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봉사 못해요? 마음이 부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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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봉사 못해요? 마음이 부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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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관광봉사 10년차...비너스관광 강정필씨
한길학교 학생과의 인연..."색안경 끼고 보지마세요"

치기어린 마음에 섣부른 실수를 저지른 학생들이 들어가곤 하는 한길학교. 흔히들 말하는 '소년원' 출신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고 살을 맞댄 학생들은 그가 머릿속에 떠올리던 문제아들이 아니었다.

"직접 상대해 보면 다르다는걸 바로 느낄 수 있어요. 그저 어린아이들일 뿐이고 똑같은 학생들이라는 것을."

매 해마다 한길학교 학생들과 제주관광을 떠난지도 어느덧 10년째다. 그동안 먹을거리가 생기거나 용돈이 생기면 아낌없이 기탁하기도 했다.

'마음이 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비너스고속관광 강정필씨(54)의 이야기다.

비너스고속관광 강정필씨. <헤드라인제주>

# 어느덧 10년째..."시작이 어려운 법이에요"

10년전 그가 운영하고 있는 전세버스 세차장으로 한길학교 출신의 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편견으로 처음에는 우려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던것보다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는 학생을 보면서 생각을 달리 하게됐다.

그 학생과의 연을 시작으로 한길학교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관광버스를 30년째 몰고 있는 그가 해줄 것이라고는 학생들을 데리고 관광에 나서는 것.

한참 혈기왕성한 어린 나이에 갇혀지내다싶이 한 학생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체험활동이 없었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눈이 의식돼 시작하기가 어려웠어요. 얼마나 살만하기에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봉사를 하냐는 그런 눈이요."

하지만, 봉사를 시작하고 난 이후에는 그런 생각도 싹 가셨다.

"봉사라는 것이 그런거잖아요.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은 더 좋은 것. 정말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이 제가 더 좋더라고요. 그 기분은 감히 말로 못해요."

한번 관광을 돌고 오면 150만원에서 200만원은 거뜬히 들어간다. 아이들의 식대나 관광지 입장료 등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10년째 관광을 떠나다보니 제주도내에는 들르지 않은 곳도 없다. 마라도, 우도부터 시작해 잠수함이나 마상쇼 등은 기본적으로 둘러본 코스다.

업무를 보고있는 강정필씨. <헤드라인제주>
업무를 보고있는 강정필씨. <헤드라인제주>

# "편견을 갖고 바라볼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한길학교의 지도위원이라는 직책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처음에는 정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직책이라 생각하며 마다했지만, 지금은 자랑스러운 자리다.

"아이들이 '위원님, 위원님' 하면서 잘 따르고는 해요. 가끔 학교를 방문해서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제가 말주변이 있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조는아이 한명 없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더라니까요."

그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는 것 뿐인데, 경청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던데요? 꽤 유명한 사람이 와도 바닥만 보고 있는 아이들이 위원님만 오면 귀를 세운다고요."

직접 아이들과 만나다보니 '색안경'을 끼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마음이 아팠던 그였다.

"한길학교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에요. 한번 실수한 아이들을 범죄자로 몰면 사회에서 헤어나올 수 없잖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죠."

사회적인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아이들 사는 것을 보면 범죄의 길에 안 빠질래야 안 빠질수가 없어요. 먹을것이 없다보니 작은것을 도둑질하게 되고 그게 커지는 것이거든요."

얼굴 가득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5000원만 있었어도 나쁜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아이들이에요."

학교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은 사회로 나와있는 아이들이 종종 그를 찾아오고는 한다. 함께 밥을 먹고 조금씩 쥐어주는 용돈은 이제 봉사가 아니라 인연이다.

그동안의 봉사활동 기록이 담겨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강정필씨. <헤드라인제주>

#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에요!"

봉사를 처음 시작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생활형편이 썩 좋았던것만은 아니다. 전세버스 세차장을 겸업하는 그는 현재 사업장 옆 크지 10평이 채 되지 않은 방에서 살고있다.

"큰 아이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작은 아이는 군대에서 하사관 일을 하고있어요. 아이들도 다 컸으니 제가 하고싶은 일 하는거죠."

최근에는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아라동 노인들을 모시고 관광을 나섰고, 올해 봄에는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관광을 떠났다. 이 여행 역시 모든 경비를 그가  부담했다.

"버스 한대는 부족하겠다 싶어서 동료 기사 한명에게 부탁해 함께 관광했어요. 그랬더니 그 기사도 '내년에 갈때는 자신도 꼭 불러달라'고 부탁하던데요."

이들과 떠나는 봉사도 한 두번에 그치지는 않을 생각이다.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봉사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렸다. "제가 부자는 아니지만, 남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입니다!"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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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2011-10-06 13:01:50 | 211.***.***.196
대단하십니다
좋은일 많이 라시기요

이승욱 2011-10-06 11:39:19 | 110.***.***.122
당신으로 인해 세상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화이팅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