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제척사유'...과정이 틀렸다면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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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제척사유'...과정이 틀렸다면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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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문화재 발굴조사의 '독수독과(毒樹毒果)' 귀책사유

혹시나 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사업구역내 문화재 시굴조사에 참여했던 업체의 임원이 지도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한 것은 명백한 '제척사유'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화들짝 조치를 내린 것도 문화재청이다.

한달도 훨씬 전인 지난 8월19일자로 문화재청장은 해군기지 사업구역 내 문화재 발굴조사를 수행한 재단법인 제주문화유산연구원에 '경고장'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이사 2명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문화재 감정평가위원으로 있어 이 연구원은 문화재 발굴을 수행할 자격조건이 되지 않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해군기지 공사구역내 조사를 맡아 수행해왔고 조사의 지도위원으로 위촉됐던 것이다.

문화재청은 '경고장'에서 이 연구원이 '발굴조사 업무처리지침'을 위배했음을 명확히 했다.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로 확인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령', '지표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등 제반법규를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화재청의 이 경고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구역 내 문화재 발굴작업의 적법성을 따지는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될 수밖에 없다.

해당 기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초래를 내용의 강도에 비해 '경고'라는 후속조치는 매우 미약하게 다가오고 있다. 과연 '경고' 조치로 끝낼 사안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발굴조사에 참여하고, 문화재 지도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은 일련의 행정적 절차에 신뢰성을 크게 상실케 한다.

문화재 지도위원의 역할이 단순한 지도 수준이 아니라 공사 승인 여부에 대한 문화재청의 최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이뤄진 '부분공사 승인'도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제주도의회 조사과정에서는 지도위원들이 '부분공사 승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재청 문화재 지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를 비롯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이모 교수와 김모씨가 해군기지 문화재 발굴과 관련한 회의에서 "공사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물론 최종 결정권한은 문화재청이 갖고 있지만, 지도위원들의 이러한 의견으로 인해 현재의 위법성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공사 승인'이 이뤄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 소장도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에 출석해 "무자격 업체의 조사는 잘못이며, 발굴 조사 과정에서 일부 구역은 유물이 없으니 공사를 해도 좋 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지난 8월 이미 '경고장'까지 보내면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침묵해 온 것이다. 유물과 유구 발굴사실을 공표한 것도 9월초에야 이뤄졌다. 이미 부분공사 승인이 나간 후였다.

발굴조사의 공정성 차원을 떠나서도 문제는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부분공사 승인'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이은국 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 등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제주지검에 고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해군기지 사업 부지에서 유구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을 위반하며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중지하지 않고 오히려 매장문화재에 관한 법령을 악의적으로 무시한 채 공사를 재개하고 있다는 것이 고발 사유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2일 대규모 공권력 투입을 통해 이뤄진 사업구역 경계선의 펜스 설치 또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매장 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인 문화재 발굴 트렌치(시굴조사를 위한 구덩이) 위로 펜스를 치고 컨테이너를 올려놓는 공사가 강행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발굴조사 관계자의 입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지금까지 해군기지 사업구역 내 문화재 조사 및 발굴과정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하는데로 모아지고 있다. 경고장 하나로 끝내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심각하다.

'자격 미달'인 업체가 수행한 발굴조사, 그리고 제척사유 해당자를 비롯한 지도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한 '부분공사 승인' 등은 원천무효로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이 있는 나무에는 그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가 주는 의미처럼, 절차와 과정상에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그 결과도 무효일 수밖에 없다.

문화재청과 해군이 이제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문화재청이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앞으로 발송한 경고장. <헤드라인제주>
국회 문방위 의원들이 문화재 발굴이 이뤄지는 지역에서 제주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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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무효 2011-09-29 19:59:59 | 211.***.***.8
이제 결론은 났네요. 위법한 절차로 진행됐으니 당연히 원천무효죠
부분공사 승인 있을수 없는 일

어이상실 2011-09-29 19:45:53 | 119.***.***.72
아래 슬픈자님 정말 어이상실입니다

경악 2011-09-29 18:23:49 | 119.***.***.140
나도 경악한다 문화재청 문화유산연구원 해군 우근민에 경악한다

슬픈자 2011-09-29 18:09:50 | 112.***.***.187
기사의 편파성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