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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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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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민군복합항 의구심에 대한 정부의 '두루뭉술' 설명
회의 후 '침묵' 우 지사 "이해못해"...크루즈 동시접안 의혹 '증폭'

지난 1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우근민 제주지사가 침묵하고 있다. 회의결과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자료 하나 없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의 이중체결 문제가 불거진 후 국무총리실에 직접 찾아가 공문서 형식으로 질의서를 전달했다며 자신있게 브리핑하던 지난 8일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당시 우 지사는 이중협약 문제와 함께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도민사회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공식적으로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때만 하더라도 뭔가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에대한 '답'을 듣는 자리였던 16일 회의가 끝난 후에는 별도 브리핑을 갖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우 지사가 정부를 향해 상당히 격하게 어필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회의결과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부에서 제시한 내용이 매우 불만족스러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대체 회의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오갔기에 짤막한 코멘트 하나 하지 않는 것일까.

▲6개항 보고, 어떤 논의 있었나?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8일 열린 소위원회가 정부부처에 요구한 6가지 사항에 대한 검토결과 보고가 핵심이었다.

지난 9월8일 국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부처로 하여금 보고하도록 한 6개 사항.

1. 사업명칭의 결정과정을 정리하여 공문형식으로 소위원회에 총리실이 보고할 것.
2. 강정 민군복합항에 15만톤 크루즈선이 선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기술적으로 검토하여 국토부 차관이 보고할 것.
3. 제주도민은 관광미항의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무역항으로 지정하기 위한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과 항만경계선 설정 등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계획을 국토부 차관이 보고할 것.
4. 국방부는 군사시설보호법의 통제 범위를 받지 않고 해제하여 강정항에 적용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
5. 방파제 관리 및 보수에 따른 비용을 향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국무차관이 보고할 것.
6. 지역발전계획과 관련하여 예산지원을 함에 있어서 보조율관리법 적용을 받지 아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총리실에서 마련하여 총리께 보고하도록 해야할 것.
소위원회는 2007년 예결위에서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승인해주면서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민군복합형 기항지' 개념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성됐지만, 이행 여부에 결론보다는 '절충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회의는 선회돼 있었다.

6가지 사항은 기항지 개념이 준수되고 있다, 그렇지 않다라는 결론보다는 "앞으로 이렇게 추진하라"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논의라 할 수 있다.

정부부처로 하여금 보고하도록 한 6개 사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명칭의 결정과정 △민군복합항에 15만톤급 2척이 동시접안할 수 있는지의 기술적 검토결과 △무역항으로 지정하기 위한 항만법 시행령 개정 및 항만경계선 설정가능 여부 △군사시설보호법 통제범위 받지 않는 방안 △방파제 관리 및 보수 비용의 부담문제 △해군기지 주변발전계획과 관련해 별도 예산지원 방안이다.

이 내용 중 사업명칭과 관련한 부분과 15만톤급 2척의 동시접안 가능여부에 대한 문제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별도로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 공문서 형식을 취해 질의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9년 4월 정부와 제주도간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가 제목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이중으로 체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진정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기본협약서의 내용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5만톤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여부도 마찬가지다.

만약,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제주해군기지'로 건설한다거나, 크루즈 동시접안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정부가 제주도민을 기만해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군항에 '민항' 기능수행 협의...'관리권'은 안돼!

그런데 참석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귀띔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정부측의 검토결과 보고는 6개항 중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다.

무역항으로 지정하기 위한 항만법 시행령 개정과 항만경계선 설정 등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계획을 국토부 차관이 보고하도록 한 부분과 관련해, 국방부는 무역항으로 지정해서 민항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사시설보호법을 개정하는 문제를 제주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 그나마 진전을 본 대목이다.

물론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전된 것인지 아닌지도 불명확하다. 우 지사가 그동안 밝혀온 입장은 무역항 지정의 항만법 개정을 하면 제주특별법에 따라 그 권한을 제주도지사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안(案)은 무역항 지정을 통한 크루즈항 건설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항만 구역에 군함과 민간 크루즈선이 입출항할 때 행사하는 '관제권'과 전체적인 민항 시설에 대한 '관리권'은 국방부가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관제권이나 관리권을 도지사에게 위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행정안전부 등에 요청한 10개 사업의 2975억원(국비 2891억원, 민간 66억원) 중 우선 추진사업으로 1차년도 국비소요액인 1361억원 규모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계획에 대해서도 정부는 예산요청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별도 계정'을 통한 지원에 있어서는 난색을 표했다.

