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시인' 김경훈...'강정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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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시인' 김경훈...'강정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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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문편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출판기념회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풀 한 포기, 보말 하나라도 다치게 마라//바람 한 점, 파도 한 겹조차 거스르지 마라//죽음의 말 한마디, 파괴의 언어 하나 내뱉지 마라/폭력의 몸짓 하나, 허튼 전쟁의 아픈 기억 하나 보태지 마라//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바라노니/사람 하나, 그 모든 생명 하나 감히 다스리지 마라...2011년 7월 강정 중덕에서 김경훈 

                                                                      -강정문편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서문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4년 넘는 기간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의 책이 출간됐다.

29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코사마트 사거리에 마련된 공터에서 '길위의 시인'이라 불리는 김경훈씨의 강정문편(江汀文片)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의 출판기념회가 마련됐다.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촛불문화제와 함께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는 현장을 방문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운동가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축하공연과 작가인사말, 기념사인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29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김경훈 시인의 출판기념회와 평화기원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출판기념회에 앞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사인회장에는 책과 함께 김 시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한 마을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촛불문화제가 끝날 무렵에는 김 시인의 초청으로 강정마을을 방문한 노래꾼 최상돈씨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행사장 앞으로 나선 김 시인은 "강정에서 이 책의 출판기념회를 갖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김 시인은 "평소 강정마을에 오면서 늘 빚을 지고 있는 마음이었다. 언제나 죄송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면서 "조금이라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에는 많은 시와 산문들이 담겨 있는데 이는 모두 강정의 이야기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시인은 "얼마 전 문정현 신부님이 책 '길위의 신부'의 출판기념회를 중덕 농로 삼거리에서 가진 적이 있는데 그게 매우 부러웠다"면서 "저도 '길위의 시인'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강정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경훈 시인의 출판기념회 및 평화기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강정마을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의 출판기념회 및 평화기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들. <헤드라인제주>
김 시인은 "이번에 이 책을 3000부를 찍었는데 2000부 가량은강정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에게 무료로 나눠드리고, 나머지는 전국 각지로 판매해 강정을 알려나가겠다"면서 "판매수익은 출판비를 제외하고 모두 강정평화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책이 출판됐을 당시 제주교도소를 방문해 현재 수감 중인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한 마을주민과 평화운동가들에게 나눠줬다고 밝힌 김 시인은 평소 친하게 지냈으나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강정주민 김종환씨에 대한 시를 낭독했다.

중덕이 아빠 종환이 형에겐/중덕이밖에 없다//막걸리 안주로 족발 한 점 먹으려다/"그거, 중덕이 먹을 건디!"//"허, 게민 내가 개만도 못하단 말이우꽈?"/우물쭈물한 나의 항변을 못 들은 척//"야! 이 중덕이만도 못한 놈들아!"/해군기지 공사장을 향해 소리친다//나도 짐짓 중덕이를 어르며 한마디,/"넌 내가 고기 근수로 보지 않는 유일한 개다!"//피식 웃으며 슬며시 잔을 나에게 건넨다/"싸우려면 막걸리 조절해서 마셔야 되어!"//중덕이 아빠 종환 형은/중덕 구럼비 바당의 진득한 영웅이다 

                              - 중덕이 아빠 김종환 형님, 강정문편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에서

한편, 김 시인이 펴낸 강정문편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에는 김 시인이 강정마을과 중덕바닷가, 구럼비 해안 등에서 평소에 기록했던 17편의 시와 산문들이 수록돼 있다.

이와 함께 제주4.3의 이면에 감춰진 현대사의 모습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레드헌트'의 감독인 조성봉 감독이 직접 찍은 사진과 '강정 생명평화 마을 선언서'도 담겨있다.

김경훈 시인이 마을주민과 평화운동가들에게 친필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의 요청으로 강정마을을 찾은 노래꾼 최상돈씨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962년 제주에서 태어닌 김 시인은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등의 시집과 마당극대본집「살짜기옵서예」를 펴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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