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만든 편의시설, "누굴 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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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만든 편의시설, "누굴 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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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6) 장애인 일자리 구하기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팀 간사.<헤드라인제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전국에서 은행, 정류장 또는 여러 기관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접근성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제주도내에서는 20명의 모니터링 단원이 활동을 하고 있고 5월부터 시작된 활동은 월별로 특정 과제를 선정하여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모니터링 단원들도 그렇지만 나 역시 모니터링 활동은 처음하는 것이라 어색하고 체크리스트는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사해야할 지 난감했다.

5월의 과제는 제주도내 은행에 접근성을 모니터링을 했었다. 회의를 하며 대상기관을 선정하고 모니터링 방법이나 기준 및 대처방안에 대해 숙지하는 등 모니터링 준비를 마친 후 본격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모니터링 당일 리스트 별로 팀원들끼리 분배하여 여러 은행을 돌며 담당 직원을 만나 협조 요청을 하고 모니터링을 시작 하였다. 제일 처음 모니터링한 은행에서는 팀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였으나 차츰 익숙해 졌고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해진 리스트와 그 외 잘된 부분들과 잘못된 부분들을 체크해 나갔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니터링 과정이나 질문 등에 지원을 잘 해 주었으나 몇몇 은행은 모니터링 요원 중에 장애인들이 있었음에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곳도 있었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적 또는 물적 서비스 등의 제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마치 귀찮은 듯,

“장애인들이 찾아 온 적이 없다.”
“장애인들이 혼자 오겠느냐, 보호자와 같이 오지 않겠느냐.”
“장애인들이 오면 그때 가서 도와주면 된다.” 라는 대답들을 늘어놓곤 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대답들은 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장애인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올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안간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며 장애인은 혼자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선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편의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어도 마찬가지다 .

폭이 좁은 경사로(왼쪽)와 비장애인조차 사용하기 힘든 경사로.<헤드라인제주>
대표적으로 몇 가지 예를 들면, 위 사진에 왼쪽에 은행에는 낮은 턱이 길게 되어있고 한쪽에만 경사로가 되어있었다. 경사로가 있어 그나마 접근은 가능하지만 공간이 넓어 턱 전체를 경사로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좋을 것 같은데 마치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배려했다고 보여주기라도 하는듯했다. 또 오른쪽 사진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비장애인이 이용하기 조차 힘든 경사를 가지고 있었다. 진짜로 장애인의 이용을 위해 설치하였다기 보다는 단지 보여주기식 설치물인 셈이다.

6월에 진행되었던 전류장의 경우에는 더 심각했다.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를 끄는 아주머니 등 많은 사람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임에도 실제로는 의자나 벽 등으로 막혀있어 휠체어나 유모차의 접근이 어려웠고 사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은 한군데도 설치된 곳이 없었다.

다른 나라,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위해 운행하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저상버스만 도입해놓고 이용률이 적다는 등의 핑계만 늘어 놓을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편리하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기반시설 먼저 제대로 정비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의 예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누구를 위해 어떤 것이 어떻게 필요한지 제대로된 조사가 되고 시행되는지 자체가 궁금할 따름이다.

어디에서는 무엇을 하였더니 좋더라, 또는 장애인들에게 마치 큰 해택이이나 주듯이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쓰며 만들어진 편의 시설들은 설치한 사람으로서는 대외적으로 자신의 업적을 알리며 만족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이용자들은 오히려 조롱받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편의시설들은 좀 더 사용자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통하여 모형이 아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헤드라인제주>

<박성문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팀 간사 >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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