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은 공직사회 구성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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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은 공직사회 구성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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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두 행정시장의 '무기계약직 편가르기 발언' 유감

공직사회에 보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돼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습니다.

일반직이나 별정직, 기능직과 같은 정규직 공무원, 그리고 예전의 일용직이란 말을 쉽게 접해봤으나, 무기계약직이란 말은 아직 낯선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근로자를 말합니다.

2007년 도입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 대상자들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시 산하에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약 220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이에따른 노조만 5개에 이릅니다.

일정기간을 정하고 일을 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비해서는 재계약 절차가 없으니, 고용불안은 훨씬 줄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 정규직과 벽을 갈라 승진이나 급여 등에서 차별을 고착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정규직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법에 의해 신분을 보장받고 급여도 국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책정됩니다.하지만 무기계약직의 경우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습니다.

공공기관 각 부서에 배치돼 일을 하기는 하나 '사업내용'에 따라 급여가 책정됩니다. 바로 이러한 요소 때문에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더라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심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제주도의 '근무평가' 시행을 두고 행정시 산하의 노조가 반발했던 것도 이러한 측면입니다.

물론 제주도 본청 소속의 공무직노조와는 협의를 마치고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시 산하 노조들의 반발이 큽니다.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무평가를 통해 최우수 등급 대상자에게는 각종 보상을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하위 등급에는 재교육이나 재배치를 하겠다는 말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습니다. 근무평가가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를 빌미로 해 부당한 인사조치 등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큰 듯 합니다.

보다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불신'입니다.

행정시 산하 노조에서는 제주도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합니다.

근무평가 시행을 전제로 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일반직과 동일한 성과상여금을 배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백지화되면서 노사간 신뢰가 깨졌다는 겁니다.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니, 제주도 당국이 근무평가를 두고 아무리 좋은 취지라 설명해도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취지는 '불신'이나 '차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법적으로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라기 보다는 '근로자'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얘기이고, 공직내부 일각에서 사용하는 말입니다.

행정 수요자인 도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무기계약직이나 일반직이나 모두 '공무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이라 해서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직 이상의 역할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을 감싸안아줘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불신'이나 차별의 감정을 느끼게 끔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나온 말들로 인해 더욱 그렇습니다.

공직사회에서 형사사건이 연루된 사건이 나올 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정규직일 때에는 무조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무기계약직이 연루된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의 당사자는 무기계약직"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한 식구'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최근 발생한 2건의 사건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동료 직원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27일 "무기계약직에 대한 교육을 각 부서별로 철저하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모든 공무원'도 아니고 '무기계약직'이란 부분에 방점을 뒀습니다.

이틀 뒤인 29일 김병립 제주시장도 '무기계약직'을 다그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제주시청 소속의 한 직원이 무사증 중국인의 무단이탈을 도운 혐의로 해경에 적발되자, "큰 틀에서 보면 공직기강의 문제지만, 엄밀히 따지면 무기계약 근로자의 문제"라고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고 시장의 발언도 문제이지만, 김 시장의 발언은 매우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무기계약직'은 공직사회의 일원이 아니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공직기강 차원이 아니라 무기계약 근로자의 문제라는 말을, 제주 공직사회 2200여명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해보면 아찔합니다.

그 발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충격요법이란 긍정적 기능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일할 의욕' 내지 '한 식구'라는 소속감을 깨뜨리는 위험한 요소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을 '문제의 사람'으로 치부하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합니다.

고 시장이나 김 시장의 말처럼 이번 2개 사건의 연루자는 '무기계약직'이 맞습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 역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큰 틀에서는 당연히 '공직자'(공적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무기계약직들에게는 무척이나 서럽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무실에서 함께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자꾸 '갑'의 위치에 있는 행정당국에 '불신'을 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요.

분명한 것은 채용형태는 달라도 그들도 분명 공직사회의 한 구성원이란 것입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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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2011-10-02 22:29:02 | 220.***.***.173
김병립시장님허고 고창후시장님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쬐끔 이해는 되지만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쓰나요. 한 식구로 생각했다면 그런 못했을것이구만

^^ 2011-10-02 11:00:32 | 211.***.***.107
헤드라인제주의 이런 착한 마음의 글 읽을때가 젤 좋아

리더의 책임 2011-10-02 10:03:12 | 61.***.***.142
잘했던 잘못했던 같은직장에서 생긴일이면 일차적으론 리더가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하지않나요 공무원이면 내책임이고 무기계약직이면 너책임이란 인식은 리더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해 보이네요

차별 2011-10-01 08:45:15 | 211.***.***.243
무기계약직 차별발언은 정말 너무했어요
정규직 공무원들. 태풍 나리 재난기금이나 횡령사건들 터질때 정규직의 문제라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높은 양반들이 너무해

구구절절 옳은말씀 2011-09-30 11:01:28 | 211.***.***.136
감동적 글입니다. 무기계약직은 감싸안아줘야할 공직사회의 일원이 맞구요 또한 공ㄱ사회에서는 약자편에 속합니다
개인사건을 갖고 무기계약직은 문제아들인것처럼 취급하는 시장님 발언 너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