '폭력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의 진술보다는 해군측의 주장을 토대로 해 조사가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2.

구럼비 해안에서 줄곧 생활을 하다가, 펜스가 설치된 후에는 매일 아침 강정포구에서 헤엄을 쳐서 구럼비해안으로 들어간 후 기도를 올리고 있는 송강호 박사.

그는 지난 3월부터 구럼비에서 아침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펜스가 설치된 후에는 구럼비 해안에 갈 방법이 없어 헤엄을 쳐서 구럼비해안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군의 폭력적 행위가 상당히 가해졌다고 한다. 송 박사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최근 해군이 특수부대인 SSU를 파견해 수중에서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앞을 가로막는 차원이 아니라 장비를 빼앗고, 심지어 머리를 수중으로 밀어넣는 등의 과도한 폭력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2일에는 SSU대원 2명이 저를 향해 다가온 후 오리발 등의 장비를 빼앗은 후 주먹으로 때리거나 무릎으로 차기도 했다. 심지어 다리로 허리를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 두손으로 20-30초간 저를 물속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이는 사람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살인 행위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의 진술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 부분이 있다.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인근에 해경선이 있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해경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수수방관했다고 한다.

해군이 장악한 강정 해안가는 '봉변'을 감수하지 않고는 진입할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이 돼 버렸다.

3.

하지만 구럼비 해안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에는 신부 9명이 펜스를 넘어 구럼비 해안으로 진입했다. 공사현장으로 진입한 신부들은 바로 구럼비해안으로 들어가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혀있는 노란색 깃발을 들고 지금 즉시 공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가 '불법'이라고 인식했기에, 당당히 이의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에는 경찰이 즉각적으로 출동해, 50여분간 대치하다 결국 이들을 모두 연행하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금단 구역'인 구럼비 해안을 매개로 해 강정마을은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이 철저히 통제되는 현실이다.

집회가 전면 금지된지도 한달이 훨씬 지났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이라는 이유로 해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공공의 안녕 위협'의 판단근거도 명확하지가 않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커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경찰에 '항의'하는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지난 30일에는 한 신부가 공사차량 앞에서 항의하다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되고, 이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에 호통을 치던 '길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초 경찰과 신부가 나눈 대화내용을 보면 실제적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과도한 행동을 했다기 보다는 경찰관과 실랑이가 결정적 체포이유가 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길목을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잘못 항의하는 일도 용납하지 않는다.

'원활한 국책사업 진행'이란 미명하에 시작된 해군과 경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보호구역을 설정하더라도 최소한도로 해 주민들의 이동에 불편을 주지 않겠다던 해군의 최초 설명이 무색하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펜스와 철조망.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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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 2011-10-05 11:42:47 | 14.***.***.79
학생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박사는 학문을 연구나 할 것이지. 국가방위를 위해 우리해군들이 부식조달, 휴가자 제대자 인원교체를 위한 항구를 만들겠다는데, 반대시위를 하냐고요. 악법도 법을 지켜야 나라가 존립한다는 것 모르시나?
나라 꼴이 이게 뭐시여?

ㅉㅉㅉ 2011-10-04 22:35:08 | 220.***.***.196
해군은 아예 조사도 하지않았을테죠
굳건한 동맹관계아니까
경찰이나 해군이나 국민의 편은 하나없고 권력의 시녀노릇만 해대니 신부님들까지 나서지 ㅡ
대학생들과 한판 격돌한 해군은 부끄럽지 않ㄴ나
동생만헌 어린 학생들을 제압하는 꼴이라니

공사나 중단하시죠 2011-10-04 21:01:42 | 211.***.***.98
댓글이 갑자기 허접해지는구려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이미 해군기지는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동영상 원본공개를 2011-10-04 20:56:55 | 112.***.***.87
동영상 원본 공개하세요. 편집된거 말고! 대학생들이 객기로 담넘는 것에 우리가 같이 춤춰줘야할 이유 있나요? 그들이 구럼비를 보고싶었을까? 그럼 강정에 주소 이전하고 강정에서 살라고 하세요

레뒤 액션이냐? 2011-10-04 20:51:27 | 112.***.***.22
월담하는 동영상 보면 넘어간 순간부터 촬영을 하던데...과연 왜 해군들이 딱 버티고 서있는 곳으로 월담을 하여 영상촬영을 하였을까?
하다 하다 안되니 이젠 연출까지 하냐? 총감독이 여군똥이냐?

멀뚱이 2011-10-04 20:30:39 | 112.***.***.135
전에는 강정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자들이 해군기지 공사하니까 갑자기 구럼비가 몹시 보고 싶어졌나? 이 자들 하는 행동이 영 닮아뵈지 않네....

구럼비 2011-10-04 20:00:16 | 119.***.***.72
아! 철조망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을 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