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좋은 시간도, 아픈 시간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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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좋은 시간도, 아픈 시간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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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청년 좌충우돌 제주생활기] <6> 추석

이번달에 추석 명절이 있었어요. 여러분은 어땠어요?

제 추석은 너무나 특별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추석이었요. 그래서 제 아내와 장인, 장모 같이 부산에 갔어요.

제 아내 부모님은 제주도에 살지만 남동생하고 언니가 부산에 살아요. 그래서 추석과 설날엔 항상 왕래하고 있어요.

지난 설날에는 육지에 있는 가족이 제주도에 와서 이번 추석에는 우리가 육지에 가야 했어요.

공항에 짐을 많이 가져갔어요. 옷이 아니라 음식을 많이 준비했어요. 제주에서 나는 생선, 제주산 돼지고기, 감귤, 집에서 만든 된장, 김치 등 다 가져갔어요. 많은 사람들 똑같은 하얀색 상자를 사용했어요. 그래서 이름을 잘 써야했어요.

부산에 도착한 날은 평소와 같은 '보통' 토요일이었어요. 남동생과 남동생 아내, 그리고 아이 2명과 함께 보냈죠.

일요일부터 본격적인 추석 '요리일'을 시작했어요. 우리는 하루 종일 요리를 했어요. 저는 비록 외국인이지만 함께 요리했어요. 야채, 오징어, 고기를 기름에 튀겼어요. 뿌듯했어요.

월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차례를 같이 지냈어요. 좋은 옷 입고 식탁도 준비 했어요. 선조 5분이 계섰어요. 먼저 그 조상들께서 밥을 드시고, 우리가 절했어요.

그런데 조금 어려웠어요. 공손히 하고 싶었어요. 영국에는 비슷한 문화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처남에게 질문하니 설명해줬어요.

차례 다음에는 밖에 가서 동네를 걸었어요. 많은 집에 창문이 열려 있고, 젓가락으로 접시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문 옆에는 약간의 음식이 놓여 있었어요. "왜?" 처남에게 물었어요. '동물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 라고 답했어요.

제 아내 가족의 어린이들인 초등학생, 중학생이 너무 귀여웠어요. 지난 설날에도 모두 만났어요. 그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에 외국인 영어 선생님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 해요. 갑자기 영어를 모르게 돼요. 한국 어린이들 외국인을 보면 '아, 영어 선생님'하고 생각해요.

이제 나는 그들의 가족이에요. 아마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울거에요. 하지만 나중에는 더 친해지게 될 거에요.

추석 동안 TV도 같이 보면서 웃고, 농담하고, 얘기하고 또 많이 먹었어요. TV에 외국인 자주 나왔어요. 요즘 이탈리아 여성인 크리스티나씨 너무 인기있는 것 같아요. 한국말 진짜 잘 하지만 이상한 목소리도 가끔 내요. 상상이 돼요? 제 장모님께서 크리스티나씨를 따라했어요. 가족들 모두 웃었어요.

특별 '전국 노래 자랑'도 봤어요. 어김 없이 송해씨가 나왔어요. 친절한 할아버지 같아요. 특별 외국인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모든 가수 외국인 있었어요. 크리스티나씨는 심사위원이었고요. 다행히 저는 노래를 못해서 노래 자랑 같은데 안가요.

뉴스에서는 가자가 고속도로 옆에서 교통 리포트를 했어요. 서울부터 부산까지 10시간 걸린데요. 와, 믿겨져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자가 한 부부를 인터뷰했어요.

"추석 여행 좋아요?"라고 질문 했어요. 그러자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 하면서 끄덕이고 웃었어요.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때 길이 무척 막히지만 '고향 여행' 같은 건 없어요.

부산에서 관광을 조금 했어요. 남포동에서 쇼핑하고 태종대에 갔어요. 제 아내 언니하고 같이가서 바다와 등대를 구경했어요. 태양하고 산들 바람도 좋았어요.

하지만 추석 때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아요. 가족마다 상황이 달라요.

예를 들면 부산탑에서 공중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에서 어떤 2명이 짐을 가지고 잠을 자고 있었어요.

더러운 냄새가 났고, 공기는 눅눅했어요. 모기들도 있었어요. 매우 안타까웠어요. 그 사람의 가족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추석에 왜 그들은 여기서 살아야 할까요?

앞으로 기억할 거에요. 추석에는 좋은 시간도 있지만, 아픈 시간도 있어요.

영국청년 짐 선더스는...

   
짐 선더스. <헤드라인제주>
짐 선더스(Jim Saunders, 28)는 올해 제주 생활 4년째를 맞는 영국인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주의 역사와 현안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글은 짐이 직접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한글로 '한땀 한땀' 적은  그의 좌충우돌 제주 '적응기'입니다.

앞으로 제주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를 외국인의 눈으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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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 2011-09-27 00:13:50 | 122.***.***.80
타국에 와서 힘든점도 있을텐데 제주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셨음 좋겠네요~ 처음으로 짐씨의 글을 보았는데 제주의 역사와 현안문제에 관심이 많다니 정말 인상적이네요.. 앞으로도 글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