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줍써' 그토록 애원했건만...이게 할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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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줍써' 그토록 애원했건만...이게 할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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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까!
10월1일 '구럼비 살리기 시민행동', "강정으로 가자"

강정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지난 9월 2일 새벽의 일이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렇게 말렸건만. 강정주민들은 “살려줍써”라고 통곡으로 읍소하고, 도의회와 종교ㆍ시민단체 할 것 없이 모든 제주도민들이 한목소리로 부탁하고 애원했건만. 국민과 세계의 뜻있는 시민들이 경고했건만. 아~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이게 이 나라 정부와 해군과 경찰이 할 짓인가? 정말 이제 한치 앞이 걱정이다.

'9ㆍ3 구럼비를 살리자'는 평화사랑 문화행사를 앞둔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이었다. 집회와 시위가 아닌 문화행사는 보호하겠다고 연막을 치던 경찰이다. 치사하기 그지없다. 사실 경찰의 연막작전을 곧이 믿었던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새벽녘에 급작스럽게 불도저작전을 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야말로 초토화였다. 농성장이 일거에 허물어지고, 구럼비로 가는 보로인 삼거리에는 마지막 펜스가 쳐졌다. 온몸으로 항거하던 핵심 인사들은 연행되거나 체포되었고, 또 구속되었다. 일거에 강정바다는 울음바다로 되었다.

바로 해군은 공사강행에 들어갔다. 다시 문화재가 발견되었다는데도 한 치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들은 일부러 구럼비 바위부터 깨뜨리는 것 같았다. 마치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사랑 일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음으로서 그들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단념과 체념을 노리는 듯 하였다. 

정부와 해군과 경찰에 의해 저질러진 9ㆍ2만행과 공사강행을 보면서 나는 잠시 이 나라 교육의 문제를 떠올려보았다. 말할 것도 없이, 교육이란 일차적으로 자라나는 세대를 삶의 공동체로 입문시키는 데에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교육적 과제의 하나이다. 안보와 평화는 삶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바탕이 되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삶의 공동체를 형성한 국가라면 동서고금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안보와 평화를 교육해왔고, 현대사를 돌아볼 때 우리나라 역시 더하면 더했지 예외가 아니다.

제7차 교육과정 중2 도덕에서는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방향’이라는 제재로 안보의 가치를 교육해왔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국가 안보를 보는 시각에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있다. 두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와 한계가 있고, 과거에는 군사안보만을 중시해왔으나 오늘날엔 군사안보이외에 정치적 안보, 경제적 안보, 사회적 안보, 환경적 안보도 중요하다.

군사적 안보의 방향은 “주변 강대국들과는 다면적인 외교력을 발휘하여 지혜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대북한 관계에서는 반드시 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한 화해 협력 정책을 병행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와 해군은 강정해군기지가 바로 저 국가안보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국책사업이라 주장한다. 제주의 바다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라서, 바로 이 남방해역로를 지키고 해저자원의 확보를 위해 해군기지는 최소한의 억지력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어도 분쟁 가능성까지 자주 거론하고 있다.

만약에 당신이 (도덕)교사라면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어떻게 교수ㆍ학습할 것인가? 교사를 괴롭히는 것이 단지 교과부와 국방부의 안보관의 차이일 뿐일까? 일단 해군이 밝혔듯이 강정해군기지는 대북한 관계를 위한 튼튼한 안보 문제와는 부차적이다. 미ㆍ중ㆍ일ㆍ러 등의 주변국과의 관계를 위한 안보이다. 이를 위한 안보의 방향으로 교과서가 “다면적인 외교력을 발휘하여 지혜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적시했듯이, 군사안보보다는 정치적 안보 등 다른 안보를 통하여, 그리고 군사안보라 하더라도 이제 힘에는 힘의 논리보다는 집단안보 혹은 다자안보로 가는 것이 맞다라는 것이 많은 국제정치 및 안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방부의 관점은 군사안보만을 강조하고 오히려 없던 분쟁도 조장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단체를 공권력을 동원하여 힘으로 누르려는 처사 또한 사회적 안보를 저버리는 것이고, 유네스코도 인정한 생태보존지역을 지키려는 환경안보에도 관심 없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다.

강정해군기지 건설에 앞서,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이다. 평화의 섬 만들기는 제주가 예로부터 주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지역이라서 미연에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4ㆍ3의 아픔을 겪은 지역이라서 그 아픔을 상생의 공동체로 승화시키는 차원에서 제주사람들이 주장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제주인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세계평화의 섬은 제주특별법으로 제정되고, 법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지정(2005. 1. 27)하여 세계에 선언된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과 제주는 이러한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홍보해왔을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포럼 개최, 남북평화센터의 설립 등 특별법에 규정된 다양한 평화사업을 추진해왔다.

제주의 세계평화의 섬 만들기 사례는 평화의 가치를 교육하는 데 훌륭한 교수ㆍ학습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2007 개정 교육과정 중3 도덕에서는 '세계평화와 인류애의 실현'이라는 제재로 평화의 가치를 교육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재와 관련하여 교육과정 해설은 말한다. “이 주제에서는 진정한 평화의 의미와 평화의 소중함, 그리고 남북한 상생을 위한 평화의 추구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원인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국내외 평화 활동 등을 교수ㆍ학습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평화의 의미는 전쟁이나 폭력의 부재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 의미만이 아니라 전쟁과 폭력을 발생하는 여러 원원들이 제거된 상태, 즉 구조적ㆍ문화적 폭력이 제거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조건들이 조성된 상태를 뜻하는 적극적 의미를 포함한다.

2007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평화의 가치는 제주 세계평화의 섬이 추구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이념적 좌표와 같다. 강정해군기지 공사강행이 계속된다면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위상은 일거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정부와 해군은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 없는 강변일 뿐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교육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강정해군기지를 백지화시켜야 한다. 강정바다는 평화의 바다로 다시 일어설 것이고,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9월 3일 평화사랑 문화제에 평화비행기로 날아오고 평화버스로 달려온 2,000여명의 국민과 도민들이 그 증거다.

드넓은 강정광장이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넘쳐났다. 낯모르는 그들이 서로 손잡고 노래하고 춤췄다. “강정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강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힘내라 강정~ 놀자 놀자 강정~ 평화의 바다여~ 구럼비여~” 

여기저기서 평화의 깃발을 더 높이 들자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평화버스와 평화비행기에 이어 평화의 배에 닺을 올린다.

시단위, 동단위, 읍면단위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꾸려지고 있다.

곧 제주의 전역에서 봉화처럼 평화의 횃불이 타오를 것이다. 재외제주도민들도 깃발을 올렸다. 도외의 뜻있는 국민들과 단체들의 참여가 더욱 늘고 있다.

나는 벌써 다시 한 번 큰 굿의 난장을 벌일 10월1일 ‘구럼비 살리기 전국시민행동’의 날이 기다려진다. <헤드라인제주>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외부원고인 칼럼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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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i 2011-11-13 01:33:42 | 41.***.***.10
Suprlbey illuminating data here, thanks!

쥐샤키 2011-09-25 13:30:01 | 169.***.***.134
빨간지쉬키들
어떻게든 대한민국의 진로를 방해하려는 종북슈레기들....교수? 개가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