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청년 김동원에게 '죄'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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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청년 김동원에게 '죄'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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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현장 이야기] <6> 청년 순례자 김동원의 구속사유

강정마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들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나이나 학식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가 나를 부끄럽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립니다. 나보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씁니다. 나보다 더 숫기가 없고, 그저 쑥스러운 웃음만 보냅니다.

하지만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혼자서 몇 시간동안 절을 올리는 모습에서 그는 더 이상 바보같은 어린애가 아니라 진실로 평화를 갈구하는 순례자였습니다.
 
언제인가 나는 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가 강정마을에서 제일 하고픈 일이 무엇인가?"라고 말입니다.

"찬성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왜 찬성하시는지 차근차근 물어보고 싶어요."

나는 그에게 또 물어보았습니다.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할 때, 너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힘들겠지만 평화로운 방법으로 평화를 지키고 싶어요."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그는 26살 먹은 순례자 김동원입니다. 

김동원씨. <사진=정다우리, 헤드라인제주>

그가 8월 24일 경찰에 연행되고 구속되었습니다. 죄목은 공무집행방해와 공유물 파손이었습니다.
 
강동균 마을회장을 체포하는 것을 항의한 죄. 경찰호송차량에 올라가려 하여 스타렉스 승합차량을 훼손(경찰주장 견적 167만원)한 죄.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분단국가에서 해군과 경찰을 대상으로 ‘평화’를 실천한 죄! 감히 공권력 앞에 주눅들지 않고 계속 강정마을에 남아있던 죄! 이것이 그가 저지른 죄입니다.
 
왜 그가 구속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까지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연행되고 나서 저에게 문자가 한통 날아왔습니다. '소란 피워 죄송합니다. 저는 평화로 평화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꼭 평화로 평화를 지켜주세요.' 3시 36분에 온 문자입니다.

그리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석방해준다고 하다가 조현오 경찰청장과 대검 공안부장이 '심각한 공권력 유린'이라면서 법을 내세우며 구속해버렸습니다.

차마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만 가슴을 시리도록 때립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잘 풀릴거야 하고 말했주었는데, 그는 결국 도주의 우려가 있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되었습니다.

그는 이제 군대에 가야만 합니다. 군대가기 전에 잠시 여행을 왔다가 세상에 자기가 꼭 지켜야 할 대상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지키고 싶은 대상이 군대라는 폭력적 국가행위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것이 너무 아파서 괴로워했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여린 사람이 국가를 수호하겠다는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취급받으면서 법의 이름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왜 그가 구속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까지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김동원씨. <사진=정다우리, 헤드라인제주>

혼자서 절을 하면서 간절히 주민들과 마을공동체를 향한 총부리를 거두어달라면서 온몸으로 염원하던 그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반역도당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당 얼마 받느냐면서 비아냥거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철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깍아내립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의 머리속에는 차기벽씨의 '민족주의 원론'과 이성우 선생의 역사책이 들어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가 쓴 '조선독립선언서'를 가지고 토론할 줄 압니다.
 
왜 그가 빨갱이 취급을 받아야만 합니까? 왜 그가 국책사업을 방해나하는 망나니로 취급받아야 합니까?

나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군과 경찰과 철없는 아이들이 주장하는 애국과 그가 생각하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차이가 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더욱 잘 모르는 것은 양심과 역사의 존중이 실정법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죽어버린 법조문인지, 아니면 법을 먹여 살리는 현실권력인지 묻고 싶습니다.

어제(29일) 강정마을에 또다른 법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강정마을회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공사장에 얼씬도 하지말라는 ‘공사현장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결정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끝일까요? 수많은 김동원을 그것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강정을 지키는 것은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양심을 지키는 행위이고, 나를 만들어진 이 사회의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힘있는 자들이 총으로 위협한다고 해서 양심을 버릴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감히 신성한 중앙권력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이 폭도새끼들아!’ 하면서 모조리 다 죽이십시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국민을 죽이시고 훈장도 받고, 진급도 하시고 자식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훈계하시면서 강정마을을 아예 묻어버리십시오.

그러면 제주사람들은 한번 더 마음 속에 새길 것입니다.

저들은 우리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배와 탄압의 대상으로만 본다고 말입니다. 저들이 얘기하는 영토, 국민, 주권은 거짓문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순례자 김동원의 쓴 순례일기 중에서 한 구절을 도용합니다. 그리고 그가 빨리 풀려나서 자유롭게 날기를 기원합니다.

김동원씨. <사진=정다우리,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은...

옛날처럼 우엉밭에 돌담이 떨어지면 올려놓아주고
채소를 갖고오다 조금 나누어주고
시내 나들이할 때 차를 태위주고
명절날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리고
사람들이 관혼상제를 도와주고
올래에 나와서 놀고 있으면 건강을 물어보고 잠시 놀다가고
농사할 때 수눌어서 일손을 도와주면서 
지금까지 살아 온 마을인데
어느 날 해군이 들어오면서 마을벌포제 및 합동세배가 사라지고 경노우대라는
말이 없어지면서 노인과 마을주민들은 별개의 세상에서 살아 가게 되었다
해군은 결코 강정마을사람처럼 명절날 합동세배를 드리지않는다
해군은 결코 강정마을사람처럼 채소를 나누어주지 않는다
해군은 결코 강정마을사람처럼 관혼상제를 도와주지 않는다
해군은 결코 강정마을사람처럼 건강을 물어보고 놀아주지 않는다
해군은 결코 강정마을사람처럼 수눌어 농사를 도와주지 않는다

-중략- [강정마을 주민 김봉규 삼촌이 보낸 온 편지 글 중] 

<김국상 객원필진>

김국상의 '강정현장 이야기'는... 

   
김국상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현재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국상님은 몇달째 강정마을에 있습니다.

강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그의 희망이 간절합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강정현장 이야기>는 지금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진행과정과 끝, 그것이 바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당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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