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반격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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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상의 강정현장 이야기] <7> 강정마을에서 맞이한 추석
"공권력이 윽박지른다고 해가 안 뜨지는 않습니다"

지난 12일(월)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강정마을 합동차례상이 마련되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추석을 보내야만 하는 이른바 '외부세력'들과 길고 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명절을 '같이 먹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 한마음으로 조상님들에게 기원합니다. 평화를 지켜달라고 말입니다. <사진=정다우리,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로 가는 길에 우리에게 명절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명절이란 땅에서 나고 자란 자연의 선물인 음식을 ‘같이 먹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자연에서 자란 생산물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고, 생명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 공존하자는 의미입니다. 명절날 일가친척들이 모여 밥과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이 우리 조상대대로 내려온 명절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온 곳으로의 회귀는 연어나 은어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나고 자란 그곳에서부터 자신의 삶이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으며, 그곳에는 언제든지 찾아가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고향을 찾는 것입니다.

강정마을로 가는 길에 하원초등학교 앞을 지났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마을잔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풍습은 추석날 동창회도 하고 마을공동제례도 지냅니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그리 반가울 수밖에 없는 시간입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강정마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을 것입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저마다의 자랑거리와 근심거리를 친구들과 친족들에게 털어놓으면서 명절을 ‘같이 먹으러’ 고향땅 강정을 찾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가던 길의 끝인 강정마을에서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깃발입니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노란 해군기지 결사반대의 깃발입니다.

그리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철벽처럼 가로막아 있는 하얀색 장벽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장벽 앞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명절을 ‘같이 먹으러’ 걸어가는 사람들과 이를 무심한 듯이 바라보는 경찰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저 너머에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땅이 있습니다. <사진=정다우리>
분노하는 저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옵니다.
"와신댜?"
"예. 삼촌. 뭐 먹을 것 좀 있수과?"
"개메이..." 하시면서 손에 든 보따리를 쓱 내밀어 보이십니다.
저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게 마씸!"

참으로 거짓말처럼 분노는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의례회관으로 가는 길에 하나 둘씩 웃음을 띠며 모여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합동차례를 지내고 음복하면서 누군가 질펀하게 농담을 던집니다.

"총각들은 복분자술 먹지마! 사고치면 뒷수습 안해준다."

그러면서 서로들 가져온 제주(祭酒)와 음식들을 나누어 마시면서 오늘만큼은 서로 웃습니다.

하나뿐인 누이가 그것도 아픈 누이가 공권력에 대들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웃고 있습니다. <사진=정다우리>
서로 술 한잔 기울이고 웃다가, 촬영을 하고 있는 외국인을 부릅니다.
"어이. 알 자지라. 술 한잔 받아!"’
"형님. 복분자를 영어로 뭐라 하게요?"
"음. 코리안 와인! 어, 아닌가? 어이 영어 잘하는 놈. 오줌통 엎어지는 술이라고 통역해봐!"
"형님. 알 자지라 방송은 중동이요. 중동! 거기 동네는 술 안먹어요!"
"알게 뭐야. 여기는 제주야 제주."

맞는 말입니다. 여기는 제주 땅입니다.

조선시대 을묘왜변 당시 조선수군이 코잡고 나자빠져 있을 때 왜놈들을 박살낸 제주사람들이 사는 제주 땅입니다.
 
육지에서 온 벼슬아치들이 거들먹거리고 돌아다니면 속옷을 벗겨 바닷물에 처박아버리는 제주 땅입니다. 몽골도 일본도 미국도 끝내 굴복시키지 못한 제주 땅입니다.

알 자지라든, BBC든 제주에 오면 다 양코백이 이방인입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해군과 경찰들 역시 이방인입니다.  

해군제주방어사령부 정진립 준장이 직접 부하 군인들과 함께 강정마을을 돌면서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들에게 군납용이라는 마크가 찍혀있는 술을 선물로 돌렸다고 합니다. 웃긴건 술 돌리다가 걸리니까 바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술 마신 기운에 욕한 번 해봅니다. "미친놈. 고작 군납용 술로 주민들을 꼬시는가? 이거 세작으로 부려먹겠다는 거 아냐"

그리고 술기운에 다시금 화가 납니다.

내가 낸 세금으로 키운 군인이 생각하는 것이 이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당당하게 찾아와서 호탕하게 오늘만큼은 만사 잊어버리고 같이 나누어 먹자고 하는 군인이 하나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 따라 닮아가는 것이 군인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밤에 몰래 주인 눈길을 피하면서 하는 짓들 하고는...

하는 짓이 저 모양이니 군인들이 마시는 술 단지 모양까지 미워집니다. 대한민국 군인들이 마시는 술 단지 디자인이 일본군 군납용 술 단지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한자 쓰는 꼬라지하고는...<사진=강정마을회>
 
한잔 마시고 서로 즐겁게 떠들다보니 서쪽 하늘로 둥그런 달이 떠 오릅니다.

문득 출가를 해도 달이 떠오르는 구럼비 해안에서는 못 견디게 술이 그리워진다는 어느 스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저 달을 보는 것은 우리만이 아닐 것입니다.
 
강동균 회장님도 창살 아래서 보고 있을 것이고, 김종환, 홍기룡, 고유기, 김동원, 김미량, 김종일도 보고 있을 것입니다. 부산 영도에서 85호 크레인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추석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강정마을에 모인 사람들을 노래 부릅니다. 저마다의 시름과 사연을 담아서 어떤 이는 나지막히, 어떤 이는 큰소리로 노래 부릅니다.

우리의 노래에 하늘이 답하고 바다가 같이 화음을 넣어줍니다. 수천년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조상님들의 넉넉한 마음씨마저 같이 흥을 내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내일의 싸움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2011년 추석날 저녁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구럼비해안에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마지막 소탕작전을 펼치려고 해군과 경찰은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얼치기 군사권위자들이 빨리 우리들을 죽이라고 악다구니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모릅니다. 왜 해군기지 건설이 되지 않는 진짜 이유를 말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쳐둔 펜스안에 갇혀 몸부림치다가 서서히 죽어가야만 하는 이유를 저들을 정말 모릅니다.

정작 지켜야 할 백성들의 삶터를 협박하면서 빼앗고, 섬겨야 할 주인들을 구타하면서 내쫒고, 외국군대에 자신의 미래를 줘버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은 명분이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저들은 국민 앞에 당당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시켜서 할 뿐이라고 자기변명만 할 뿐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반격의 시간입니다. <김국상 객원필진>
 

매일 아침 구럼비 해안에는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해를 뜨지 말라고 공권력이 얘기한다고 해가 안 뜨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조성봉>

김국상의 '강정현장 이야기'는... 

   
김국상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현재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국상님은 몇달째 강정마을에 있습니다.

강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그의 희망이 간절합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강정현장 이야기>는 지금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진행과정과 끝, 그것이 바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당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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