해군기지 지역발전계획과 관련해 예산지원을 함에 있어서 보조율관리법 적용을 받지 아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측은 이에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크루즈 동시접안, 정부 "가능하다"...강창일-우 지사 "어떻게 가능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논란은 '이중 기본협약서 체결'로 인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명칭과 사업성격을 명혹히 하는 것, 그리고 크루즈 동시접안 가능여부 두가지인데, 이에대해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무조건 우겨대기 수준이었다.

사업명칭 결정과정에 대한 소위원회의 보고요청에 대해서는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다를 조사내용 밖의 일이라는 이유로 해 깊은 논의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여전히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주해군기지라는 단어에 방점을 뒀다. 명실상부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말이 매우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두번째 크루즈 동시접안 문제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국방부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고집했다. 그 근거로 계획수립 당시 만들었던 시뮬레이션 검토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강창일 의원과 우근민 지사는 "520m 규모의 접안시설로는 15만톤급 2척이 동시에 접안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떻게 이 규모로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따져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8만톤급 크루즈선 1척이 접안가능한 제주외항의 선회장 직경이 510m임에 반해,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강정마을 민군복합항의 선회장 직경은 520m로서, 제주외항 선회장 크기와 비교할 때 차이가 거의 없는데 따른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 자료에서는 변수값을 적용하는데 있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변수값을 적용해야 하는데, '평균값'으로 해 적용하면서 설계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이에대한 면밀한 검토와 '허구성' 여부의 검증을 위한 세부적 논의까지는 다가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도민사회의 의구심만 더욱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우 지사...정부, 왜 납득할만한 설명 못할까?

이러한 논의흐름에, 우 지사는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한 의원들의 말에 따르면 우 지사는 "지난 도정에서는 주민소환이라는 상황까지 맞았었고, 현재에도 많은 도민들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면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인데, 민선 도지사가 도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단호한 어조로 정부에 섭섭한 심경을 피력했다고 한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엇나가는 것에 대한 당혹감도 있어 보인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명칭과 성격을 분명히 정립함 속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크루즈 동시접안 시설 논란을 정리한 후 도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우 지사로서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이 두가지 문제의 정리는 앞으로 정부와의 협상 내지 절충점을 찾는데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도의회에서는 이 두가지 문제에 있어 결정적 '결함'이 확인될 경우, 지금까지 이뤄진 사업을 원천무효로 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기제가 될 것으로 볼 만큼 이 사안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문제해결 방식의 방향성 면에서 다르지만, 2가지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우 지사와 도의회가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를 향해 해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원회의 다음 회의는 국정감사가 끝난 후인 10월10일 열린다. 소위는 이때까지 정부와 제주도간 조정과 협의를 할 것을 주문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성격과 관련해 두루뭉술하게 '해군기지에 민항이 함께 가는 것'으로 이해하며 설명하고 있는데다, 크루즈 동시접안과 관련한 의구심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설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가 없어서 제주도의 문제제기를 일축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위기에 몰릴 상황을 우려해 억지성 우겨대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의 태도에 미심쩍음은 크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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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2011-09-19 11:45:11 | 125.***.***.139
우리끼리 문제해결 다된것 같이 김칫국부터 먹은 꼴

일이 꼬이네 2011-09-18 23:07:03 | 61.***.***.117
이중협약과 크루즈 접안장 시설의 규모논란은 이번 해군기지 논란의 결정판이다. 여기서 정부의 잘못인정 정확히 받아내야 한다.그래야 그 다음 해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든지 우지사 생각처럼 민항 부분 강화하든지.
그러나 이 회의결과 보니 개뿔되겠네. 선착장 규모도 인정받지 못할 처지에 몰린듯 허외다

ㅋㅋ 2011-09-18 22:18:49 | 211.***.***.138
우 지사 뜻대로 될줄 알았나? 아무리 이중협약이다 접안장 규모 어쩌구 떠들어도 정부는 예전에 정한 지원규모 이상 해줄생각도 없고 제주에 더 배려해줄 생각도 없다

여기도 ㅇㅇ 2011-09-18 21:27:07 | 122.***.***.115
우근민이 열받은게 강정주민 열받은 것보다 대단한 뉴스거리냐?
우씨처럼 대충있다가 열받은게 5년내내 열받은 것보다 대단하냐?
걍 기자님아~
신문사 차리지 마시고 대충 주소 하나 잡아서
제주도청 공지사항으로 납치태그 몇개 걸고.... 이렇게 하자.
타자치기도 힘들잖아... 안그래?

먹통 정부 2011-09-18 18:09:32 | 211.***.***.119
정부는 여전히 제주를 만만하고 무시해도 될 작은 땅덩어리로밖에 보지 않는 모양이군 이러다 민란이라도 나야 정신차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