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죄는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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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죄는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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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33> 복종과 불복종

오늘의 이야기는 ‘복종과 불복종’에 대한 것입니다. 인용 글들을 논리적으로 착실하게 연결하지 않고 원문들 그대로 나열합니다. 두서없는, 글도 아닌 글이 되겠지만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961년 미국, 한 신문에 구인광고가 실린다.
“기억력에 관한 실험을 위해 교사 역할을 해줄 분을 모집합니다.”
20대에서 50대까지의 평범한 사람들 40명이 실험실에서 처음 본 것은 15V에서 450V까지 적혀있는 30개의 버튼과 전기충격기.
“칸막이 너머 학생이 문제를 못 맞출 경우 벌로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실험에 참가하는 대가로 4달러50센트를 드리겠습니다.”
학생이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15V씩 높아지는 전기충격. 15V…60V…80V… 150V….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흰 가운을 입은 실험진행자의 엄격한 목소리.
“실험을 계속해주세요!”
300V…. 이제는 칸막이를 발로 차는 소란도 사라지고 버튼을 눌러도 맞은편엔 침 묵뿐이다.
“저러다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더는 못하겠어요!”
“걱정 마세요. 절대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건 주최 측이 책임지겠습니다.”
실험 전,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없다 92%. 실험 주최 측은 450V까지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0.1%에 불과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35%만이 300V 단계에서 주최측의 명령을 거 부했다. 450V의 버튼을 누른 나머지 65%의 사람들….
“내가 왜 그런 무자비한 일을 했을까요?”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갑니다.” “시켜서 한 것뿐이에요.”
피실험자들이 실험자가 내리는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불합리 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알고 싶었다. 왜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명령도 맹목적으로 따르는지, 왜 정 의롭지 못한 권력자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지, 왜 평범한 사람들이 끔찍한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 스탠리 밀그램,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 「지식e 3」 중에서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 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의 시, 「복종」 전문

조선팔도 유명 산악들 중에 오직 지리산만이 이성계의 등극을 반대하였다 해서 불 복산不伏山이란 말이 생겼다. 국토의 허리가 동강난 채 남북에서 서로 적대적인 정 권이 수립되던 1948년, 그때의 불복산은 한라산이었다.
- 현기영의 소설, 「쇠와 살」 중에서

시름에도 의연히 되새겨보는 그 순결한 말, 해방이여 통일이여!
- 졸시, 「불복의 한라산」 전문

이하 인용된 글들은 모두 헨리 D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소로우는 이 책을 통해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국가에 대하여 개인이 할 수 있는 '불복종'의 의미를 성찰하였습니다. 이 책은 톨스토이나 간디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세계의 역사를 바꾼 책'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불법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는 그 법을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길 것인가?
그러나 이 불의가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히 말하는데, 그 법을 어기라. 당신의 생명으로 하여금 그 기계를 멈추는 역마찰이 되도록 하라.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극력 비난하는 해악에게 나 자신을 빌려주는 일은 어쨌든 간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해군기지를 찾아가서 해병 한 사람을 보라! 그가 바로 미국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미국 정부가 자신의 주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단 지 인간성의 그림자이며 추억에 지나지 않으며, 산 채로 염을 해서 세워놓은 인간, 또는 이미 장송곡과 함께 무기 밑에 묻혀져 버린 인간인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기계로써, 자신의 육신을 바쳐 국가 를 섬기고 있다. 상비군, 예비군, 간수, 경찰관, 민병대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판단력이나 도덕 감각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전혀 없 으며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나무나 흙이나 돌과 같은 위치에 놓아버린다. 그래서 나무로 사람을 깎아 만들더라도 그들이 하는 일을 해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외에 대다수의 입법자, 정치가, 변호사, 목사 그리고 관리 등이 주로 자신의 머 리를 가지고 국가에 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도덕적인 변별력이 거의 없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뿐만 아니라 악마도 함께 섬기게 된다.

대부분의 정부가 거의 언제나 불편한 존재이고, 모든 정부가 때로는 불편한 존재 다. 나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라는 표현을 진심으로 받아들 이며 그것이 하루 발리 조직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 말은 결국 ‘가 장 좋은 정부는 전혀 다스리지 않는 정부’라는 데까지 가게 되는데 나는 이 말 또 한 믿는다.

정부라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기꺼이 내버려 두도록 돕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때는 곧 피통치자들 이 간섭을 가장 적게 받을 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 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 는 일이다.
- 헨리 D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

끝까지 읽으신 당신을 위해 마지막 보너스를 추가합니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앞장섰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말했습니다.
"나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나는 신 앞에서는 유죄일지 몰라도 이 법 앞에서는 무죄이다."
고민하던 재판소는 그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죄. 이것이 당신의 죄목이다."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스탠리 밀그램의 말)는,

‘지금 이곳’에서,
당신은 복종과 불복종의 그 경계의 어디쯤에 서 있습니까?
혹, 당신의 죄는 무엇인지 이제 알고 있습니까?.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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