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청년의 도전..."빛의정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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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청년의 도전..."빛의정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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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와규 전문 레스토랑 '광원' 김정준 대표
정 넘치는 제주에 '흠뻑'..."열심히 적응 중이에요"

제주시 노형동 한라수목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전통 재래소 '와규' 전문 레스토랑인 (주)광원은 외관에서부터 고풍스런 이미지를 풍기며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아직은 존댓말 배우는게 어렵지만, 완전히 제주도 사람같이 살고 싶어요."

능숙치는 않아도 또박또박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김정준 광원 대표이사(41).

김정준 (주)광원 대표. <헤드라인제주>

제일교포 2세로 37년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는 그는 4년전 직접 일군 레스토랑을 자랑스레 소개했다.

# "제주에 소고기 식당 차린 이유요?"...(주)광원은?

'빛의 정원'이라는 뜻의 광원은 일본 흑우인 '와규(和牛)'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레스토랑이다.

광원에서 공급하는 와규는 호주의 토지에서 체계적으로 사료를 먹이면서 육질과 마블링이 골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마사지 작업까지 거치고 있다. 고기의 '맛'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은 이같은 준비과정 때문이다.

내부 디자인도 남다르다.

본관의 홀은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식당 구조의 고급스런 멋을 가미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준비된 별관은 일본식 '다다미방'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손님을 접대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따로 마련된 연회장은 결혼 예식이나 세미나, 생일파티 등의 행사를 치르는데 안성맞춤이다. 꼬박 1년간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과 제주를 바삐 오가면서 발품을 판 그의 노력이 깃든 공간이다.

5년전 직접 일궈오던 일본땅의 사업을 뒤로하고 제주도로 훌쩍 넘어온 김정준 대표. 못다한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아버지의 고향'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쫓아서다.

아버지의 고향은 제주시 함덕, 어머니의 고향은 경상도 지방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나고 자란 그는 흔히들 말하는 재일교포 2세다.

"17살때부터 집을 나와 일을 시작했는데 특별히 부모님을 도와준게 없었어요. 아버지 나이 들어서 건강이 안좋아졌는데 선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발 앞서 제주로 넘어와 살고있던 부모님의 건강이 급격히 안좋아지자 옆을 지켜야 했다. 어렸을때부터 고깃집을 운영해왔던 아버지에게 식당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와규 전문 레스토랑 광원. <헤드라인제주>

광원에서 선보이는 '스페셜 모듬'. <헤드라인제주>
"일본에 있는 식당과 벤치마킹을 하면서 1년을 꼬박 썼어요. 처음에는 소고기가 비싸서 잘 팔릴까 고민도 했었는데, 제주도의 소득이 지금보다 좋아질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한참 경기가 좋았던 일본에서도 지금의 제주만큼 발전속도가 뛰어난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보다는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영업철칙도 세웠다. 처음에는 일본식 밑반찬 중심이었던 메뉴가 이제 한국식 밑반찬 일색으로 변했다.

# "너는 한국인이라는 교육받고 자랐어요"

"대부분의 재일교포가 그렇듯이 아버지는 어렸을때부터 항상 '너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라고 교육했어요."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항상 남들보다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무엇을 잘못했을때 '쟤는 한국 사람이니까'라는 손가락질은 당할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어렸을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몸 안에 디엔에이(DNA)라고 하나요? 그런게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김정준 (주)광원 대표. <헤드라인제주>

한창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이 17살때부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다소 어린 나이에도 학업과 사업을 병행, 부모의 도움도 받지않고 자수성가한 그였다.

처음 뛰어든 사업은 일자리 알선사업으로, 약 2~3년간 꾸려오다가 자동차를 수입하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일본의 경기가 급격히 안 좋아지자 자동차 부품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원체 사업 수완이 좋았던지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업을 운영해왔다.

# 쉽지않은 문화적 차이..."매일 불려나갔어요"

그랬던 그가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순조로운 일만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했다.

"일본사람들은 약속을 잡을때 2~3일전에 잡아요. 며칠 몇시 장소까지 정확하게 정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냥 '어디어딘데 지금 나와' 이러더라고요."

일본의 특성상 그렇게 불렀을때 못나가게 되면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이 먼저 든다고 한다.

"저의 경우는 더 심했어요. 사람이 좋으면 한국사람, 나쁘면 일본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처음 제주에 왔을때는 그런 요청 거절하지 못하고 매일 불려 나가야 했죠."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화 차이는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다. "이제는 제가 거꾸로 후배에게 전화해서 '지금 어디있는데 빨리와'라고 해요. '너 한국사람 맞아?'라고 하면서요."

# 골목마다 빽빽히 들어선 차량 "왜 그런가요?"

제주에서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 중에 하나는 교통문화였다. 골목마다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일본은 자신의 차고가 아니면 주차하면 안돼요. 운전자 불편한 것은 둘째고 아이들이 다칠수도 있잖아요?"

골목에 세워놓은 차량 사이로 어린이들이 뛰어놀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어린이를 치었을때 차량 운전자만이 아니라 골목에 차를 세워둔 운전자에게도 일정 책임이 부가된다.

"제주도 땅이 좁은 것도 아니에요. 일본 땅이 훨씬 좁은데 문제없이 주차하고 있어요. 일본은 주차할 공간 없으면 차를 아예 등록하지도 못하는데, 주차공간이 2km정도 떨어져 있어도 자전거 타고 이동해요."

그는 현재 제주지역에서 차고지등록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을 듣자 반색했다.

"주민들이 싫어해도 해야되요. 책임감 있는 드라이버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야지......말이 많아도 해야되요."

레스토랑 내부를 소개하고 있는 김정준 대표. <헤드라인제주>

또 다른 제언도 이어졌다. "관광협회 같은 곳에 왜 외국사람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제주사람이 외국사람 생각 다 모르잖아요?"

많은 이들은 아니더라도 회의자리가 마련될때 외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 내 목표는 '진짜 제주사람이 되는 것'

사업을 더욱 번창시키겠다는 욕심도 있고,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것도 꿈꿨다.

그보다 큰 현재 그의 목표는 '진짜 제주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정을 쌓고 오래 지내는 것이 바람이다.

"제주 사람들은 정이 넘쳐요. 가끔 제주 친구들이 전화와서 '보고싶어서 연락해봤다'고 하거든요. 아시다시피 일본은 조금 개인주의라 이런말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아직은 적응해가는 과정이지만 문제 없을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헤어지기 전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이 맞붙는다면 어디를 응원하겠느냐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아직 쉽지 않은 질문이기는 해요. 그런데 저는 원래 축구 자체를 싫어해요. 축구 하는 날이면 식당에 손님 없잖아요."

어리석은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온 '현답'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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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친구누나 2011-09-06 13:57:41 | 211.***.***.28
항상 식당입구에서 웃음으로 맞아 주시는 사장님의 인상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효성까지 지극하시니, 금상첨화시네요. 하시는 일 모두 모두 번창하실 겁니다.

장애인 2011-09-05 11:28:56 | 211.***.***.2
거기 예식장 가는 2층 엘리베이터 없던데요. 장애인편의시설은 생각 못했나 봅니다. 맛은 인정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