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은 너무 슬프고,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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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은 너무 슬프고,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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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공안당국의 '초강경 방침', 그리고 현실왜곡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반대하면 '악(惡)의 무리'?

갑자기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전국 이슈화됐다.

그동안 강정주민들이 그렇게 울부짖으며 전 국민에 호소해도 반응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요 며칠사이 '중앙'의 기관과 '중앙'의 높으신 어르신들, '중앙'의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강정을 걱정해주니 갑자기 전국적 유명마을이 된 듯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아름다운 강정'이 아니라 '위험한 마을' 내지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 마을'로 포장돼 전해지고 있다.

그곳에서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단체 사람들은 마치 과격분자이거나 국기를 문란시키는 예비범죄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서슴치 않고 있다.

26일에는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공안대책협의회'가 소집됐다. 2년여만의 소집이다.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안대책협의회에는 검찰과 경찰청, 국방부, 기무사 관계자 등이 참석해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앞으로 강정마을에서 발생하는 업무방해나 공무집행 방해 등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회의의 결론이다.

공안당국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불법시위 및 공무집행 방해 사례에 있어 △불법행위자에 대해선 현장체포 △경찰을 폭행하거나 호송방해하는 등 공무집행방해 및 과격한 폭력행위 등에 대해선 구속수사 △철저한 채증을 통해 불법가담자 전원 색출 등으로 엄정 대처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하는데 있어 항의를 해서도 안되고, 경찰이 누구를 잡아가는데 있어 길을 막아서도 안되며, 항의시위에 참석했다가 사진이라도 찍혀 채증결과가 나오면 모두 잡아가겠다는 의미다.

이 가이드라인은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찬반 의견에 있어 반대측만을 일방적으로 겨냥했다는 데서 그 배경을 짐작케 한다.

반대측을 마치 '악(惡)의 무리'로 규정하고, 반대주민들의 '항의' 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초강경 방침을 밀어붙여 국책사업을 신속하게 진행시키겠다는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찬성하면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인 것처럼, 이상한 이분법의 논리로 여론몰이를 해 나가면서 반대측 입장에 선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근거없이 집단이나 개인을 상대로 무작위한 공격을 하거나 멋대로 몰아세우는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과거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시절에나 있을 법한 무시무시한 공안정국이 다시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 때도 국가권력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며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했고, 광주 5.18민주화운동 때도 신군부는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통해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국가권력의 화살이 강정에 맞춰진 것이다. 공안당국의 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청은 해군기지 문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경찰특공대장 출신의 윤종기 충북경찰청 차장(경무관)을 제주에 긴급 파견했다.

해군기지 문제가 종료될 때까지 총괄 지휘권을 갖게 했다. 이는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경찰의 손을 완전히 떠났고, 중앙기관의 통제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안당국의 이러한 경고와 액션은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공안당국에서 내세우는 '심각한 상황'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공안당국의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상황을 작위적으로 '악화'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첫째, 공안당국은 최근 강정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불법집회와 불법시위가 난무하면서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무질서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마치 해군기지 반대측이 뭔가 폭력적 투쟁을 해온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반대측 주민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폭력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공권력 투입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아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던 지난 16일 밤에도 강정주민들은 한결같이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경찰력이 투입돼 검거작전을 펼친다면 맨 몸으로 저항해 잡혀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도 공안당국은 불법집회와 불법시위가 끊이지 않고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처럼 주장하고 있다.

둘째, 그동안 있어 온 크고작은 '충돌'을 이유로 든다면, 그 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이 제기돼 왔고, 법적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해군측은 절차적.법적 정당성이 있어 공사를 강행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적한 것처럼 일련의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분명히 있고, 해군측 공사의 과정에서 환경적 문제 등 또다른 불법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주민들은 매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 내지 불법적 요소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에 항의하며 마찰을 빚어온 것이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숱하게 제기한 '불법성'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조사해 보려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불법'은 무시하고, 해군측과 찬성측이 주장하는 '불법'에 대해서만 공권력 행사를 해 오면서 신뢰성을 주지 못한 점이 크다.

셋째, 지난 24일 발생한 대규모 충돌사태에서 7시간 동안 공권력이 연행자를 호송하지 못하는 일을 명분으로 삼는다면, 이 또한 과정을 면밀히 보지 않은 편향적 해석에 다름없다.

연행된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충돌사태의 발단은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었다.

주민들이 항의하러 몰려올 것을 뻔히 예측하면서도 크레인 기기의 가동을 준비토록 하고, 실제 주민 몇명이 몰려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연행작전을 펼쳤다는 '사전 준비된 덫'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만일 주민들의 주장처럼 사전에 준비된 덫이었다면 이는 국가권력의 기만이자 비겁함이다.

'유도된 작전'이란 의구심을 가진 주민들은 호송차를 수시간째 에워싸고 이에 격렬하게 항의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공권력의 체면을 구긴 사례라 할 수 있으나, 그 발단은 해군과 경찰의 '과잉'적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처럼 공안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현실을 확대해석 내지 왜곡한 측면이 다분히 있다. 반대측 주민들과 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설정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공안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그대로 따른다면 앞으로 반대측 주민들은 어떠한 항거도, 반대의사를 표출할 길이 없다.

포클레인 등 중장비들이 몰고 들어오더라도 주민들은 조용히 비켜선 후 멀뚱멀뚱 지켜보며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하는가. 이는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지역공동체를 잘 지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아무리 공익이 우선시된다고 하더라도, 그로인해 주민들이 받는 권리적 침해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해군기지 계획이 들어서면서 강정마을은 공동체가 파괴되고, 화목했던 이웃들간 불화가 생기고, 그야말로 초토화 일보직전에 있다.

지금 강정 주민들은 이러한 현실왜곡이 너무 슬프고 참담한 심경이다.

그런데, 그 책임이 국가가 아닌 반대주민들에게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가 이뤄지고 있다. 누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는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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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 2011-11-13 05:11:41 | 64.***.***.10
That's rlelay thinking out of the box. Thanks!

아~ 2011-08-29 23:03:27 | 211.***.***.59
국가권력의 힘으로 민초를 짓밟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짓밟고 밟아도 일어설 것입니다 지금은 그 권력이 세어보이나 민중은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힘을갖고있죠
오늘을 기억할겁니다
슬픈 민주주의여

안타까움 2011-08-28 20:10:16 | 211.***.***.111
마녀사냥 여론몰이는 비열한 수법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도록 해야지 폭력사태 끊이지 않는 마을인것처럼 과대포장하며 온론플레이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닙니다
용산참사와같은 비극 되풀이 안되길

강정사람 2011-08-27 22:38:28 | 211.***.***.176
지금까지 어디있다가 지금와서 개같은말을하나

왜곡된 현실 2011-08-27 18:25:20 | 211.***.***.108
저도 슬픕니다
분노가 끓습니다
마을을 파괴시킨 이들이 도리어 주민들에게 죄를 물으려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